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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커피 향 가득한 역사 이야기
《요즘 커피》 연계 강연회

지난 10월 11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특별전 《요즘 커피》 연계 강연회가 이루어졌다. 강연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의 이길상 교수로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매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에서 ‘커피로 맛보는 역사’라는 코너를 진행 중이며 《요즘 커피》 전시 도록에도 칼럼을 게재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커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길상 교수는 “커피를 통해서 역사를 공부하니까 역사가 좀 쉬워졌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이 커피에 빠져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준비한 강연 내용은 ‘커피’라는 키워드로 바라본 역사였다.

커피 향이 감도는 박물관
‘커피’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답게 커피 시음회가 이루어졌다. 강연자인 이길상 교수가 직접 원두를 갈고, 두 종류의 드리퍼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했다. 방금 내린 커피의 향이 박물관을 가득 채웠다. 시음회에서 사용한 원두는 커피 원두 산지로 유명한 브라질과 에티오피아산 두 종류였다. 굳이 다른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순수한 원두커피만을 즐긴다는 ‘커피 철학’을 밝힌 이길상 교수는 원두와 드리퍼를 꼼꼼하게 설명하며 능숙하게 커피를 내렸다.

대한민국은 ‘카페 공화국’
강연 주제는 <커피로 맛보는 역사 – 커피, 링컨과 고종을 잇다>로 커피가 대중화된 이유와 역사 속에 등장한 커피들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커피의 소비량, 커피의 전파 과정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한국 커피 소비량은 세계 15위지만 인구 100만 명당 카페 수는 1,384개로 일본 529개, 미국 185개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길상 교수는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 아닌 카페 공화국’이라고 평했다. 한국에서 커피가 전파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이루어졌다. 커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848년 『벽위신편』으로 “필리핀에서는 커피라고 하는 편두扁豆와 비슷한 것을 볶고 끓여 먹는데 맛은 쓰고 향은 차와 비슷하다. 서양인들은 이를 음용한다.”라는 내용이 남아 있다.

《요즘 커피》 특별전 | 2024.8.20.(화)~11.10.(일)

그렇다면 커피가 최초로 조선에 들어온 때는 언제일까. 바로 역병이 돌고 천주교 박해로 온 나라가 어지러웠던 1860년이다. 제4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돼 조선에서 머물던 ‘시메옹 프랑수아 베르뇌Siméon François Berneux’ 주교는 홍콩 파리외방전교회에 선교 활동에 필요한 물품과 함께 커피 40리브르, 흑설탕 100리브르를 요청했다. ‘리브르’는 당시 프랑스인들이 사용하던 무게 단위로, 40리브르는 18.14kg에 달한다. 당시 육로를 통해 사람이 운반하기에는 적지 않은 양이었다. 이에 대해 이길상 교수는 “그 당시 선교사 분들이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주변에 있는 조선인들도 선교사에게 커피를 받아 마시거나, 함께 마시는 것을 좋아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주문한 커피는 1년 1개월 1일 만에 지금의 서울 순화동에 위치한 베르뇌 주교의 은신처에 도착한다.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통령들은 커피 마니아?
강의 중 하나의 퀴즈가 제시되었다.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순으로, 이들의 공통점 두 가지는 무엇일까?’ 정답은 커피 마니아였다는 것과 다섯 명 모두 대규모 전쟁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었다. 이길상 교수는 “커피를 좋아해서 전쟁을 하든지 아니면 전쟁 스트레스 때문에 커피를 많이 마시든지”라는 첨언과 함께 미국사 속의 커피를 설명했다.

커피와 관련된 미국의 대통령은 이 다섯 명만이 아니다. 남북전쟁의 분수령이 된 앤티에탐 전투가 벌어지던 1862년, 남부군의 로버트 에드워드 리Robert Edward Lee 장군에게 북군이 항복하기 직전 19살의 윌리엄 맥킨리William McKinley Jr.가 양동이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군인들에게 배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사기를 되찾은 북군은 전세를 뒤집게 되었다. 이 일은 이후 맥킨리의 정치 경력에 큰 영향을 주었고, 변호사와 지방검사,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미국의 제25대 대통령이 되었다.

특별전 《요즘 커피》 연계 강연회 현장

이번 강의를 듣고 커피로 역사를 바라보니 이해가 잘되는 동시에, 오랜 시간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커피가 놀라웠다. 앞으로 매일 마시는 커피라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되겠다.


글 | 박윤수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민속소식』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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