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고령화시대 박물관의 역할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11월 5일(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개최하며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한다. 고령화시대에 박물관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측면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노년층에게 어떠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다양한 방법론과 실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7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에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급속히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노년층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박물관과 지역사회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은 노년층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의미 있고 성취감 있는 방식으로 사회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어떻게 노년층의 요구를 충족하고, 권리를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 ‘매력적인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988년부터 현재까지 ‘할머니·손녀 공예교실’1988년, ‘전통민속교실’1993년, ‘박물관대학’1997년, ‘자원봉사자 도입’1997년, ‘문화나눔 교육’2020년, ‘내 추억에 놀러와’2023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노년층에게 제공해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촉진하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소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박물관뿐만 아니라 국외 박물관에서도 노년층에게 교육 프로그램 제공, 자원봉사 활동의 장을 제공해 노년층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적 참여를 유지하며, 정신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보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제공을 넘어서서 장애를 가진 노년층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리버풀국립박물관 그룹1)의 발표자 캐롤 로저스Carol Rogers는 치매 환자 및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노년층을 위해 지역사회, 대학교, 관련 학회와 협력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개해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했다. ‘기억의 집’House of Memories을 2012년에 개발해 치매 환자, 치매 환자 가족, 간병인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리버풀국립박물관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의 박물관에서 사용할 수 있게 ‘내 기억의 집’ 앱까지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억의 집’ 소개와 더불어 리버풀 예멘의 세대 간 그룹과 협력해 문화적으로 적합한 예멘 커뮤니티의 ‘기억의 집’을 제작한 사례에 대해 발표한다.
싱가포르국립박물관장 청 메이 쿠엔Chung May Khuen은 치매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장품을 통해 대화와 추억을 되살려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으로서 박물관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소개한다.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싱가포르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시니어를 위한 전용 사회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박물관을 어떻게 재회 장소로 구축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핀란드국립박물관 공공 교육프로그램 과장 한나 포셀Hanna Forssell은 박물관과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성터에서 노년층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다. 알코올 문제를 가진 노인들을 위한 프로젝트, 연극 박물관 투어, 메모리 서클, ‘드림 홈’ 전시회, 독서 동아리, 수장고에서의 소장품 해포 워크숍, 디지털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 박물관 이용 실태에 근거한 박물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고령층이 박물관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문화 예술은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며,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달성하는 행복의 기본 요소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박물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노년층이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그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적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는 발제를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은미 학예연구관은 박물관에서 수년 동안 노년층에게 제공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시릴 오빈 홀Cyril Orvin Houle2)의 성인교육 참여 동기의 세 가지 유형-활동지향형, 학습지향형, 목표지향형-으로 교육 프로그램 특징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고령친화적 박물관 접근성 및 환경 조성에 귀 기울이고, 민속·생활사박물관이라는 특성을 살린 노년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과제에 대해 발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황지영 학예연구사는 초기 치매,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어르신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미술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상예찬’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한다. 그림을 감상하고 정원을 꾸미면서 다양한 인지 자극을 통해 수행 능력을 증진하고, 가족 간 소통 활성화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 사례를 전달한다. 또한 대한치매학회 신경과 전문의 자문과 모니터링,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진행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에 대해 발표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국학진흥원 김송주 본부장과 유명숙 이야기할머니가 발표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박물관이 노년층을 위해 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담겨있다. 선현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겨있는 이야기로 미래 세대의 중추인 유아들의 인성 함양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무릎 교육의 전통을 되살려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고자 했고, 세대 간 문화적 연대감을 제고하며 전통문화의 전승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학술대회에서는 실제로 사업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이야기할머니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박물관은 노년층이 지역사회와 다음 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활동, 사회적 관계, 지적 자극을 지원하는 ‘고령 친화적’ 지역사회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노년층이 박물관 참여 활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나이 듦’과 더불어 ‘창의적인 나이 듦’을 추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영국 리버풀시 전역에 위치한 리버풀박물관 등 7개의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구성된 박물관 그룹이다.
2) Cyril Orvin Houle, The Inquiring Mind(1961), University Wisconsin Press.
글 | 이기원(섭외교육과 행정사무관)
『민속소식』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