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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관람한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

‘아버지’라는 존재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퇴근길에 먹거리를 사 들고 집에 돌아오시던 모습,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던 모습, 평소에는 든든하지만, 화를 내실 때는 누구보다 엄격하셔서 무서웠던 모습 등… 이처럼 사람마다 아버지를 떠올리는 모습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공통된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나는 이 감정의 이름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박물관에서 열린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본 전시에서는 다양한 소장품과 더불어 100여 명의 관람객이 공유한 물품들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전시관 내부 실감영상

“그 시절의 아버지는요…” 시대에 따른 아버지의 사랑
전시의 전반부에는 시대별 아버지들의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엄격하지만, 속정이 깊었던 가부장적 사회의 아버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집을 하숙집처럼 드나들며 일했던 1970~90년대 아버지, 그리고 육아에 힘쓰며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는 오늘날의 아버지까지. 형태는 다르지만 언제나 자식을 아끼고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놀랍게도 아버지와 나는 같은 전시를 보고도 서로 다른 것들을 떠올렸다. 나는 전시를 보며 아버지를 생각한 반면,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와 나자식에 대해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월급봉투를 보며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회상하거나, 구덕과 아기 신발을 보며 나의 아기 시절을 떠올리셨다. 또한 나는 육아에 힘쓰는 최근 아버지들의 모습에 감명받은 반면, 아버지는 IMF 당시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아버지들의 모습에 감동하셨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다룬 노래나 문학도 각자 친숙하게 느끼는 작품이 달랐다. 가령 아버지는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나 한스밴드의 「오락실」에 반가움을 표했지만 나는 김진호의 「가족사진」과 같은 최신 노래들에 친밀감을 느꼈다. 나와 아버지는 서로에게 친숙한 노래와 소설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에 대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었다.

과거의 「가부장적 아버지」 전시품
1970~90년대 「일하는 아버지」 전시품
촉감 책과 아기 신발
전시실 내부 아버지와 관련된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는 전시물

“저희들의 아버지는요…” 100명의 자식이 전하는 아버지의 모습
전시 후반부는 아버지와 자식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었다. 수화기나 영상을 통해 부모와 자식들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혹은 전해 듣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100여 명이 출품한,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물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100점의 물품 안에 생각보다 공감되는 사연들이 많았다. 학업에 정진하라며 사자성어를 써주신 어느 아버지의 모습은 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글귀를 적어주시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어느 아버지가 쓰시던 안티푸라민 연고는 내가 아플 때마다 약을 발라주신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게 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폴더폰이 생각났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선원증에 담긴 젊은 시절의 아버지, 다섯 며느리에게 화목하게 지내라며 금가락지를 선물하신 아버지, 군에 간 아들에게 편지를 써 부친 아버지 등 나의 심금을 울리는 사연들이 즐비했다. 물품에 담긴 사연들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아버지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전시실 끝에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적을 수 있는 메모장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께 전하고 싶은 말들을 써 내려가며, 아버지를 향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을 애써 말로 표현해 보았다.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녹음한 수화기
100여 명이 공유한 아버지와 관련된 물품과 사연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안티푸라민

“저의 OOO는요…”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고, 말하다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는 ‘거울’과 같은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거울은 물건의 상을 비춘다. 거울 자체는 하나의 물건이지만, 그 앞에 누가 서느냐에 따라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관람객들은 저마다 본 전시를 거울삼아 자신의 아버지에 비추어 본다. 비록 전시는 하나이지만, 관람객들이 지닌 삶과 경험은 각기 다르기에 우리에게 비치는 전시의 상도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아버지와 내가 전시를 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했던 것처럼, 다른 관람객들도 이 전시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정서와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는 공간
아빠가 시험 공부하는 딸에게 적어준 글귀
정약용의 『하피첩』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사진 전시물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오는 7월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 특히 아버지를 추억하고, 떠올리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아버지, 혹은 자식과 함께 전시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전시명: 2024년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
•전시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전시기간: 2024. 4. 30.(화) ~ 7. 15.(월)


글 | 양수성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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