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팀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는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교수 다섯 명이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거리 다섯 곳을 중심으로, 각자의 전공 분야를 살려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을 풀어낸 책이다. 학술적 내용을 다루지만 어렵지 않게,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전문가들이 쓴 만큼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서울이라는 삶의 공간 속 패션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내 패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서울의 전통과 유행 그리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시시각각 바뀌는 간판과 유행,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과 다시 사라지는 골목들. 이 빠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익숙함을 그리워한다. 아마도 서울이 오래된 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서울다움’을 만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서울다움’을 패션의 시선으로 탐색한다. 서울의 시간성과 장소성, 그리고 현재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패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들여다본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디스트릭트인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을 중심으로 패션과 도시와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서울에서 패션이 지닌 의미를 해석했다.

Chapter 1. 종로-조선의 중심에서 한복을 외치다
종로는 조선 시대부터 상업의 중심지이자 패션의 발상지였다. 소비가 활발한 지역에는 늘 멋쟁이가 모이는 법. 종로의 궁 주변에는 사대부와 관리인, 예술인이 모여 살았고 이들은 조선 멋쟁이로 대표되었다. 4대 궁궐과 종묘가 있는 종로는 조선의 인력과 물자가 집합하는 장소였다. 육의전六矣廛은 종로를 직물 상품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6.25 전쟁 이후에는 포목점과 주단점의 유통 구조가 광장시장으로 이어졌다.
최근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광장시장의 역사와 그 속에 숨겨진 한복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 장의 마지막에는 조선의 궁궐이 체험 한복과 함께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궁궐에서 펼쳐지는 체험 한복 문화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맛집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한복을 입고 셀카봉을 든 관광객의 모습은 어느덧 서울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한다.
Chapter 2. ‘동대문 세계적 규모와 전통의 패션 클러스터’
두번 째 장에서는 동대문을 4대 패션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의 가먼트 디스트릭트와 비교하면서 동대문 시장이 세계적 규모의 패션 클러스터가 될 수 있었던 역사를 살펴보고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애환을 비롯해 현대의 모습을 갖춰온 과정을 둘러본다.
동대문은 구한말 조선 상인들이 일본 정부와 일본 상인들의 등쌀을 피해 낙후된 지역에 터를 잡고 자생적으로 형성된 경제 생태계다. 이후 우리나라 의류 생산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동대문이 2000년대 이후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탄력적 의류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K-패션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술했다.
Chapter 3. ‘명동-패션의 흐름을 엿보다’
명동은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상권을 회복했다.
6.25 전쟁 이후 명동에 양장점, 미용실, 백화점 등 최신 유행을 이끄는 소비 공간이 밀집되면서 패션 리더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외국 문화를 빠르게 수용한 유명 연예인, 여대생, 고위층 부녀자들이 유행을 확산시켰으며 음악다방을 중심으로 통기타를 둘러맨 거리의 젊은이들이 청년 문화를 창조하고 확산시켰다.
저자는 명동을 서울의 패션이 탄생하고 확산한 곳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의 풍부한 패션 문화를 담고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갖춘 패션 디스트릭트라고 했다.

Chapter 4.‘이태원-패션을 통해 다양성의 장소로’
네 번째 ‘이태원-패션을 통해 다양성의 장소로’에서는 낯선 이방인의 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류 산업을 발전시킨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아우르게 된 지역적 특징을 서술했다.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층위가 존재하는 이태원은 1960년대 음악, 댄스, 패션 등 미국식 클럽 문화가 유입되면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1990년대에는 맞춤 양복점이 성행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88 서울 올림픽 이후 패션 관광 디스트릭트로 거듭났다고 이야기하며, 그 중심에 의류 상인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Chapter 5. ‘성수동-공업 지역에서 탄생한 패션 플레이스’
제화 산업의 중심지에서 패션 ‘힙 플레이스’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한 성수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힙 플레이스다. 제화 산업의 요충지였던 성수동은 제화 산업의 사양화로 슬럼화되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감성을 추구하는 창작자와 젊은 세대가 성수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유명 패션 브랜드의 매장과 트렌디한 카페,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밀집하면서 패션을 비롯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책은 “무엇이 서울을 패셔너블한 도시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패션의 관점에서 서울을 들여다보며 ‘패션 투어리즘’으로서 바라보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각 패션 거리의 고유한 이야기와 함께 세계적인 패션 디스트릭트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익숙함 너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며, 서울의 거리와 패션 그리고 사람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