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벚꽃 아래 전통을 걷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야기

글 편집팀

봄기운이 퍼지던 4월의 어느 날, 벚꽃이 흐드러진 국립민속박물관에는 국내외 관람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전시관을 누비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우연히 이곳을 찾았지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안고 돌아간 관람객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

뜻밖의 발견, 봄날의 박물관
변덕스럽던 4월의 날씨가 따스한 봄기운을 머금던 어느 날, 국립민속박물관은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춰 찾아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곳곳의 포토존에서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소중한 순간을 남기는 이들이 있었고, 그중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시관을 둘러보던 세 사람(보디 애그네타, 조세핀 마칸, 누라 칼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서울 패스권을 이용해 서울의 다양한 명소를 둘러보던 중, 한옥마을로 향하던 길에 박물관 외관에 이끌려 들렀다고 했다. 경복궁을 지나며 눈에 들어온 박물관 건물이 아름답고 흥미로워 보여 무심코 들어왔지만, 기대 이상의 전시 구성 덕분에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보디 애그네타, 조세핀 마칸, 누라 칼릴

삶이 이어지는 전시, 감동이 머무는 공간
이들이 입을 모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전시의 구성 방식이었다. 한국인의 일생을 출생부터 장례까지 흐름에 따라 풀어낸 전시가 특히 좋았고, 유물 하나하나가 단순히 진열된 것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문화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인인 보디 애그네타 씨는 “독일에도 과학 박물관이나 테크놀로지 같은 ‘정보’ 중심의 전시관은 많아요. 설명만으로는 그 시대에 몰입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곳은 전시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삶을 통째로 보여주는 구성 덕분에 문화 자체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라며 전시 공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세 사람은 시대극 드라마를 보며 복식이나 생활 배경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 의미는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전시를 관람하며 드라마 속 물건들이 떠올랐고, 드라마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단지 ‘예쁜 옷이나 옛날에 쓰던 물건 중 하나겠다’라고 짐작하던 것들이 전통 속에서 고유한 쓰임과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조세핀 마칸 씨는 한국이 아직도 많은 전통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이 놀랍다며, 백일 잔치나 설날, 제사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 의미를 나누는 문화가 인상 깊었고 한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물관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둘러본 세 사람은 야외 조경과 전시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원처럼 꾸며진 전시장에서는 마치 산책하듯 걸으며 관람할 수 있었고, 전통 건축의 곡선과 색감이 자연과 어우러져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고 했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세 사람의 얼굴에도 어느새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 사람은 이곳에서의 경험을 오래 기억에 남길 것 같다고 말하며, 다음에는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다시 찾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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