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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드라마 <악귀>를 통해 만나는 민속학,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 6월 23일 시작한 김은희 작가의 <악귀>는 악귀에 빙의된 여자와 귀신을 볼 수 있는 민속학자가 의문의 죽음을 쫓는 민속 오컬트물이다. 해당 드라마는 현재 시청률 10%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며 안방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드라마 ‘악귀’ 공식 포스터

K-오컬트
해외에서 먼저 유행하기 시작한 기존의 오컬트물은 흔히 ‘엑소시즘’ 즉 사람 몸에 빙의된 악령을 퇴마하는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2015년 우리나라에 오컬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검은 사제들> 역시 비슷한 플롯을 따라간다. 이후 오컬트물은 한국에서도 흥행 보장 장르로 자리 잡으며 한국만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형 오컬트로 진화했다. 십자가나 사제보다는 우리에게 더 익숙한 토속 신앙과 귀신이 등장하며 새로운 ‘K-오컬트물’이 탄생한 것이다. <검은 사제들>, <방법>, <손 the guest> 등 한국형 오컬트 콘텐츠는 해외로 수출되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악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민속학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속신앙과 민속학자를 중심으로 악귀와 현대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실제 지역조사 인터뷰 장면

귀신 이야기일까? 사람 이야기일까?
<악귀>에는 다양한 민속신앙 속 귀신이 등장한다. 어릴 때 죽은 아이 귀신인 태자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귀신인 자살귀, 객지에서 죽은 귀신인 객귀, 생전 탐욕에 지배당했던 귀신인 아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반드시 없애야만 하는 절대 악, 거대 악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아이를 굶겨 죽여 태자귀로 만든 무당, 터무니없는 이자로 대학생들을 자살하게 만든 사채업자, 가정폭력의 가해자 등 결국 악귀를 만든 것은 사람이었다.

왜 하필 민속학일까?
김은희 작가는 보이스피싱, 가정폭력, 아동학대, 청년 자살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꼬집기 위해 ‘민속학’을 선택했다. 거대 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믿어왔던 민간신앙 속의 귀신, 생활 속에 녹아있던 금기와 같은 이야기들을 드라마 속에 녹이고 싶었고 자료 조사 과정에서 민속학이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민속 안에 담긴 이야기
이렇게 민속학과 오컬트가 결합하자 ‘인간적인’ 오컬트물이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민속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민속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악귀> 속 등장하는 마을의 당제에는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고, 악귀를 봉인할 다섯 가지 물건 중 하나인 붉은 댕기에도 본래 여자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반면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는 죽은 딸을 만나기 위해 장승에 피를 묻혀 마을에 객귀를 불러들이기도 하고, 부를 위해 아이를 죽여 태자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욕심과 소망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지금도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비슷한 욕망을 가졌기에 과거의 풍습이 현재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무섭고 으스스한 민속?
한편으로는 <악귀>에서 다루는 민속 소재들이 귀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쉽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등장한 장승, 금줄, 덕다리 나무 등 민속적 소재들은 잘못 사용하면 귀신을 불러오는 무섭고 으스스한 존재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자신과 마을, 갓 태어난 아기와 죽은 육신까지도 안전하기를 바랐던 과거 사람들의 친근한 소재들이다. 이런 소재와 풍습을 연구하는 민속학자도 악귀를 연구하거나 퇴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민속과 오컬트의 결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민속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민속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오컬트 장르와의 만남이 오히려 대중에게 민속에 대한 색안경을 씌우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마음도 있다. <악귀>를 시작으로 우리 민속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기를 바란다.


글 | 송하윤_제11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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