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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의 즐거움 | 전래놀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민속놀이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문화 콘텐츠가 갖는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다. 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민속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불어 드라마 속에 나오는 놀이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외국인이나 젊은 세대들이 그렇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드라마에 나오는 놀이 가운데 몇 가지를 놀이 방법과 기원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잃고 따는 재미를 주는 ‘딱지치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게임에 참가하는 동기부여로 활용된 놀이다. 딱지는 종이 2장으로 접어 만든 네모 딱지다. 딱지는 크게 종이로 접어서 만드는 네모 딱지와 문방구에서 파는 인쇄된 동그란 딱지로 구분된다. 전자는 주변의 종이를 활용하여 만들기에 크기와 두께가 다양하지만 구매하는 딱지는 크기가 거의 같고 다만 인쇄된 내용만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딱지를 가지고 놀았다는 기록은 일제강점기이다. 최초의 기록은 1924년 동아일보에 소개된 것으로 수송공립보통학교 교장 황산이 학교에 아이를 처음 보낸 학부모에게 “돈치기나 딱지치기는 절대로 금지하시고 유익한 노리감이나 유희를 식히여~”라는 당부의 말속에 나온다. 이후 해방 전까지 여러 차례 아이들의 놀이로 딱지치기가 언급되는데 이때의 딱지치기가 동그란 딱지인지 네모 딱지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딱지와 치기가 함께 사용되었다는 것은 종이로 된 것을 내리쳐 넘기는 것이 공통된 방식이었던 것 같다. 일제강점기에 딱지치기가 시작되었음은 1978년에 발간된 《한국민속종합보고서》 강원도 편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현장조사에서 일제강점기에 생긴 놀이란 증언이 그것이다. 해방 이후 딱지치기는 종이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진다. 1957년 전국 1만 5천 명 아동을 대상으로 한 놀이 선호도 조사에서 4위에 오를 정도이다. 그래서 구슬치기와 함께 딱지치기는 아동 놀이의 대명사가 되었다. 놀이 방법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서 진 사람이 바닥에 딱지를 놓고 이긴 사람이 내리쳐서 넘기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내리칠 때 딱지가 두툼하여 탄력이 있으면 사각의 중앙 지점을 내리치는 데 이를 ‘배꼽치기’라고 한다. 그러나 얇아서 내리쳐도 넘어가지 않는 경우 딱지 옆에 발을 대고 비스듬히 치면서 바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를 ‘바람치기’라고 한다. 딱지가 두툼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구사하는 것이 요령인데 바람치기는 기술이 필요하기에 요즘 아이들은 어려워한다. 그밖에 밀어내기란 방식도 있다. 참여하는 인원수에 따라 지름 60~70㎝ 정도 원을 그리고 그 안에 1~3개 정도로 정해진 수의 딱지를 넣고 순서를 정해서 원 밖으로 쳐 내어 밖으로 나가면 따먹는 방법이다. 그밖에 딱지의 한쪽 끝을 잡고 멀리 날려 보낸 사람이 따먹는 날려 먹기 방식도 있는데 내리쳐서 넘기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놀이는 따는 재미도 있지만 계속 따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잃고 따기를 반복해야 계속할 맛이 난다. 요즘은 종이가 흔해지면서 잃는 안타까움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점차 시들해진 놀이가 되었다.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꾼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일찍이 조지훈은 문화란 이동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여러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기에 커다란 사회변동이 있었고 놀이도 마찬가지다. 전통사회에서 행해지던 많은 놀이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의 여러 놀이들이 들어왔고 이를 우리 정서에 맞게 변화시켜 놀았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하 무궁화꽃도 그중 하나다. 이 놀이는 전 세계 보편성을 보이는 ‘What’s the time Mr Wolf?늑대야 몇 시니?’란 놀이에서 영향을 받은 놀이로 보인다. 일정한 거리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술래인 늑대에게 “What’s the time Mr Wolf?”라고 물었을 때 늑대가 “five o’clock5시”라고 답하면 다섯 발짝 앞으로 가는 식으로 점점 늑대에게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다’라고 하면 모두 출발 지점으로 도망간다. 물론 일본에도 유사한 놀이로 <다루마사앙가 고로온다だるまさんがころんだ>가 있지만 이 또한 서양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을 포함한 ‘무궁화꽃’ 유형의 놀이에서 공통되는 것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술래의 힘주문이 우위에 있다. 즉 술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술래 중심의 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궁화꽃’에서는 술래의 지시가 있지만 가거나 서는 것은 이동하는 사람이 선택한다. 따라서 이동하다 술래에게 잡혀도 자신의 책임이기에 불만이 없다. 유입된 놀이를 한국의 정서에 맞게 바꾸어 정착시킨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출발점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술래가 잡을 수 없는 상황인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래 방식에서 이동하다가 멈추는 부분만 강조된 형태로 또 다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힘겨루기의 정점에 있는 ‘오징어 놀이(게임)’
사회를 이뤄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누군가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겨루게 된다. 겨루는 방법의 원초적인 방식이 힘겨루기다. 고구려 <각저총>의 씨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씨름과 같이 1:1로 겨루는 방식으로는 닭싸움을 비롯하여 팔씨름 등이 있는데 이보다 조금 확장된 형태가 무리 지어 겨루는 방식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두 명이 팔로 우물정자를 만들고 그 위에 한 명을 태워 상대를 넘어뜨리는 ‘가마싸움꼬깨싸움’이 있고 근래에는 ‘기마전’을 떠올리면 된다. 혼자 겨루기보다 무리 지어 겨루면 서로의 힘이 결합되어 역동성이 살아난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래도 체력이나 근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고 ‘머리 쓰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한 형태가 힘과 지혜를 발휘하여 상대와 겨루는 것이다. ‘오징어 놀이’가 바로 이를 대표하는 놀이다. 땅에 놀이판을 그린 형태의 놀이는 일제강점기에 처음 보인다. 매일신보1927.11.24.일 자에 ‘십자귀十字鬼’란 놀이인데 땅에 십자가로 금을 그리고 술래를 잡는 놀이다. 이후 ‘사방치기’를 비롯해 땅에 그리는 다양한 놀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소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빠르게 확산된다. 해방 후 70~80년대는 땅에 놀이판을 그리는 놀이가 주류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오징어 놀이가 등장한다. 오징어 놀이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놀이판이 있었다. 서산의 경우 공격은 안방을 차지하고 수비들은 건넌방이며 수비도 만세통 아래에 강을 두어 넘으면 두 발이 되게 하기도 한다. 그밖에 강원도의 경우 실제 오징어와 같이 다리를 여러 개 그려 놓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오늘날과 같은 원형, 삼각형, 사각형으로 단순화되고 이후 놀이판의 큰 변화 없이 주류를 이룬다. 놀이 이름도 지역에 따라 오징어 가이생, 오징어 딱가리, 오징어포 등 다양하다. 이 중에 ‘가이생’의 변종이 많은데 이는 일본어로 ‘싸움이 시작되다’란 개전開戦かいせん에서 온 말이다. 가이상이란 말은 편으로 나뉘어 땅에 놀이판을 그리고 하는 놀이 뒤에 붙어 십자 가이상, 팔자 가이상으로 널리 쓰인다. 이후 이 말이 일본말이라 ‘오징어 놀이’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이 놀이는 두 편으로 나뉘어 겨루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이때 힘도 중요하지만 전략과 전술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상대의 능력을 파악하고 적시 적소에서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능력을 갖춘 고학년이나 청소년이 즐겨한다. 놀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이때 공격편은 수비를 뚫고 만세통을 찍는 것이고 수비편은 공격자 모두를 죽이는 것이다. 이때 공격편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밖에서는 외발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삼각형과 사각형을 잇는 목강을 넘으면 두 발로 이동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을 ‘암행어사’라고 하는데 외발보다 두 발로 이동하면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상대를 공격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이다. 놀이판이 그려진 주변 어디에서나 서로 겨룰 수 있다. 죽이는 방법은 외발일 때는 다른 발이 땅에 닿이거나 금을 밟게 하거나 금을 사이에 두고 상대 진영으로 끌어와야 한다. 드라마에서도 상대를 죽이기 위해 금 밖으로 밀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여럿이 편을 먹고 하기 때문에 씨름이나 닭싸움에서 볼 수 없는 집단 겨루기 양상이 자주 펼쳐진다. 특히 공격자가 만세통을 찍기 위해 몰려들 때 가장 절정에 이른다. 집단 몸싸움이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이라면 느끼기 어려운 집단 신명이 발현된다. 승부와 상관없이 이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드라마에서는 1:1로 겨루어 이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70~90년대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던 놀이였기에 어른들 대부분이 이 놀이를 기억한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을 여러 놀이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 변화에 따라 놀이도 생성과 지속 그리고 단절된다. 그러나 사회 변화가 너무 빨라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한꺼번에 단절되는 경우엔 사회적 손실이 크다. 많은 사람이 즐겨했고 일정 기간 지속되었던 놀이는 무형문화재로 가치를 갖는데 이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이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학교도 주 5일제로 전환되어 놀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에서 민속놀이의 가치가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징어 게임은 무더기로 사라져버린 많은 놀이를 되살려야 할 필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글 | 이상호_놀이연구소 풂 소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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