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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국립민속박물관의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 다양한 문화, 다양한 교보재로 만나요

출출한데 간식으로 무엇을 먹을까 물어온 아이에게 밥버거를 제안했다. 아이가 어릴 때 밥버거를 처음 접하면서, 어느 나라 음식이냐고 내게 물었었다. 밥버거는 밥과 햄버거가 만나서 만들어진 이름일 것이다. 어쩌면 밥버거는 외래문화와 우리 문화가 만나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새로운 메뉴인 밥버거도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우리의 문화적 선택지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여러 문화가 서로 고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이란
그렇다면 문화 다양성은 무엇일까. 함께 살자고 하는 것이 문화 다양성 아닐까. 우리 모두 얼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며 표현방식도 다르다. 문화 다양성 이해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문화의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정신이자 실천을 말한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 시대에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은 특정 대상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문화의 비교 및 다른 문화에 대한 교육은 <다양한 사회>, <문화 다양성 이해>라는 영역으로 학교 교육 과정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문화꾸러미, 지역에서도 만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의 민속 만이 아닌 세계 민속 문화에 집중하며, 문화의 중심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연구와 전시를 지속하고,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다문화꾸러미는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의 시작으로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개국의 다문화꾸러미를 제작하여,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 다문화꾸러미 상자를 보급하여 운영한 전시, 교육, 행사 등에 총 6만 9천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올해도 전국의 박물관, 학교, 도서관, 다문화센터 등에 대여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공모를 통해 선정한 지역거점기관에서는 지역에 밀착한 프로그램으로 ‘문화 교류의 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3년 선정된 기관은 <대구 섬유박물관, 서천 이하복고택전시관, 세종 시립민속박물관, 원주시 역사박물관, 인제 산촌민속박물관> 등 5개 기관이다. 3월부터 서울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지방에서는 5개의 지역거점기관에서 다문화꾸러미 상자를 만나 볼 수 있다.

온라인 콘텐츠로 문화 다양성을 배달하다
코로나19로 해외 현지 조사와 수집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문화꾸러미 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운 다문화꾸러미 제작보다는 박물관에 오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실물자료 대여를 통한 체험 기회 제공과 함께, 다문화꾸러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꾸러미 별별 톡톡’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하였던 영상,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개발한 주제별 영상이다. 학교, 시장, 악기 등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문화를 담아 소개하였다. ‘이꾸소이달의 꾸러미 소개’는 매월 첫 번째 수요일 다문화꾸러미의 실물자료를 소개하는 SNS 카드뉴스이다. 2022년에는 ‘어린이’를 주제로 다문화꾸러미의 실물자료와 민속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올해는 3월부터 ‘동물’을 주제로 여러 나라의 실물자료 소개와 문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들 영상 및 카드뉴스는 모두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 및 SNS에 게재하여, 박물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나 비대면 교육 중인 학교 등 교육 현장에서도 문화 다양성 교육 자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관을 대상으로 대여 운영하였던 다문화꾸러미 자료를 개인에게도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다문화꾸러미 홈페이지에 ‘꾸러미 놀이터’ 게시판 개설 및 ‘이꾸소’ 게시 시작 후, 전년 대비 홈페이지 방문 접속률이 25% 증가했다.

보드게임 ‘어디까지 가봤니? 아시아!’ 보급
나라별 다문화꾸러미 상자를 운영하면서, 지속적인 고민은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이었다. 한 나라의 문화 소개에서 나아가 ‘무언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고민은 다양한 문화의 같고 다름을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 교보재 개발이었다. ‘어디까지 가봤니? 아시아’는 그렇게 탄생한 보드게임 형식의 교육 교보재이다. ‘어린이’를 주제로 10개 나라의 ‘생활문화’, ‘일생의례’, ‘학교생활’, ‘놀이’ 등 어린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게임 구성을 하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드게임을 모두 시도해보고, 우리 콘텐츠에 적합한 형태와 내용을 담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을 활용하여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와 서로 간의 같고 다름을 이해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무엇보다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교보재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 교육팀의 목표였다.


 

이 보드게임은 여러 나라의 문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놀이 도구도 체험해 볼 수 있는 구성으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2022년 관내 교육 운영을 통해 운영 방식에 대한 정비를 마쳤고, 참여자들의 좋은 피드백도 받았다. 본 사업은 초등학교 학급, 다문화센터, 도서관을 대상으로 오는 3월부터 지원하게 된다. 초등학교 3~6학년 교과 과정의 문화 다양성 이해 수업을 위한 교보재로 활용될 것이며, 5월 21일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1) 주간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이 문화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즐길 거리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2023년에는 동화다!
올해는 동화를 주제로 보급형 교보재를 만들 예정이다. 동화를 보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보재로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몇 해 전 영화관에서 만났던 애니메이션 <코코>는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본 영화다. <코코> 속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날’은 실제로 있는 멕시코 축제다. 멕시코 특유의 밝은 사후세계관을 소재로 영화를 선보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 안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보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한 허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보니 영화의 배경이 이해가 되면서, 더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에게 그런 동화를 읽어주고 싶은 생각으로 교보재를 기획하고 있다.현재 한국 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대는 서로 달라서 생기는 들쭉날쭉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도 우리의 민속만이 아니라 세계 민속 문화를 연구하고, 인식 개선을 통해 글로벌 사회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기에, 이 세계가 활기차다는 사실을 우리 어린이들이 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1)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이란 세계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UN이 2002년에 제정한 기념일로 매년 5월 21일을 기념하고 있다. 이날로부터 1주간을 문화 다양성 주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 | 변정숙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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