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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유물보존총서Ⅷ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병풍 장황』

2022년 12월,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유물보존총서Ⅷ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병풍 장황』을 발간하였다. 유물보존총서는 민속자료의 보존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문화재 보존과 관련된 보존처리 및 분석, 보존환경에 관한 연구 성과물을 공개하는 자료로 2004년부터 발간되고 있다. 이번 유물보존총서Ⅷ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서화 병풍의 장황粧䌙을 조사·연구한 내용이다. ‘장황’이란 그림이나 글씨를 감상하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족자나 병풍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주는 형식, 형태, 기술 등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흙벽이라는 가옥 구조의 영향으로 주변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서화를 족자보다 주로 병풍의 형태로 장황하였다. 그래서 조선은 ‘병풍의 나라’ 라고도 불린다. 병풍의 장황은 단순히 그림을 꾸미고 보호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구도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서화와 함께 감상하는 대상이 된다. 더불어 병풍은 세워둘 수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시대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선호도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시대별로 장황 형식이나 재료에서 특징이 있는가 하면 사용 계층에 따라서도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도1. 책가도 8폭 병풍이 액자로 개장된 사례(민속63784)

장황이 서화와 마찬가지로 감상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에는 조선의 병풍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수리되어 원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서민 병풍부터 상류층 병풍, 궁중에서 사용된 병풍까지 약 630여 건의 병풍 관련 유물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제작 당시의 병풍 장황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후대에 개장되어 원래 형태와 다르게 변형되어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식 표구 기술을 습득한 기술자들에 의해 수리가 이루어지면서 전통 재료와 기술이 단절되어 일본식이 가미된 병풍으로 개장된 것이다. 또한 병풍 틀에서 분리되어 편화片畵로 보관되거나, 때로는 병풍을 첩이나 족자, 두루마리, 액자 등으로 개장한 사례도 있다.도1 이는 원래의 병풍이 가지고 있는 심미적인 가치를 훼손한 것이므로 본래의 병풍 장황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병풍들의 원형을 찾아 복원하려면 서화 병풍 장황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2017년, 장황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병풍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비로소 유물보존총서Ⅷ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중 128점의 병풍에 대해 그 장황 특징을 밝히고, 형식과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도2. 제3장 고사인물도 병풍 중 <곽분양행락도 12폭 병풍(민속45482)> 부분

유물보존총서Ⅷ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병풍은 대부분 자유로운 장황 양식을 갖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의 것으로, 19세기 전반 이전의 소장 유물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목차 구성은 서화의 일반적인 도상별 분류 방식을 적용했다. 제1장은 장황 변화의 표본인 산수도 병풍, 제2장과 3장은 개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나누어 화조영모화훼도·어해도 병풍과 고사인물도·풍속도 병풍으로 구성하였다. 제4장은 지역색을 반영하는 문방도·문자도 병풍, 제5장은 정형화된 의례도 병풍, 제6장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글자 병풍으로 구성하였다. 인문학적 조사와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총 128점에 대한 각 병풍의 그림 설명, 도판, 실측 도면, 재질, 장황 특징 등 모든 정보가 한눈에 파악되도록 수록하였다. 도2

도3. 병풍 장황 도설

논고는 「일생一生과 의례儀禮를 함께한 병풍」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서화 병풍 장황」이라는 주제로 2편을 실었다. 「일생一生과 의례儀禮를 함께한 병풍」에서는 ‘병풍의 등장과 기능’, ‘병풍의 쓰임과 확산’에 대해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서화 병풍 장황」에서는 병풍 장황의 시대별 특징을 밝히고, 근현대 병풍 장황의 형식과 재료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였다. 병풍은 시기별로 장황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16~17세기에는 푸른색 계열의 회장回粧; 병풍띠으로 병풍을 장황한 반면, 18세기부터는 상·하선이 짧게 붙는 양식이 보이고, 더불어 붉은색 계열의 병풍 띠도 사용하게 된다. 19~20세기에는 18세기에 성립된 장황 양식이 일반화되어 대부분의 병풍에 상·하선이 붙는 형식을 사용되게 된다. 20세기 이후에는 민간에서도 병풍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그 양식이 다양해진다.병풍 장황 용어는 도3 참고

도4. 8장의 편화 상태로 된 <화조도(민속24221)>(상)를 가상으로 장황 복원한 병풍(하)

병풍은 장황 형식의 변화와 함께 19세기 말 이후에는 장황 재료도 다양해진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병풍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장황 직물로 문직 면, 비스코스 레이온, 디아세테이트, 나일론과 같은 새로운 재료가 기존의 고급 재료인 비단을 대체하였음을 확인했다. 병풍의屛風衣1)의 재료로 삼베가 근대 이전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근현대에는 면으로 대체된다. 종이는 조선의 전통 장식지인 능화지를 대체하여 광택 색지, 광택 인쇄 문양지, 그리고 무광택 인쇄 문양지들이 출현한다. 특히 20세기 전반에는 서양의 아칸서스Acanthus 잎 문양을 닮은 초문草紋의 사용이 빈번해진다. 병풍 다리에서도 변화가 관찰되는데, 일본의 영향으로 나무테와 금속 장식이 사용되면서 과도기를 거쳐 병풍 다리가 사라진다. 인쇄화 병풍은 초기 산수 석판 인쇄화 병풍에서 장황에 초문 인쇄지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나, 20세기에 제작되는 인쇄화 병풍은 저렴한 병풍의 특성상 병풍 장황에서 정형화된 양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병풍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병풍 꾸밈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석지 채용신, 초산 박병수, 석강 황승규, 이종하, 남호 조수남 등이 있는데, 황승규는 병풍을 직접 제작한 것이 확인되었다. 부록으로 실은 <디지털로 복원한 병풍 장황>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중 병풍 장황 복원이 필요한 유물을 대상으로 가상 복원한 사례를 소개하였다.도4 이 자료들은 추후 보존처리에 직접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발간서에서 소개된 서화 병풍의 장황에 대한 시기, 계층, 형태, 재료 등에 따른 유형 분류 및 연구 결과는 향후 문화재 보존처리와 다양한 연구 활동 등에 길잡이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가 잘 활용되어 우리 문화재의 고유한 모습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욱이 이는 과학적인 분석이 뒷받침되는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문화재보존학계뿐만 아니라, 미술사학계 및 민속학계에도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유물보존총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및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후 PDF 문서로 만나볼 수 있다.

1) 병풍 뒷면을 감싸 병풍을 보호하는 직물로, 보통 남색이나 검은색 직물이 사용됨.


글 | 전지연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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