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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개방형 수장고 우리 함께 산책할까요?

사람들은 보통 박물관에 어떤 것을 기대할까. 미술관을 찾을 때는 작품의 감상에 집중한다면, 박물관을 찾을 때는 유물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유물이 언제,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디에 쓰였던 것인가를 통해 역사를, 민속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개방형 수장고’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곳이다. 원래라면 접할 수 없었을 깊숙한 내부의 수장고를 관람객들에게 기꺼이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다 보니, 처음 방문한 관람객들은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곤 한다.열린 수장고마다 검색이 가능한 키오스크들이 있지만, 정보를 단번에 관람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터치 화면에 익숙한 아이들은 곧잘 방향키를 조작하곤 하지만, 유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수장대 선반에 놓인 유물들의 연계성이나 맥락을 읽어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관람객이 보다 쉽게 소장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주제에 따라 유물들의 이야기를 엮은 <수장고 산책> 해설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수장고를 산책하다
공유×개방×활용을 목표로 하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수장고 산책>은 박물관을 좀 더 가깝게 느낄 기회이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려면 그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야 하듯, 소장품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과 유물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단서들을 얻을 수 있다. <수장고 산책>은 타워 형태의 수장고인 1층 4~6수장고와 2층 9~11수장고를 35~40분 정도 관람하는 투어로 10명 내외의 인원 규모로 진행된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진행하는 소장품 해설 프로그램인 <수장고 산책>은 기존 해설과 차이점이 있는데, 모두 수장고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먼저 별도의 설명문레이블이 없다. 지침 없이 발길이 끌리는 대로 유물을 자유롭게 탐색해보는 수장고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주제의 흐름에 따라 관련 유물을 눈높이에 내어두고 어떤 식물 문양을 볼 수 있는지 표시했으며, 한국민속대백과사전과 연계되는 QR코드를 더했다. 그렇지만 모든 유물에 설명이 더해지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의 맥락을 잡아주고 놓치면 안 되는 소장품들을 짚어주는 해설이 중요하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소장품 해설에 참여함으로써 수장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소개한 리플릿이 비치되어있지만, 박물관을 방문한 이들 대개는 수장고 자체를 생소하게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유물 곁에는 유물번호를 놓아두고, 시야에 닿지 않는 곳까지 유물을 격납한 수장고의 성격을 한 번 더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선을 조금 올리면 3단에는 초화문의 옹기가 반기고 있음을, 가장 아래 1단에는 다듬잇돌이 꽃밭을 만들고 있음을 안내하며 한층 다양한 소장품을 접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더해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타워 수장고를 훑어보도록 구성한 점은 볼거리가 된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구별되는 구조적인 특징을 확인하면서 수장고가 어떤 곳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마지막으로 선보인 유물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해설에서 활용한다. 재질별로 수장고가 구분되었기에 일차적으로 눈에 담는 유물들은 도자기와 석재류이다. 이로 인해 유물이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므로, 스토리를 입힐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비개방 수장고에 보관된 회화작품이나 복식류는 물론 아카이브 자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다채로움을 더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모란무늬가 크게 들어간 해주항아리를 이야기한 다음, 모란문의 접시를 살펴보기에 앞서, 모란 자수가 들어간 활옷과 혼선婚扇을 이미지로 확인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다듬잇돌과 관련해 다듬이 소리라는 청각 자료를 추가하면서 더욱 풍성한 전시가 되도록 만들었다.

해설에서 다양한 소장품을 활용하는 모습

유리정원의 가드너
이번 <수장고 산책>은 유리정원을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식물원에서 식물들을 둘러보듯, 정원을 거닐며 꽃에 눈길을 주듯, 그렇게 박물관을 산책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맞추어 관람 동선은 산책로로 안내되었으며, 해설사는 청색 앞치마를 입은 가드너로 변신했다. 관람객이 가볍게 전시 테마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 소소한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해설사로서 가드너와 더불어 주목할 전시의 요소로는 나비 장식이 있다. 유리정원이라는 주제로 식물무늬, 그중에서 꽃무늬를 중심으로 산책하는 만큼 그 곁을 맴도는 나비를 통해 보면 좋을 유물을 표시해둔 것이다. 그래서 나비 장식만 찾아가면 해설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유물들에도 닿을 수 있다. 수장고의 특성상 눈높이 위아래, 시야 밖에 자리 잡은 다양한 유물들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도록 위트를 더한 것이다.소장품 해설에서는 식물무늬가 들어간 유물은 물론이고 화분처럼 식물과 관련된 유물이라면 아울러 포함했다. 이와 더불어 휴식 공간에 식물도감이나 가드닝을 다룬 에세이 등을 비치해 경험의 폭을 넓혔다. 관람을 권하기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경험을 전반적으로 디자인한다고 할 수 있다.

<수장고 산책: 유리정원>은 겨울에 접어들면 보다 풍성한 공간이 조성되면서 본격적인 전시로 거듭날 계획이다. 한겨울 추위에도 유리정원인 박물관 속 꽃들은 환한 빛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12월에는 유리정원이 좀 더 새롭게 꾸며질 예정이다. 이렇게 유리정원으로 꾸며진 수장고를 가드너와 함께 산책하고 싶다면 누구라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찾아주길 바란다!


<수장고 산책: 유리정원> 참여신청
– 참여대상 : 누구나
– 참여방법 : 현장 참여(10명 내외)
– 소요시간 : 35분 내외
– 산책시간 : 수요일~일요일, 11시/14시(오후 2시)/15시(오후 3시)/16시(오후 4시)


글 | 허정인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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