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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수영복과 의복 문화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 의복 중의 하나인 수영복은 폼페이 벽화에 가슴과 엉덩이 부분을 천으로 가린 여성이 묘사된 것과 여성들이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였다는 기록을 통해 BC 350년 그리스 로마 시대에 처음으로 출현한 것으로 본다. 이후 수영복은 스포츠와 패션 복식으로서 다양한 변화를 거쳐오며 사회상과 시대상을 조명하고 있다.

근현대 우리나라 수영복의 시작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우리나라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였으나, 경제 개발을 통하여 급속하게 발전해 나가는 시기였다. 1960년대부터 화학 섬유 공업이 수입 대체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섬유 소재의 수급이 안정적으로 되어갔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1960년대는 히피 문화가 패션에 영향을 주는 시대였으며, 수영복은 원피스와 비키니 스타일이 공존하였다. 1967년 도입된 미니스커트 유행은 노출이 많은 비키니의 등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해수욕장의 개장으로 수영복이 확산하기 시작하였고, 1961년 (주)한국샤크라인의 전신인 백화사가 ‘상어표 수영복’이라는 브랜드로 국내 수영복을 출시하며 우리나라 수영복 시장을 열었다. 1963년에는 조은상사에서 ‘튜울립’이라는 상표 런칭으로 본격적인 수영복 제품을 출시하였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이루어진 대규모 봉제업체에 의한 대량 생산은 전반적인 패션 산업의 부흥을 이루었으며, 수영복 업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국내 수영복 전문 브랜드는 1963년에 런칭된 튜울립, 1986년도에 런칭된 테크닉과 파도가 있었다. ‘테크닉’은 국내 최초의 실내 수영복 브랜드이다. 수영복 전문 브랜드보다는 이너웨어 브랜드인 (주)신영의 비너스 수영복, 남영나일론의 비비안, 태평양패션의 ‘라보라’ 수영복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경향은 해외 시장에서도 같은 추이를 나타내었다. 1960년대 시작된 우리나라 수영복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자인보다는 소재가 다양해졌으며, 1990년대는 신소재와 다양한 색상의 개발과 패턴의 다양성으로 복고풍과 모더니즘이 교차하며 인기를 끌었다. 재료는 원래 신축성 있는 양모였으나 현재는 나일론·우레탄 등 화학섬유가 쓰이고 신축성 있는 스트레치 제품도 많이 쓰이고 있다.

1960년대 국내 수영복 전문 브랜드에서 제작한 수영복

다변화의 시대를 맞이하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영복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계기는 1986년 개최된 아시안 게임과 1988년에 개최된 서울 올림픽을 들 수 있다. 이 두 개의 국제 스포츠 행사는 국내 스포츠 패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아시안 게임에서 최윤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수영복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고조되었다. 이는 국내 수영복 브랜드가 개발되는 계기가 되었고, 실내 수영장의 수요와 함께 수영을 즐기는 인구도 증가하였다. 이때 ‘니나리치’와 같은 라이선스 브랜드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스포츠웨어의 유통은 남대문시장, 동대문 평화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였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백화점으로의 유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의 도입은 1985년도의 피에르 가르뎅Piere Garden을 시작으로 1987년도의 니나리치Nina Ricci, 1988년도의 피에르 발만Piere Balman 등이 있었다. 그 후 백화점의 스포츠 존이 아닌 영캐주얼 존에서 유통 판매가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1986년도를 전후하여 전문 스포츠 브랜드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패션 디자인 트렌드의 세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였으므로 스트라이프를 기본적인 텍스타일Textile 디자인1)으로 하여 단색의 로고 정도를 부가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었다.

1980년대 해외 브랜드 도입과 기술제휴로 디자인된 수영복

전문 스포츠웨어로의 전성시대
1990년대 초반 복고풍Retro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스포츠웨어의 컬러가 강렬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당시 스포츠웨어에 기능성 소재의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비치용 수영복과 실내용 수영복은 구분되어 판매되었으나, 디자인 차별화는 이루어지지 않아 기하학적인 패턴과 단순화된 플라워 패턴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는 여성복 중심의 패션 트렌드인 에콜로지Ecology2)가 대두되었는데, 이러한 디자인 트렌드는 스포츠웨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86년 전후로 재래시장 중심의 스포츠웨어 유통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수영복이 전문 스포츠 브랜드군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문 브랜드가 도입되어 아레나Arena와 같은 브랜드가 경기용 수영복으로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백화점에서는 영캐쥬얼 존이 아닌 스포츠웨어 존으로 수영복 판매 중심이 이동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수영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패션 제품보다는 스포츠 제품이라는 것을 반영한 것이며, 전반적인 생활 스포츠 붐이 일면서 전문 스포츠 브랜드의 강세가 계속되었다. 그 외에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걸쳐 라피도, 슬레진져, 프로스펙스, 엑티브 등이 수영복 브랜드로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1990년대 후반에는 다소 주춤하였다. 1990년대 주니어 수영복 브랜드로서 라이선스 브랜드인 스누피SNOOPY 주니어 라인이 런칭되었다. 1990년대 꼬모 벨리니Como Bellieni라는 국내 브랜드는 럭셔리한 콘셉트로 메탈릭Metallic, 셔링Shirring과 같은 디자인 디테일을 추구하였다.

수영복, 또 하나의 패션이 되다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뉴 밀레니엄New Millenium의 디자인 트렌드가 대두되었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동경을 표방하였고,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의 국민적 열풍도 매우 강했다. 스포츠웨어의 유행과 스포티즘3)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수영복을 포함한 스포츠 브랜드들도 발전하는 단계가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해외 리조트로 관광을 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계절적인 판매 구분이 사라지면서 수영복의 수요도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2005년 엘르ELLE 브랜드는 수영복뿐만 아니라 같은 패턴의 모자, 가방과 같은 패션 소품을 함께 디자인하여 아이템 코디네이션을 제안하였다. 남녀 수영복이 같은 텍스타일 디자인이거나, 컬러 매치를 이루는 커플 룩의 개념도 등장하였다. 2000년대 초반 단색 중심 심플한 느낌의 디자인은 에스닉ethnic4)한 컨셉으로 변화되어갔다. 2000년대 후반 컬러의 경향은 다시 강렬하고 경쾌해지면서 2005년 플라워 패턴이 다시 크게 부각되었다. 텍스타일 디자인은 더욱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서 나타나게 되었다. 유통 부문에서도 대형 마트가 등장하면서 수영복의 또 다른 유통 경로가 시작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스파 문화와 워터파크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는 실내용 수영복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스포츠웨어를 위한 기능성 소재와 더불어 패션성을 강조한 소재도 등장하게 되었다. 2010년대는 2000년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프린트가 약세이고 단색, 솔리드solid가 다시 유행되었다. 소재 면에서는 크로셰Crochet5) 소재가 강세를 나타내었다. 유통 측면에서는 온라인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여성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는 쇼핑몰에서 수영복도 판매하게 되었다.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는 온라인 브랜드 간의 과다 경쟁으로 이어져 가격 파괴가 초래되기도 하였다. 중국 및 동남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열풍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매출 증대를 견인하였고, 스포츠웨어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 수영복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더불어 수영복의 디자인 요소를 시대별로 보면 사회 문화적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트렌드가 다양화됨에 따라 수영복의 디자인도 변화의 폭이 커졌다. 특히, 컬러와 텍스타일 디자인의 다양한 콘셉트 전개가 두드러졌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신소재의 개발과 원단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착용감은 더욱 향상하면서도 디자인의 구현이 용이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극적인 여가의 활용으로 생활 스포츠와 관련된 스포츠 패션은 계속 발전되고 있다. 수영복 패션 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 수영복만의 특화된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적인 디자인에 의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영복의 전반적인 흐름을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50여 년간의 문화를 살펴보았다. 수영복에 깃든 문화의 변화와 발전상에서 이제는 수영복이 단순한 스포츠웨어의 범주를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리조트 웨어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1) 텍스타일은 ‘직물’ 또는 ‘직물 원료’라는 의미이며, 텍스타일디자인(布料设计, textile design)은 디자인의 요소를 이용하여 디자인의 원리에 따라 패턴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2) 천연 소재로 디자인한 패션. 자연스러운 멋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천연 섬유, 천연염료로 염색한 소재를 사용하며, 자유스러움과 편안함, 활동성을 강조한 복식.
3) 스포츠와 시티 캐주얼 웨어의 중간에 위치하는 주목받는 새로운 스포츠웨어로 불리는 복식.
4) 민족복에서 힌트를 얻은 소박하고 민속적인 느낌의 복장. 동양적인 오리엔탈 룩으로 많이 해석되기도 한다.
5) 훅을 이용하여 가닥 상태의 재료를 천으로 만드는 과정 또는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글 | 강선아_㈜디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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