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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문화사 | 난방

난방방식과 우리의 주생활문화에 대한 이해

이 땅에 조영된 건축물은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된 유무형의 다양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그곳을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체험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 건축물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유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건축물은 오랜 시간 그곳에 살았고 사는 사람들의 삶과 그 사회의 시대적 결과물이고, 이런 것이 쌓여 개인 또는 한 집안, 더 나아가 한 지역 및 국가의 문화가 된다. 사람들은 건축 공간과 문화를 오감으로 인지하고 감성과 이성으로 체험한다. 단순한 장소 또는 공간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그들의 의식 세계 또는 가치관과 결합하면서 문화경관이 된다. 더 나아가 이것은 이용자 또는 관찰자의 시간과 결합하여 역사문화경관이 되고, 이들이 쌓여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 된다. 이런 역사문화경관은 일정 시간을 거치면서 개인 또는 지역, 국가의 전통이 된다.

전통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에 이르는 동안 생성과 소멸 등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미완에서 완성체가 된다. 우리가 이런 전통을 살펴보는 것은 과거의 삶과 문화를 살펴보는 것을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통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자 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들이 살았던 장소와 건축 공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삶의 일상과 생활방식의 변화, 전통문화 등을 담고 있다. 최근 우리의 삶과 삶의 방식, 주생활문화는 여러 면에서 많이 바뀌었는데, 특히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 및 기술의 발전은 주생활문화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현대화된 주생활방식은 바닥의 요에서 침대의 시트로, 좌식에서 입식으로, 저층에서 고층화 등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같은 삶의 방식 변화에 따라 건축공간도 점진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주거문화는 변하는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것도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불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불을 직접 이용한 전통 온돌의 난방방식은 우리의 주생활문화를 이끌어왔다. 전통적으로 구들을 놓고 난방하는 온돌이 정확히 언제부터 우리 주거문화의 보편적인 요소로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닥을 데우는 방법은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닥을 데우고 잠을 자는 것을 불변의 진리처럼 생각하고 그런 공간에 살고 있다.

 

초기 주거공간은 움집을 파고 중앙에 모닥불을 지펴 실내 공기를 따뜻하게 난방하여 추위를 극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유추는 옛 주거지 중앙에 있는 화덕 흔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때 난방 연료는 목재부터 동물의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경우는 한 주거공간에서 취사와 난방, 취침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초기 온돌은 실내 일부에 구들을 깔고 불을 지펴 실내 공기를 따뜻하게 난방하여 추위를 극복했다. 이때 실내에서 취사와 난방, 취침을 동시에 하면서 실내에서 입식생활을 했을 것이다. 이후 실내 전체에 구들을 깔고 불을 지펴 실내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방식이 보편적인 난방방식이 되면서, 실내에서 신을 벗고 생활하는 주생활문화가 정착되었다. 바닥을 데워 실내 공기 온도를 올리는 방식은 실내에 벽난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실내 공기 온도를 올리는 방식과 다른 주생활문화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온돌 방식의 난방은 바닥의 구들장을 데워 바닥에 축열된 따뜻한 온기가 오래 유지하면서 실내 공기의 상태를 조절하지만, 실내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벽난로와 같은 난방방식은 실내 공기를 데워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지만, 실내 공기 상태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때 다양한 현대적 기기를 통해 공기 상태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난방재료의 변화는 난방방식과 주거공간, 주생활문화를 점진적으로 바꿔 놓았다. 근현대기 난방재료는 초기 자연 상태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건초와 목재, 동물의 배설물에서 1차 가공한 화석연료 석탄로 바뀌었다. 기존 온돌은 석탄을 가공한 연탄을 수용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했지만, 이후 연탄의 열기로 물을 데워 바닥을 난방하는 연탄 온수 보일러로 발전했다. 연탄 온수 보일러는 고래 둑을 쌓고 구들을 깔고 바닥을 데우는 전통적 온돌을 우리의 주거공간에서 점진적으로 밀어냈다.

연탄 온수 보일러의 난방방식 수용은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김장하면서 나무 대신 연탄을 집안 헛간 또는 처마 밑에 가득 쌓고 월동 준비하는 주생활문화로 바꿔 놓았다. 연탄 온수 보일러는 전통적인 주거공간의 구조 변화 없이 정착하면서, 부엌에서 난방과 취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후 온수 보일러는 연료를 연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난방과 취사가 분리되어 부엌 공간의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 이런 변화는 도심 및 농촌지역 단독주택의 주거공간보다 도심의 아파트 등과 같은 공동 주거공간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공동 주거공간의 난방은 주거단지의 중앙 난방시설 또는 주거지역의 지역 난방시설을 갖추어 열을 공급하여 난방하도록 했다. 단일 주거공간은 다양한 난방 연료를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연료가 전기와 가스다. 현재는 대부분 난방방식은 이들 난방 연료로 물의 온도를 올려 바닥에 흐르게 하여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전기를 흐르게 하거나 화학물질에 전기를 흐르게 하여 바닥 온도를 올리는 방식이다. 오늘날 우리의 주거공간은 난방과 취사가 완전히 분리되어 취사가 취침 공간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주생활문화가 바뀌고 있다. 온돌은 모닥불을 지피면서 시작한 것이 방 일부를 따뜻하게 하는 방식, 이후 방 전체를 데우기 위해 지금과 같은 온돌의 난방방식으로 변했다. 이때 난방 연료는 과거 동물의 배설물과 나무에서 오늘날 연탄으로, 기름으로, 전기로, 가스 등으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 주거문화 및 공간, 건물 형태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 공간에서 사는 방식도 흙바닥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변화하였고, 다시 지금은 침대로 올라가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삶의 변화에 따른 실공간 변화는 살림집 이외 기타 건물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 시대, 한 지역, 한 민족, 한 국가의 전통문화가 형성되어, 또 다른 이웃 문화와 차별화된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만들어낸다.

오늘, 우리가 온돌을 살펴보는 것은 모두가 구들은 놓고 살자는 것이 분명히 아니다. 구들에 담긴 지혜를 배우자는 것이다. 잘 놓은 구들은 윗목부터 따뜻해지기 시작하여 아랫목 쪽으로 점점 따뜻해지면서 실내 전체가 따뜻해진다. 이런 이유는 아랫목의 구들장이 윗목보다 두껍기 때문이다. 또한 구들은 아궁이의 열기를 서서히 품었다가 실내에 열기를 조금씩 내뿜어 실내 공기를 데우고, 윗목부터 온도가 내려간다. 이때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 차가 생기게 되어, 실내의 윗목과 아랫목 공기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움직이는 공기는 실내 이용자에게 쾌적함을 제공한다. 공기는 인간에게 있어 어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온돌은 단순한 난방방식을 넘어 실내 공기 상태를 조절하여 공간 이용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구들을 이용한 난방방식은 오늘날 아파트와 같이 정지된 공기 속에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실내 공기의 대류 속에 삶을 사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거 환경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게 한다. 오늘날 살림집은 대부분 온수 보일러로 난방하고 창문을 꼭꼭 닫아 실내 공기가 정적이고 건조지면 가습기를 사용한다. 따라서 정지된 공기를 마시며 살 것인지 흐르고 살아 있는 공기를 마실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으로 남게 되었다.전통문화는 가까운 이웃 나라 또는 먼 나라의 전통문화와의 만남을 통하여 끊임없는 충돌・흡수, 소멸 과정을 통하여 성장하거나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일련의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전통문화는 기존 전통문화를 밀어내거나 기존 전통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거나 기존의 문화를 튼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통문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과 그 삶의 방식, 가치관, 衣・食・住・思 그리고 인간의 행위를 담고 있는 주거공간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주거공간은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이지 않는 요소가 녹아 있는데, 특히 거주자의 주생활문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과거 선배들은 주거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혜를 동원했는데, 그 지혜는 내일을 살아갈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방식을 제시한다. 또한, 주거공간에 표현된 지혜는 우리의 삶과 삶의 방식, 주생활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글 | 정연상_국립안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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