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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소장한 | 소반

소반

소반小盤은 ‘평평한 반면盤面을 가진 작고 낮은 상’이며, 주로 ‘음식이나 식기 등을 놓거나 운반하는 식생활 용구’로 많이 쓰인다. 기물 자체를 일컬을 때 ‘반’, ‘차림’의 개념이 들어가면 ‘상’이 붙지만 혼용되어 쓰인다. 소반에 밥을 놓으면 밥상飯床, 술과 안주를 놓으면 주안상酒案床, 차와 과자를 올리면 다과상茶菓床, 떡 시루를 올려놓으면 시루상으로 그 쓰임이 다양하다. 소반은 일상식 차림 외에도 백일, 돌, 혼례, 상례, 제례 등 관혼상제 통과의례나 1년을 단위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세시의례 등 의례상 차림에도 필요하였다. 예를 들면 혼례에서 폐백상이나 합환주상合歡酒床, 함을 놓는 봉칫시루상 등이 그렇다. 민간신앙에서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치성’을 드릴 때도 필요하였고, 사대부들의 특별한 행사인 계회契會 모임에서 주반酒盤으로도 쓰였다. 또한 ‘차림용’외에도 빚은 만두나 송편을 얹거나 칼국수를 만들 때 면발이 서로 붙지 않도록 펼쳐 놓기도 하는 등 간접 조리용으로도 쓰였다.

전통 가옥구조상 소반을 이용할 때는 부엌이나 찬방에서 차린 상을 식사공간인 방으로 날라야 했기에 ‘운반’ 기능이 필요하였다. 때문에 소반을 만들 때 무겁고 구하기 어려운 소재보다는 가볍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나무 소반이 흔하였다. 목재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를 많이 사용하였고, 상의 윗 판인 상판과 아랫부분인 하장의 나무를 같거나 또는 달리 쓰기도 하였다. 통나무로 천판과 다리를 함께 만든 통각반筒脚盤이나 황해도 해주지역의 해주반은 같은 나무를 주로 쓰지만, 나주반의 경우 윗부분 상판은 은행나무, 아랫부분 운각은 버드나무를 사용하는 등 달리 쓰기도 하였다. 통영반 상판은 느티나무를 많이 쓴다고 알려져있다. 은행나무 소반은 행자반杏子盤, 느티나무 소반은 괴목반槐木盤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무 소반의 방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옻칠이나 기름칠로 길을 들인다. 칠을 하면 칠반漆盤, 칠하기 전은 백골반白骨盤이라 하였다. 소반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개 소반을 들고 가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어깨보다 약간 넓게 재단하여 들기에 편안하게 하였으며, 또 두께를 얇게 깎아 무게를 줄이고, 상을 들 때 나르는 사람이 몸을 심하게 구부리지 않아도 되고, 상을 받는 사람이 팔을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을 높이로 다리 기둥을 세웠다. 또한 소반을 나를 때 올려놓은 그릇들이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상판의 가장자리 즉 변죽또는 전을 상판보다 높게 하는데, 통판을 파서 제물변죽을 만들거나, 변죽을 따로 만들어 둘러 붙이기도 한다. 특히 추운 겨울, 물행주질 한번이면 소반위에는 살얼음이 얼었을 것이고 그 위에 놓인 그릇들이 썰매타듯 미끄러지기 쉬웠을 테니 변죽의 높이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 안전 했으리라. 소반은 위의 평평한 반 부분과 아랫부분의 하장다리[脚], 운각, 중대, 족대으로 이루어지는데, 반과 각의 형태별 특징에 따라 이름짓기도 한다. 때문에 한 소반은 여러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소반의 상판을 천판天板이라고도 하는데 천판이 원형이면 원반, 꽃 모양이면 화형반, 사각형모양이면 사각반, 변의 수에 따라 8각반, 12각반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 상판에 기능성을 더하여 소반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합환주상은 상판에 구멍을 뚫어 잔을 놓을 수 있는 잔상盞床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소반을 지지하는 다리는 좌식생활에 적합하며, 음식을 들기에 불편함이 없는 높이로 제작되었고, 상판을 잘 받칠 수 있도록 중대나 가락지를 끼우고 다리 끝에는 족대를 달아 견고함을 더하였다. 다리 수에 따라 단각반單脚盤, 이각반二脚盤, 3족반, 4족반 등으로 불리지만, 호랑이 다리 모양의 호족반虎足盤, 안쪽으로 굽은 개다리 모양의 구족반狗足盤, 말 다리 모양의 마족반馬足盤, 대나무 모양의 죽절반竹節盤 등 다리 형태에 따라 부르는 것이 흔하다.

 

소반은 생산지에 따라 지역성을 보이는데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이 대표적이며 이들의 특징은 ‘해주반형’ 등 처럼 쓰여 제작형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일부 특징은 혼용되어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 특징으로는 천판의 경우 통영반이나 해주반은 제물변죽이 많지만 나주반은 천판의 나뭇결과 반대인 ‘엇결’의 변죽을 둘러 뒤틀림을 방지한다. 나주반의 다리는 천판에 붙인 운각에 끼우는 형태로 세우지만 통영반은 천판에 직접 세운다. 나주반 장인에 의하면 소반 모서리 쪽에 운각을 붙일 때 다른 지역은 잘라 붙이지만 나주반은 휘어 붙인다고 말한다. 또한 중대도 나주반은 (등)가락지라고 부르며 다리 상부에 끼우지만, 통영반은 윗중대와 아랫중대를 둘러 견고함을 더한 것이 많다. 소반의 구조를 살펴보다 보면 소반에 ‘귀’도 있고 ‘코’도 있고 ‘목’도 있다. 소반의 모서리를 ‘귀’라 하고, 호족반 다리 끝부분의 외반되어 오똑 나온 부분을 ‘코’라 하며, 다리를 족대에 끼워넣어 결속시키기 위해 길게 내어 만든 부분을 ‘목’이라 한다. ‘귀’의 모양도 지역성을 보여주는데, 나주반은 단순한 귀접이를 하지만 해주반이나 통영반은 능형菱形으로 둥글린다. 해주반은 두 개의 판각을 대어 기둥을 세우는 이각반이며 판각 사이에 운각을 단다. 판각에는 십장생이나 수복문, 만사형통 길상의 뜻을 담은 만자문 등의 무늬와 투각으로 투조의 화려한 멋을 더하였다. 여기 소개하는 해주반 판각에는 희자와 봉황문이 투각되어있고 판각은 천판에 고정되어있다. 통영 지역은 특히 나전칠기 문화가 융성하였으므로, 천판에 운학문 등을 나전으로 새겨 소반의 아름다움을 더한 자개반이 많다. 여기 소개하는 자개반에는 자개로 꽃과 나비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이 때문에 해주반과 통영반은 나주반의 간결한 미에 비해 화려하다고 알려져 있다.

소반은 그 쓰임이 다양하였기에 집집마다 적게는 3~4개, 많으면 수십 개를 갖고 있을 정도로 필수적인 살림살이였다. 대갓집에서는 수십 개의 반을 부엌이나, 찬방, 마른광 이나 대청 뒤쪽 선반 위에 올려놓고 썼으며, 민가에서는 벽에 걸거나 다락, 광, 마루 위 선반에 소반을 보관하였다. 시장에 소반을 내놓고 파는 모습이나, 많은 수의 소반을 지게에 지고 팔러 다니는 등짐장수도 볼 수 있었고, 고장난 헌 상을 고치는 직업도 있었다. 흔히 족대 부분을 벽에 걸기에 수리가 많이 필요하였으리라. 그러나 소반의 사용은 새로운 주거 양식의 등장과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기존의 재래식 수공업 대신 합판 등 다른 재질의 산업화 소반을 만들게 되면서 변화가 오게 되었다. 여기 소개한 소반들은 모두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본관 전시관과 파주관의 수장고 이곳저곳에서 관람객들이 찾아보아 주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15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소반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해서 지금은 사라져간 소반, 고품격 자연미가 넘치는 소반을 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기대해본다.


글 | 정현미_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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