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에서는 #3 | 한약방 조사보고서

한약방 한약업사의 하루

경상남도 진주 남성당한약방의 김장하 선생님은 1944년생으로 1962년에 실시된 한약업사 시험에 붙은 뒤에 1973년에 진주로 이주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데 지금까지 늘 이상하게 손님이 많다.”라고 겸손이 몸에 배인 김장하 선생님의 남성당한약방에는 코로나 19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아 전혀 변한 게 없을 정도이다. 한약방이 너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다는 김장하 선생님은 마음은 누구보다도 부자지만, 번 것에 비해 재산적으로는 가장 가난한 분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번 것을 모두 사회에 되돌려주었고, 지금도 그런 선행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환원을 위해 1983년에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기반을 닦은 후 1991년 9월 명신고를 국가에 기증했다. 남성문화재단을 설립해서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을 하고 있으며, ‘진주문화를 찾아서’라는 책을 내고 있다. 1994년부터는 ‘진주가을문예’를 만들어 문학 신인들을 발굴하고자 시는 500만 원, 소설은 1,0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공모를 하고 있다. 온갖 선행을 다하고 있지만, 진주 사람 아니면 이 김장하 선생님을 아는 분은 매우 적다. 선행은 숨어서 하는 것, 즉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뷰를 원래 거의 안 한다. 그래서 수많은 진주시민은 2019년 1월 17일 경남과기대 아트홀에서 깜짝 생일잔치를 준비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모르고 참석한 김장하 선생님은 화답했다.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삶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장하 선생님

김장하 선생님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20여 년 전 진주시의 사회운동가들이 모여서 시장 후보를 내보자고 500여 명이 모여서 콘클라베Conclave1)처럼 후보를 추천해 보았다.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으나 안 한다고 사양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전에 지역 유지에게 인사드리고자 직접 찾아왔다. 차 한 잔하면서 한 말씀 부탁드리자 김장하 선생님은 “정치 9단한테 무슨 말을 하겠나!”라며 우리 사회 큰 어른의 품위와 겸손을 보였다. 몇 년 전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고 박원순 시장도 찾아왔었는데 김장하 선생님은 함께 사진도 찍지 않았다고 한다. 한약업사나 진주시민을 넘어 모든 우리 국민이 존경해야 할 김장하 선생님의 업적과 그 일화를 적으려면 책을 한권 더 내야 할 정도로 많다. 인터뷰를 사양하던 김장하 원장님은 최영두 전 한약협회 회장명예회장의 추천과 새벽부터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의 정성이 안타까워 거의 처음, 짧지만 제대로 된 조사 시간을 내주셨다. 함께 찍어주신 사진은 평생의 보물이 될 것 같다.

전라북도 전주 동아당약방의 양복규 한약업사는 1938년생으로 다섯 살 되던 해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고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처음 본 전라북도 시험에서는 불합격되었지만, 경기도에서 시험에 붙어 1961년 전주로 이전하여 개업했다. 1980년 5월 15일 양복규 선생님은 전주에 동암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지금도 운영을 하고 있다. 1988년에는 전북장애인 복지관을 수탁해 개관하고 1990년 동암재활원을 설립했으며, 장애학생들을 위한 동암재활 초·중·고등학교도 설립했다. 누구의 보조도 받지 않고 “자동차와 같이 돌진해서 살아라!”라는 의미로 차돌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장애인으로 겪어야 했던 고통이나 슬픔은 말로 다 못해요. 그러나 결코 절망한 적은 없습니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정상인보다 두 배 이상 노력했지요” 한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전주대학교에서 퇴계 선생의 심학을 현대판 심리학으로 13년간 강의한 바 있다. 아울러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초중고 교사 대상으로 교육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이외에도 양복규 선생님은 전주시 정책자문위원, 전북도 정책자문위원, 전북도교육청 행정쇄신위원, 대한한약협회 대의원 의장 등을 역임하고 중화민국 국립의학연구소 고문, 전북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자문위원장,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등 한 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양복규 선생님

자타가 공인하는 전북지역 장애인들의 대부 양복규 선생님은 그렇게 자신의 두 발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1급 지체 장애인이면서도 정상인보다 훨씬 할 일이 많고 선행으로 바쁜 사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저서로는 『건강편람』1976, 『건강철학』1987, 전북일보에 연재한 글들을 7편으로 엮은 『굴뚝속에호롱불』1999, 『건강요람』2010 등의 저술활동도 지속하여 지금도 지역연구와 교육, 그리고 한방에 대한 글을 왕성하게 쓰고 있다. “건강비결은 마음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마음을 나태하거나 방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주시민 의장과 허준 의학상,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 전북사회복지 대상, 자랑스러운 전북인상, 전북대학교 시민상, 국민훈장목련장 등 다수의 상과 훈장을 받았다.

경남에 김장하 선생님이 있다면 전북에는 양복규 선생님이 있다. 이외에도 강원도 원주에는 황중원의 류황림 선생님, 제주에는 조천당한약방의 한태만 선생님, 경남 창원에는 덕수당한약방의 예시영 선생님 등 한방은 물론 사회공헌을 한 수많은 훌륭한 한약업사들이 있다. 근현대생활문화 조사연구의 일환으로 발간된 『약재 한 첩에 담긴 정성 : 한약방 한약업사의 하루』는 20세기 우리 국민 건강의 지킴이였던 한약업사의 삶을 최초로 기록하였다.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한의사들의 산파역을 했으며 무엇보다도 무의촌, 무약촌에서 서민들의 건강을 지켜온 한약업사의 생활문화를 여실하게 담은 타임캡슐이 될 이 보고서를 통해서 국민들이 존경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으로서 그리고 우리의 귀중한 인간문화재로서의 한약업사들의 삶이 재조명 되기를 기대한다.

1)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의


글 | 하도겸_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