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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 대구섬유박물관 공동기획전

섬유도시 대구가 변화시킨 우리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대구섬유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2021 K-museums 공동기획전 <대구섬유, 우리 삶을 바꾸다>를 개최하였다. ‘K-museums 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상호 협업하여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사업이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대구섬유박물관은 대구광역시가 건립하고 대구경북 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으로 2015년 개관하였다. 지역민속문화 활성화를 위해 공모에 참여하여 2021년 협력 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제 선정과 기획, 디자인, 홍보 등 전시 전 과정을 긴밀하게 협업하여 성공적으로 지역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공동기획전을 선보일 수 있었다.

2021년 두 번째로 개막한 대구섬유박물관의 공동기획전 <대구섬유, 우리 삶을 바꾸다>2021.9.16.~11.21.
이번 전시는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섬유산업 중심지 대구의 성장 과정과 섬유를 만들고 판매한 사람들, 그로 인해 변화한 우리의 삶을 조명한 전시이다. 이를 통해 대구섬유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다루고 있는 섬유 산업사 내용을 관람객들이 생활사적인 측면에서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대구에서 섬유를 만들고 판매한 지역민의 이야기와 대구의 주요 생산품인 면·모·나일론 섬유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다양하게 쓰인 사실을 담는 데 집중하였다. 대구는 일제강점기부터 많은 제사製絲공장이 있었다. 광복 후 이를 불하받아 출범한 섬유공장들은 빠르게 복구되어 가동되었다. 6·25전쟁 후 경인 지역 방직공장은 크게 파괴됐지만, 대구는 피해가 적어 국내외 원조를 받으며 한반도 최대 직물 산지로 발전하였다. 섬유공장들이 모여 형성된 공단은 자연스럽게 대구시민과 인근 경북·경남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일터가 되었고 이들의 손을 거쳐 생산된 제품은 서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섬유도시 대구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러한 대구와 섬유 이야기를 담은 이번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되며 1부 <대구, 섬유를 꽃피우다>, 2부 <대구섬유, 생활을 바꾸다>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대구, 섬유를 꽃피우다>
1부 <대구, 섬유를 꽃피우다>에서는 6·25 전쟁 이후 한반도 최대 직물 산지로 발전하게 된 대구의 섬유산업과 공장노동자들, 그리고 섬유를 판매하는 시장 상인의 이야기를 통해 대구섬유가 전국으로 확산된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코너 <섬유산업, 대구의 씨앗이 되고>에서는 대구가 면직물, 모직물, 나일론을 필두로 국내 섬유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구의 대표적인 섬유기업인 삼호방직, 내외방직, 대한방직, 제일모직, 한국나이롱 등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지도와 관련 사진, 제품의 상표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코너 <대구사람, 꿈의 섬유를 만들고>에서는 섬유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섬유공장에서 근무한 산업 역군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특히 인터뷰는 섬유가 단순히 생계수단임을 넘어 꿈이자 희망이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대구시민들에게 섬유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세 번째 코너 <대구섬유,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리고>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의류·원단 도소매 시장인 서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간 대구섬유와 상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부 <대구섬유, 생활을 바꾸다>
2부 <대구섬유, 생활을 바꾸다>는 주요 섬유 생산품 가운데 전국적으로 인기 있었던 옥양목, 양복지, 나일론 등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변화한 우리 일상을 근현대 자료로 담은 공간이다. 첫 번째 코너 <옥양목, 혼수에도 빠지지 않고>에서는 1950년대 생산·보급 된 면직물 중 모든 이들이 선망하던 옷감이자, 혼숫감으로도 사용되었던 옥양목과 옥양목으로 만든 제품들을 소개한다. 옥양목은 표면이 옥처럼 고운 하얀 서양무명으로 부드럽고 섬세하여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직접 지어 보낸 ‘옥양목 버선과 앞치마’, 혼수품으로 준비한 ‘상복용 치마저고리’, 옥양목 ‘보자기’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코너 <양복지, 누구나 양복 입은 신사가 되고>에서는 1956년 대구 제일모직의 골덴텍스 양복지를 필두로 품질 좋은 국산 양복지가 서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마카오 신사를 물리치며 비싼 수입 양복지를 대체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 코너에서는 국산 모직물의 신호탄을 울린 제일모직의 ‘골덴텍스 양복지’와 ‘맞춤 양복’ 등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코너 <나일론, 멋쟁이 아가씨의 스타킹에서 모기장까지> 에서는 지금은 매우 흔하지만 처음 국내에 소개된 1950년대에는 고급 섬유로 취급되며 멋쟁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급 섬유 나일론을 소개한다. 수입에 의존하던 나일론이 저렴하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대구의 한국나이롱(주)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부터였는데, 이곳에서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일론 스타킹’, ‘한복’, ‘낙하산지 블라우스’, 등의 의류뿐만 아니라, 나일론이 ‘모기장’, ‘우산’, ‘칫솔’ 등 생활용품에도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 사실을 재조명하고 있다.

포켓공간, 섬유와 함께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다
마지막으로 준비된 포켓공간에서는 1950~80년대 주거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공간 곳곳에서는 당시 우리와 함께한 면·모·나일론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곳의 전시품들은 관람객들에게 과거에 대한 공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섬유가 전하는 유행과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대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섬유도시의 호황기를 기억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과거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섬유공장에 다녔을 정도로 섬유와 밀접한 곳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섬유도시 대구와, 대구섬유를 만들고 판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우리 생활 속 섬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섬유도시 대구의 미래를 다시 한 번 그려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이태현_대구섬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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