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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 2021 트렌드 전망

나의 세계를 움직이는 해 – 빅데이터 키워드로 만나는 2021년

2020년은 그 어떤 해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2021년 백신이 상용화될 예정이기는 하나, 코로나는 이미 우리의 생활과 생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우리도 모르는 새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21년은 2020년에 겪었던 경험을 통해 발전하거나, 바꾸거나, 확장하는 한 해가 되리라 예상한다. 이 글에서는 생활변화관측소에서 2020년 분석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일상, 소비, 식음, 여행, 경제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누어 올 한 해 사람들의 생활 흐름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일상 | 확장되는 나의 시간, ‘루틴Routine
2021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일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들이 위협받으며 특별한 경험보다는 내 일상을 다시 돌아보았고, 일상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남기는 일들이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루틴

일상의 대표적인 키워드인 ‘루틴1)’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언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키워드이다. 2017년 10만 건당 6.5건 언급되다가 2020년 8월 기준 46.5건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에서 규칙적으로 반복 가능한 루틴을 만들어 행하고 있다. 루틴은 거창하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떠서 5분간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퇴근 후 카페에 앉아 토익 문제집 3장을 풀고 집에 가는 것도 모두 개인의 루틴이다.
루틴은 꾸준히 쌓였을 때 비로소 의미 있게 남는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러한 루틴을 ‘기록’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것을 남겨두는 것도 의미 있다는 것이다. 공부, 습관, 운동 등 일상 속에서 사소하지만 꾸준히,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또다른 나의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소비 | 환경을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2020년 가장 주목받았던 영역을 꼽자면 아무래도 ‘환경’이다. 여름에 큰 장마를 겪으며 환경 오염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코로나로 인해 집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보았다. 머나먼 북극에서 북극곰이 죽어간다는, 내 일상과 괴리감이 있는 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 문제를 몸으로 인식하고 일상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작년에 얻은 이 깨달음을 구체적 실천으로 옮길 해라고 예측할 수 있겠다.

제로웨이스트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제로웨이스트’는 2018년 첫 등장 이후 2년만에 1만 건 이상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엔 키워드 언급량 자체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이 어쩌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 배송, 배달 어플 등을 이용하며 내가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체감했고,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에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고, 배달용기 대신 냄비를 쓰는 사람은 괴짜나 ‘예민러’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2020년을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일상 속 이러한 예민한 환경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다. 실제 새벽 배송을 하는 업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에서 종이포장과 재활용 포장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용기를 들고 오면 할인해주는 음식점이나, 재활용 용기에 ‘리필’해주는 생활용품점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실천 외에도 기업들에게도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소비에서 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졌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모두 환경에 대한 단단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식음 | 건강과 나를 위한 비건Vegan
식음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를 보자면 ‘비건’이다. 기존의 ‘비건’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어쩌면 다소 부정적일 지도 모른다. 생채소만 먹고,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으로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조금 올드한 비건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20년의 행태를 기반으로 한 2021년 비건 트렌드는 옛날의 비건과 조금 다를 것 같다. 비건 생활양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환경오염과 동물실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일상적으로 윤리성을 따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약 5천 건에 머무르던 ‘비건’ 언급량은 2020년 5배 이상 상승했다. 비건의 양상은 이전과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이전에는 사람들 인식 속 비건이 ‘샐러드만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신념과 생활양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완벽한 채식을 하기보다 채식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생겼고, 두부면, 언리미트unlimeat 2) 등 ‘맛있는’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소비자는 최근 10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 ‘비건 인증’을 받는 제품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 대형마트에서 비건 식당이 등장하는 등, 2021년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채식이 빠르게 자리잡는 해가 될 것이다. 2020년이 비건 제품과 식품들이 등장하는 시기였다면, 2021년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확산하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느슨한 채식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뷰티, 콘텐츠, 패션 등 소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2021년은 공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비에서부터 실천으로 옮기는 첫 해가 되리라.

비건식당_롯데마트

여행 | 해외여행 대신 떠나는 캠핑
여러 분석에서 여행, 관광사업은 2024년쯤 되어야 예년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소셜데이터 상에서도 여가 키워드 순위에서 부동의 1위였던 ‘여행’이 2020년, ‘쇼핑’과 ‘일상’ 등의 키워드에게 역전 당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해석해 본다면, 여행에 쓰던 돈을 일상의 순간들에 쓰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디론가 떠나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행 대신 떠오르는 이동 키워드는 ‘캠핑’이다. 2017년부터 2019년, 90만 건 내외의 언급량을 유지하던 ‘캠핑’은 2020년 180만 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또한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캠핑이 많은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내려왔다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2020년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이 2019년에 비해 확장되기도 하였고, 그 해 가장 ‘힙’한 라이프스타일과 콜라보 하는 각종 카페 브랜드들에서 캠핑용 의자, 폴딩박스 등을 연이어 출시한 것도 이러한 캠핑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캠핑_차박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람들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일까? 그러나 캠핑의 주요 속성 중 하나는 ‘비대면’과 ‘프라이빗’이다. 단순 캠핑이 아닌 ‘차박’이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캠핑’이라는 행위는 일상을 떠나 자연 속으로 떠나는 데 큰 의미를 둔다. 그러나 최근 캠핑의 맥락은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지 않으면서 바깥공기를 즐기고, 내가 잘 아는 사람과 안전하게, 우리만의 공간을 즐기고 싶어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1년에도 캠핑시장에 대한 성장이 기대되지만, 코로나 백신이 상용화 되고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이러한 프라이빗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캠핑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다.

경제 | YOLO는 그만, 저축보다 주식에 집중하는 FIRE족
사람들, 특히 20대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2021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던 트렌드이긴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더 강화된 키워드이기도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번 사는 인생 마음껏 소비하고 살자는 YOLO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20대들은 즐기기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좀 더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래서 YOLO 보다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뜬다.

실제 타 연령대 대비하여 20대 커뮤니티 내에서 2019년을 기점으로 저축에 대한 언급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대표적 경제 키워드인 ‘#주식스타그램’의 경우, 2019년 1만 9천 건 내외에서 2020년 3만 건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주식에 대한 언급은 20대를 넘어 10대들 사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 등에서 다양한 주식 콘텐츠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데이터에서 작년 대비 늘어난 1,096만 개의 증권계좌 중 246만 개, 약 22%가 20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 20대들이 단순히 철없이, 무모하게 도전한다고 보기에는 이제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어려운 취업시장을 뚫었으나 월급만으로는 여유를 누릴 수도, 집을 살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세대이다. 거기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직장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을 경험했고,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 확실시되자 각자의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21년 강화될 청년들의 시대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콘텐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유튜브 콘텐츠와 같은 투잡two job의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조금 더 빠르고 눈앞의 수익이 보이는 주식으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책을 통해 경제 기초를 다지고 시작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제 콘텐츠를 보고 따라하며 이러한 시장에 익숙해지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경제, 특히 주식에 대한 관심과 콘텐츠는 2020년보다 2021년 더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다.

우리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어도 작년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올 한 해를 시작했다. 2020년에서 2021년, 더 강력해지고 트렌드가 될 키워드인 다섯 가지, 루틴, 제로웨이스트, 비건, 캠핑 그리고 주식을 함께 두고 보면 한 가지 방향성이 보인다. 바로 ‘실천’이다.

2020년,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처음으로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2021년은 그 성찰을 기반으로 직접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낼 한 해일 것이라 예상해본다.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희망을 품은 만큼, 강제로 움츠러들었던 작년보다 훨씬 행복하고 역동적인 신축년이 되리라 기원해본다.

1)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
2) 식물성 고기


글 | 조민정_바이브컴퍼니 연구원, 생활변화관측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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