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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 캠핑

코로나 속 8월 이겨내기, 캠핑 떠나실래요?

일상이 된 캠핑
2017년 8월. 무려 일곱 가정이 함께 캠핑을 떠났다. 첫 캠핑이다. 그늘막 하나만 달랑 들고 별 고민 없이 따라갔던 날, 사달은 밤에 벌어졌다. 그늘막은, 폭우에 ‘수영장’이, 강풍에 ‘벙커’가 됐다. 무너진 텐트 입구를 찾아 어둠 속 텐트를 헤맸다. 다음날 아침까지 폭우는 그칠 줄 몰랐다. 몸도 짐도 그냥 차에 몽땅 던졌다. 눈꺼풀 강타하는 빗물을 연신 닦아내며, ‘다신 캠핑하지 않겠다’ 다짐했으니… 몇 주 뒤, 텐트와 의자에 가득 핀 곰팡이를 닦아내며 ‘다신 캠핑하지 않겠다’ 또 다짐했으니…

그로부터 이제 3년째다. ‘더 나쁜 일은 없겠지’ 의구심 속 한 번 가고 두 번 가던 캠핑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더 놀라운 건 주변의 변화다. 대한민국 모두가 캠핑에 흠뻑 빠졌다. 숫자나 데이터보다 더 뚜렷한 건 체감이다. TV에서도 회사에서도 술자리에서도 캠퍼를 접하는 게 일상다반사. 스타벅스도 이케아도 이마트도 코스트코도 ‘오픈런’에 난리다. 경품으로 판매용 캠핑용품을 득하려는 인파몰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 3~5월 캠핑장 이용경험이 있는 카드 소비자는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인터파크의 올해 초 캠핑용품 매출도 전년보다 100%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들도 올해엔 전년 대비 50% 이상 급등한 캠핑용품 매출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젠 캠핑카 시장까지 뜨겁다. 최근 현대차는 소형 트럭 포터를 기반으로 한 포레스트를 출시했다. 5,000만 원 이하로도 살 수 있는 캠핑카다. 이젠 개조업체가 아닌 완성차업체도 본격적으로 캠핑카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국내 캠핑카 등록대수는 2014년 이후 5배 넘게 증가했다. 말 그대로 캠핑 붐이다.

캠핑 붐은 코로나 때문일까?
캠핑 붐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해외여행은 물론, 데이트도 출근도 심지어 등교까지 힘겨운 코로나 시대에 그나마 안전한 나들이를 찾고 찾아 캠핑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분석이다. 캠핑장비 구매비용이 부담될 법하지만, 한번 해외여행 갔다 치면 사실 ‘총알’까지 넉넉한 편. 최근 등산이나 골프가 코로나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캠핑도 호황을 맞이했다. 탁 트인 자연이 품어주니,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허나 뭔가 부족하다. 코로나가 기폭제임은 분명하나, 과연 그게 이유의 전부일까. 그럼 캠핑은 해외여행 대체재에 불과할까. 마스크를 던지고 다시 공항버스를 타게 되는 날이면 중고나라에 캠핑용품이 대거 쏟아질까. 이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라 말하고 싶다. 1990년대를 반추해보자. 그 때도 캠핑 붐이 있었다. 휴가철만 되면 계곡에 바다에 텐트가 가득했다. 당시 유행하던 텐트는 오두막 형태의 케빈텐트. 철봉 폴대에 때론 녹까지 슬어 텐트 한 동 치고나면 철내음이 손에 가시질 않았던 때였다. 텐트를 펼친 곳이 곧 캠핑장이던 시절이기도 했다. 계곡물에 세수, 목욕, 심지어 설거지까지 했더랬다. 돌이켜보면 참 지구에 몹쓸 짓이지만, 그땐 그런 것도 몰랐다. 캠퍼 조기교육까지 인기였다. 아람단, 스카우트 등 초등학생이 손수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치며 단체 야영까지 즐겨했다. 요는, 캠핑은 본래 우리에게 낯선 문화가 아녔다는 점이다. 새로운 놀이문화가 등장한 게 아니다. 멀리 보면, 움막 생활한 원시인도 실크로드를 오간 상인도 전쟁에 나선 군인도 모두 캠퍼가 아녔던가. 코로나 때문에 캠핑 붐이라면,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도 즐긴 우리의 추억은 설명할 길이 없다. 때문에, 위에 던졌던 답은 모두 ‘아니오’다. 캠핑은 해외여행 대체재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 그럼 과연 캠핑의 매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따져보면 쉬운 질문만은 아니다.

‘힘듦’이 캠핑의 매력
캠핑은 캠핑장을 물색하는 것부터 일이다. 수많은 캠핑장 중 거리, 위치, 시설 등 나와 맞는 캠핑장을 고르는 것도 일이다. 예약 가능한 캠핑장을 찾아내는 것도 일이다. 필요한 짐을 고르고 준비하는 것도 일, 짐을 자동차까지 옮기는 것도 일이며, 자동차에 짐을 우겨 넣는 것도 일이다. 도착해서 텐트를 치는 것도 일, 텐트 주변 정리하는 것도 일, 불 피우는 것도 일, 고기 굽는 것도 일, 먼 화장실을 오가는 것도 일, 텐트 철수도 일, 텐트 말리는 것도 일, 짐 정리하는 것도 일. 온통 일 투성이다. 그런데, 우린 왜 캠핑을 갈까. 난 왜 캠핑이 즐거울까.

결론적으로, 필자가 내린 결론은 ‘힘듦’에 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육체의 힘듦’에 있다. 원시인, 상인, 군인은 생존을 위해 캠퍼가 됐다. 우린 즐기고자 캠퍼가 됐다. 목적은 바뀌었지만, 캠핑의 본질은 같다. 생존. 과거엔 캠핑을 통해 생존했다면, 지금은 캠핑을 통해 생존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특히나 현대인은 점점 더 육체 노동의 성취감을 경험할 일이 사라지고 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사라지고 기계가 노동자를 대신하며 논밭에 농부가 사라지는 시대다. 내 땀, 내 발로 성취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농장체험을 보자. 내 주머니에서 내 돈을 꺼내, 먹이를 사고, 먹이 주는 일까지 대신한다. 심지어 내 양이나 소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기꺼이 돈을 쓸 용의가 있다. 주말농장도 마찬가지다.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키울 수 있어서 인기다. 돈을 쓰면서까지 땀 흘리길 원하는 시대다. 돈을 써가며 동물들에 먹이를 주고 돈을 써가며 상추며 고추를 키운다. 그만큼 우린 자연에, 노동에, 성취감에 목말라 있다.

캠핑이 즐거운 이유도 비슷하다. 내 손으로 집 짓고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며 내 손으로 장작을 쪼개고 내 손으로 불을 피운다. 철저한 분업사회에서, 내가 할 수 없던 것들로 치부됐던 많은 것들을 의외로 내가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캠핑에 녹아 있다. 셔츠 가득 땀을 쏟아내며 텐트를 완성했을 때, 그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 만에 철수할 텐트를 스트링 하나까지 집착하는 건, 아마도 태어나 처음으로 내 손으로 만든 내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가 힘들수록 정신은 단순해짐 역시 캠핑의 매력. 복잡한 고민은 캠핑에선 사치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만들며 준비해야 하는 캠핑은 고민할 겨를이 없다. 고민이 있다면, 비가 올 것인가 말 것인가. 바람이 불 것인가 잔잔할 것인가. 투망에 물고기가 잡혔을까 빈손일까. 힘드니까 즐겁다는, 이상한 결론인데, 이상해도 이보다 더 캠핑의 즐거움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캠핑 자체가 일의 연속임은 분명하니… 내가 직접 만드니 즐거운 일이다. 가족이 행복하니 보람된 일이다. 자연과 함께 하니 열린 일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맘대로 하니 신나는 일이다. 그렇다. 우리 인생에서 즐겁게 일을 한다니, 정말 얻기 힘든 기회가 아니던가. 캠핑은 정답이 없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그냥 하고픈 대로 하면 된다. 오토캠핑, 미니멀캠핑, 백패킹, 차박, 캠핑카 사람마다 원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돔텐트, 타프, 타프스크린, 리빙쉘, 쉘터, 면텐트, 티피…, 텐트 스타일도 너무 다르다.

카라반 캠핑 또한 인기가 높다. | Dmitry Galaganov, shutterstock

감성캠핑의 유행
요즘은 젊은 캠퍼들 사이에선 ‘감성캠핑’이 유행이다. 이 역시 정답은 없다. 워터저그, 파라솔, 가스워머, 앵두전구, 우드쉘프, 인디언행어, 가랜드…. 소위 ‘감성템’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인기에 품절 대란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이들 아이템 역시 누군가엔 ‘감성’이고 또 누군가엔 ‘극성’이다. 개인적으론 미니멀한 캠핑을 즐기는 탓에, 또 아기자기함과 거리가 먼 탓에 ‘감성템’은 별로 인연이 없지만, 감성캠퍼 그들 나름의 성취감을 당연히 존중한다. 누군가는 튼튼한 집을 원하고 또 누군가는 예쁜 집을 원하며 또 다른 이는 큰 집을 원하니까. 감성캠핑이 아니라서 창피하다거나 소위 인기 아이템 하나 없다고 눈치보거나, 그럴 필요 전혀 없단 얘기다. 정답은 없으니 그냥 편한대로 즐기면 된다. 소나기가 쏟아지니 대형 김장비닐 하나 꺼내 돔 텐트를 덮던 노부부 캠퍼가 생각난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니 바쁠 일도 없다. 개인 취향으론, 그 노부부야말로 지금껏 내가 목도한 캠퍼 중 가장 감성 가득한 캠퍼였다.

‘감성템’ 빔 프로젝터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 imagetoday

캠핑 주의사항
캠핑을 처음 시작해보려 한다면, 무작정 장비를 사기보단 주변 지인 캠핑에 동참부터 하길 권한다. 캠퍼 사이에선 ‘접대캠’이라 불린다. 지인 캠핑용품으로 ‘접대’ 받으며 우선 캠핑이 즐거운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중요하다. 또 캠핑장이야말로 가장 좋은 전시매장. 다른 캠퍼의 장비들을 충분히 구경하고 나서 구매해야 불용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원하는 게 명확하다면 중고품 구매도 권장할 만 하다. 단, 최근엔 캠핑 붐에 따라 사기 피해도 급증하니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 최대한 직거래하고, 불가피하다면 실제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중복해서 확인한다.

캠핑장에선 캠핑 매너가 중요하다. 캠핑장마다 있는 매너시간을 준수하고 개수대 뒷정리도 잊지 말 것. 빈 공간이더라도 타인 사이트 구역 내라면 함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음악 볼륨은 최대한 줄이고, 모든 대화가 옆 텐트에 ‘생중계’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음담패설이나 욕설은 사적으로도 금물. 요즘 같은 때엔 화장실이나 세면대 등 공동시설을 출입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필수 매너다.

사실 가장 무더운 8월은 캠핑에 그리 좋은 계절은 아니다. 덥고 비도 많이 온다. 그래도 요즘처럼 코로나로 일상이 지칠 땐 일단 떠나고 봐야 한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흐르면, 캠핑의 꽃 가을도 성큼 다가올테니 말이다.


글 | 김상수_헤럴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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