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아카이브
모으고, 나누고, 만나다
민속아카이브의 과거와 미래
글 이승재(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 전경
민속아카이브의 출발(2000~2007년)
2000년 무렵, 국립민속박물관에 ‘아카이브’라는 화제가 등장했다. 이 당시 박물관 안팎에서는 민속 관련 기록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존 공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원로 민속학자와 문화재위원들은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했고, 관련 조직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받으며 민속아카이브 설립이 착수되었다. 이후 몇 년 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
2001년부터 예산과 인력 확보에 노력한 결과, 2005년에 2006년부터 5년 동안 집행할 수 있는 신규 예산 25억 원을 확보했다. 2006년에 기본 계획을 세운 뒤 기존 자료실과 팔상전을 새롭게 단장해 아카이브실과 수장고를 마련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석한 포럼도 개최해, 아카이브의 운영 방향과 자료 분류 체계, 메타데이터의 구조 등을 논의했다. 드디어 2007년 5월 8일 민속아카이브를 정식으로 열었다.
디지털 아카이브로의 확장(2008~2020년)
민속아카이브가 자리를 잡은 후의 화두는 “활용”이었다. 민속아카이브는 자료 관리에 그치지 않고,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여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변화되는 매체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2008년 무렵부터 운영 기반을 확충하고, 수집→정리→보존→서비스로 이어지는 업무 단계를 확정했다. 그 흐름에 맞춰 분류 체계와 메타데이터도 마련했다. 그 결과 사진뿐 아니라 영상·오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등록·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관내 열람과 대국민 검색 환경도 점차 갖추게 됐다.
2015년부터 추진된 시스템 개선 사업은 웹 기반으로 접근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동시에 메타데이터 구조는 박물관이 축적해온 경험과 국제 표준(ISAD)의 취지를 참고해 손질했다.
이는 자료 설명 방식의 일관성을 높이고, 검색과 정보 교환, 데이터 공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기에는 민속생활사박물관 협력망을 기반으로 아카이브 정리 지원 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철박물관 등 여러 생활사 박물관과 시스템을 공유하며 자료 정리를 실시했다. 각 기관에서 현실적인 제약으로 방치되던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한 시스템 안에서 디지털 자료로 정리해 나간,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다만 인력 부족과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사업은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파주관 개관과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2021~2025년)
2021년 7월, 아카이브 전용 수장고를 포함한 개방형 수장고와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를 갖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이 문을 열었다. 정보센터는 열람, 전시, 체험이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해, 관람객이 도서와 아카이브 자료를 살펴보고 관련 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했다.
2022년에는 정보센터 안의 전시 구성을 손보며 《기증자의 서가》를 개편했다. 그 결과 기증자와 자료가 정보센터 안에서 관람객들에게 상시 소개되었다. 관람객들은 한 사람의 경험과 일생이 아카이브 자료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2023년에는 실감형 전시를 포함해 체험 요소를 더 넓혔다. 아카이브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고, 시대별 대표 자료를 보여주는 구성도 더했다. 생활 속 노동요를 들을 수 있는 장치, 관람객이 자신의 사진으로 자료를 만들어 보는 콘텐츠도 운영했다. 매년 새로 들어온 기증자료를 소개하는 공간 역시 함께 두어, 기증이 아카이브로 이어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3D 모형을 활용해, 관람객에게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제시해 민속아카이브의 설립 목적을 이해하도록 했다.


〈나만의 아카이브〉 체험 공간
찾기 전에, 먼저 다가가다(2026년~)
민속아카이브는 2007년 개소 이후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왔다. 그 결과 민속아카이브는 현재 110만 점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집 발간, 아카이브 전시 추진,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 설립은 그 축적 과정에서 이룬 성과이다. 다만 자료가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형태가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영상으로 배우고, 즐기고, 소식을 접하는 시대이다.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는 방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2026년 민속아카이브팀에서는 영상 콘텐츠를 핵심 방법으로 삼았다. 귀중한 자료를 더 친절하고, 쉽고, 자주 만나도록 했다. 그리하여 2026년부터 정보센터 안에 3면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갖춘 ‘아카이브 영상실’을 운영하면서 영상 콘텐츠를 상시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6년부터 소장 자료를 바탕으로 한 유튜브 콘텐츠를 매달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첫 시작으로 2월에는 〈1952년 한국전쟁기 부산, 수영강변의 사람들〉을 제작해 정보센터와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앞으로도 아카이브 자료를 영상으로 풀어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료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다른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 수집의 대상은 오프라인 자료에만 한정할 수 없다. 디지털 환경 역시 생활 문화의 한 부분이다. 이른바 ‘디지털 유산자료’들이 주목받지 못한 채 흩어져 있다. 예컨대 야후, 라이코스같이 시장에서 사라진 검색 서비스, 10여 년 전에 남긴 SNS의 한 토막처럼 지금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수많은 장면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민속아카이브팀은 이러한 순간들 역시 자료로 확보하고자 웹 아카이빙을 시도할 것이다. 또한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생활상이 담긴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도 수집하고자 국내외 여러 경로를 이용해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종시에 마련될 세계민속관에 자리할 세계 민속 관련 아카이브 자료 또한 꾸준히 확보할 것이다. 또한 관람객이 더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열람·체험 환경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현안으로 부상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공간도 신설할 계획이다.

아카이브 영상실
개관 80주년을 마주하며
개관 80주년은 더 큰 포부를 밝히는 해이기도 하다. 먼저 2019년 이래로 중단되었던 민속아카이브 자료관리시스템 공동 활용을 다시 이어 가려 한다. 2026년 4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시스템을 공동 활용할 예정이며, 나아가 민속생활사박물관 협력망을 중심으로 사용 기관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자료를 함께 공유하고, 생활사 자료 정리 방식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축적된 아카이브 자료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할 조직의 역량과 규모도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관 80주년을 계기로 민속아카이브는 축적된 아카이브 자료를 더 넓게 공유하고, 더 쉽게 다가가며, 국내 박물관과 협력하는 아카이브가 되고자 한다.

민속아카이브 컬렉션
민속소식 제314호 (2026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