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민속 자료수집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외치는
“비바 오 삼바!Viva o Samba!

글 황기준(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세계로 열린 창’의 시작,
브라질 삼바 자료 수집 및 활용

“비바 오 삼바!Viva o Samba!” 이는 포르투갈어로 “삼바 만세!”라는 뜻으로, 브라질 삼바 축제와 공연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브라질 삼바. 언뜻 보았을 때 이 조합은 낯설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브라질 삼바 자료 수집 사업은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현지 조사, 리우 카니발 자료 수집과 전시 운영, 삼바 음악 공연 개최 등으로 점차 확장되었고, 한국과 브라질 영부인 간 문화교류의 장까지 이어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였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아프리카의 영혼, 삼바의 리듬》
브라질 삼바 자료 수집 사업의 시작은 2031년 세종시에 이전 개관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계민속관 전시자료 확보에서 비롯하였다. 2024년 11월, 수많은 세계민속 중 수집 가치와 전시효과가 뛰어난 ‘세계의 축제’를 주요 수집 대상 주제로 선정하였다. ‘축제’에 주목한 이유는 해당 지역의 특수한 생활상에서 발생하여 예술성이 결합한,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 과정에는 축제에 숨겨진 문화적 연원, 변화상에 숨겨진 사회경제적 의미, 현대 재현방식 조사도 포함하였다.
축제 자료 수집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의 첫 대상은 ‘브라질 리우 카니발’이었다. 매년 사순절四旬節 직전에 열리는 리우 카니발은 준비 기간과 규모는 물론,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 등을 고려했을 때 세계 최대의 축제라 할 수 있다. 강렬한 리듬, 열정적인 춤, 장대하게 이어지는 긴 행렬 등 보는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함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바로 아프리카에서 브라질 농장에 강제로 끌려온 노예들의 고난과 애환을 위로하고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졌던 ‘삼바Samba’라는 음악과 춤 중심의 문화가 축제의 바탕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삼바 전승단체인 삼바스쿨 간의 경쟁적 퍼레이드 형식으로 자리 잡은 축제가 오늘날의 리우 카니발이다.

망게이라 삼바스쿨의 2025년 브라질 리우 카니발 퍼레이드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을 찾아서
본격적으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자료 수집에 착수하면서 우선 리우 카니발, 브라질 축제, 삼바 등에 대한 기존 연구 자료를 분석하면서 관련 내용을 정리하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리우 카니발 자료 수집 네트워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리우 카니발과 관련된 국내외 기관들에 전방위적으로 수소문을 시작하였다. 국내에는 주한브라질대사관, 대학교 내 브라질 관련 학과와 남미 부설 연구소 등에, 브라질 현지에는 주브라질대한민국대사관, 주브라질한국문화원뿐만 아니라 수십여 곳의 삼바스쿨, 박물관, 브라질한인회, 리우데자네이루 관공서에도 이메일과 SNS 등 여러 소통 창구로 문의를 남긴 후 답신을 기다렸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리우 카니발 준비를 마무리하는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했고, 아무런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낯선 한국인들이 리우 카니발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던 중, 2012년 ‘국립민속박물관 문화동반자 연수 사업’에 참가했던 브라질 출신의 하파엘 자모라노 베제라Rafael Zamorano Bezerra(이하 ‘하파엘’)를 추천받았다. 현재 브라질 국립역사예술유산연구소 산하시치우 호베르투 브를리마르스Sitio Roberto Burle Marx, IPHAN 세계문화유산 구역 기술부서장으로 근무 중인 하파엘에게 급히 이메일을 보내 현지 자문위원 활동을 제안하였다. 이후 하파엘이 여러 경로를 통해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의 삼바와 리우 카니발 조사 가능처를 확보하였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연락한 기관들의 관계자와도 미팅 일정을 협의하였다. 그렇게 세부 일정을 다시 정리하여 2025년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장을 떠났다.

남미에서 대서양을 건너 한국으로 온 브라질 리우 카니발 자료
브라질 삼보드로모Sambódromo라는 축제 전용 공연장에서 직접 관람한 리우 카니발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삼바스쿨별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약 4,000여 명이 80분 내외의 시간 동안 4~5개 섹터별로 삼바 음악에 맞춰 기수, 차량 구조물, 악단 구성의 퍼레이드 행진을 하였다. 참가자들은 소속 삼바스쿨의 명예와 승리를 위해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흥겹게 노래를 불렀으며, 수만 명의 관중 또한 모두가 삼바 리듬에 맞춰 축제를 즐겼다. 우리는 리우 카니발 영상과 사진을 촬영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세계민속 전시에 어떤 자료가 유용할지 즉석에서 논의하였다.
또한 망게이라Mangueira 지역에 위치한 삼바박물관에서 관장(닐세마르 노게이라Nilcemar Nogueira)과의 미팅 중, 그녀가 삼바의 대표 작곡자이자 가수인 카르톨라Cartola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르톨라는 유명한 삼바 전승단체인 망게이라 삼바스쿨의 주요 설립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당 단체와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2025년 5월, 하파엘의 도움으로 망게이라 삼바스쿨에서 수집 가치가 있는 자료를 선별하여 다시 브라질로 출장을 떠나 망게이라 삼바스쿨이 2025년 리우 카니발에서 사용한 복식류, 악기류, 조형물(퍼레이드 차량 구조물 일부) 등을 유형별로 수집하였다. 망게이라 삼바스쿨에서도 리우 카니발 자료의 국외 반출은 처음이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주한브라질대사관의 통관 협조 지원과 함께, 선박에 실린 자료들이 남미 일대와 대서양을 거쳐 2025년 8월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였다. 당시 8월 한 달간 국외 전문가 초청 사업으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근무한 하파엘은 우리와 함께 자료를 정리하며 향후 전시를 위한 추가적인 조언과 자문을 하였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전시가 만든 문화교류의 장
2025년 12월, 수집한 망게이라 삼바스쿨의 유형별 자료를 중심으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는 수장고에서 만나는 세계 《브라질 리우 카니발: 아프리카의 영혼, 삼바의 리듬》 전시를 개최하였다. 복식류, 악기류, 조형물 등 30여 점을 활용하여 리우 카니발 현장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삼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축제가 담고 있는 숨겨진 의미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전시 개최 소식은 SNS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저 멀리 브라질에까지 퍼지게 되었고 현지의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26년 2월 말 한국-브라질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양국의 영부인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방문하였다. 놀랍게도 브라질 영부인(호잔젤라 다 시우바Rosangela da Silva)이 SNS에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전시 개최 소식을 보고 방한 시 관람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우리에게 전달해 온 것이었다. 2월 21일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방문한 브라질 영부인은 김혜경 여사에게 삼바와 리우 카니발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앞으로 양국의 문화협력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 영부인이 리우 카니발 전시 개최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박물관의 작은 전시가 양국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전시기획자로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전시의 대미는 삼바 음악 공연이었다. 3월 7일, 평소 브라질 삼바 음악에 깊은 애정을 지닌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Lucid Fall과 전문 공연단이 카르톨라의 노래들을 재해석하여 멋진 공연을 펼쳤다. 삼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우연히 방문한 일반 관람객까지 많은 인파가 몰려 모두가 흥겹게 즐기며 어울린 자리였다. 카르톨라 노래에 담긴 시적인 가사와 음률, 그리고 삼바를 향한 공연단의 진심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오늘도 내일도 세계 축제 현장을 향해 뛴다
브라질 삼바, 특히 리우 카니발 조사와 자료 수집 사업을 진행하며 내내 떠오른 생각은 ‘과연 생각대로 자료 수집이 잘 될까? 브라질 삼바 자료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에 가서 수집한 삼바 자료를 전시로 구현하고, 그 전시로 공연을 열고 국빈 방문까지 이어진, 예상치 못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전시를 보고 큰 관심을 표현하며 즐겨 준 많은 관람객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브라질에서 삼바 자료를 수집하며 느꼈던 점은,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과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고 우리 박물관에 그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이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게이라 삼바스쿨 깃발의 경우 전시자료로서 꼭 필요한 품목이기에 어디에서 구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있던 순간에, 삼바스쿨의 임원단이 가지고 있던 깃발을 우리에게 직접 기증하였다. 그리고 처음에 우리에게 경계심을 보이던 현지인들도 점차 마음을 열면서 리우 카니발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언어의 소통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음의 소통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쉽고 간단할 수 있다. 현재도 국립민속박물관은 지역과 주제별로 다양한 축제를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다. 브라질에 이어 2025년 하반기에는 인도 오남Onam 축제, 2026년 상반기에는 헝가리 부쇼야라시Busójárás 축제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자료를 수집하였다. 첨단기술이 지역 간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소통을 가능케 하고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 경험이 보편화된 지금, 국립민속박물관은 상호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의 장을 제공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세계 축제 현장을 향해 뛰고 있다.

민속소식 제314호  (2026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