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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보물 신·구법천문도병 특별전
《장황 복원 그리고 또 다른 보존, 복제》

국립민속박물관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11월 1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보물 신·구법천문도병 특별전
《장황 복원粧䌙復原 그리고 또 다른 보존, 복제複製》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병풍으로 복원된 보물 <신·구법천문도병>과 그 복제품을 함께 소개한다. <신·구법천문도>가 낱장 상태에서 원래 병풍 모습을 되찾기까지의 과정과 문화유산의 복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국립민속박물관 입수 당시 사진(1995년)

병풍 안쪽에서 발견한 천문도
이 천문도는 충남 천안군 목천면의 한 소장가가 8폭 병풍을 해체하던 중 병풍 속에서 발견한 그림이다. 예전에는 병풍 틀이 귀해서 틀 위의 그림이 손상되면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덧붙여 다시 쓰기도 했는데, 보물 <신·구법천문도>도 다른 그림의 안쪽에 숨어 있었다. 1995년 국립민속박물관에 들어왔을 때는 병풍 틀에서 분리한 8장의 낱장 상태였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보리와 밥알이 그림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병풍에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파손이 되었는지 손상된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2001년 낱장 상태로 보물 지정
천문도가 박물관에 들어온 후, 손상이 심한 그림을 그대로 둘 수 없어 2000년에 보존처리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는 원래의 모습을 추정할 자료가 부족해서 병풍으로 만들지 못하고 최소한의 수리만을 했다고 한다. 연구 과정에서 이 팔폭 병풍식 천문도가 조선의 전통적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영조 대에 새로 만든 서양식 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를 함께 담은 천문도임을 알게 되었다. 2001년에 보물로 지정하면서 이러한 양식의 천문도를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라고 이름 지었다.

<신·구법천문도> 중 1~3폭 <천상열차분야도>

동서양의 천문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구법천문도>
<신·구법천문도>는 조선에서만 제작된 독특한 천문도로, 동서양의 천문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3폭에는 구법이라고 부르는 <천상열차분야도>가 있는데, 북극성을 가운데에 두고 북반구 별자리를 하나의 원 안에 그렸다. 4~7폭에는 신법이라고 부르는 <황도남북양총성도>가 있다. 4~5폭의 황도북성도와 6~7폭의 황도남성도로 구성된다. 이것은 각각 황도를 기준으로 천구를 반으로 나눠 황도의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그린 것이다. 마지막 8폭에는 <일월오성도>가 있는데 위에서부터 해, 달, 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을 그리고 옛 이름을 함께 기재했다. 여기에는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을 묘사하고 있다.

낱장으로 된 <신·구법천문도>의 문제점 발생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낱장 형태의 <신·구법천문도>를 전시하기 위해 나무 틀을 제작해 그림을 틀에 끼워 전시했다. 그러나 그림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가장자리가 손상되는 문제점이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틀이 수축해 문제는 더 심해졌다. 또한 낱장 상태로는 원래의 그림 분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따라서 병풍으로의 복원이 시급해져 본격적인 장황 연구를 시작했다.

그림의 옷, 장황粧䌙
우리가 옷을 입듯, 그림이나 글씨도 옷을 입는다. 그것을 ‘장황’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얘기하면 그림이나 글씨를 감상하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족자나 병풍 등으로 다양하게 꾸미는 형식, 형태, 기술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는 병풍으로 꾸미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게 와 닿을 것 같다.

병풍 장황 설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구법천문도>의 병풍 장황 연구를 시작했고, 총 9건의 <신·구법천문도>가 국내외에 현존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채색 재료 성분과 도상 분석 등 과학적인 분석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보물 <신·구법천문도>가 현존하는 <신·구법천문도> 중 시기가 가장 앞선 것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던 병풍 속틀 종이와 병풍을 꾸몄던 직물 편이 병풍 복원의 계기가 되었다. 병풍 속틀 종이로 원래의 병풍 크기와 구조를 파악했고, 병풍을 꾸몄던 직물 편으로 장황 재료의 재질, 색상, 크기를 파악했다.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다른 <신·구법천문도>를 참고해 병풍 장황을 설계했다.

병풍 장황 설계 내용
➊ ‌1폭의 병풍 틀은 세로 186㎝, 가로는 55.3㎝로 제작하며, 약 1㎝ 높이의 병풍 다리屛風足1)를 남겨둔다.
➋ ‌병풍의 각 폭을 연결하는 종이 경첩인 돌쩌귀乭迪耳는 6등분을 적용한다.
➌ ‌병풍 뒷면을 감싸는 병풍의屛風衣는 올이 굵은 삼베를 쪽 염색한 후, 폭이 좁은 삼베를 손바느질로 연결한다.
➍ ‌상회장上縇2) 없이 약 8㎝의 짧은 하회장下縇2) 만으로 꾸미는데, 수직手織 비단을 쪽 염색하고 연폭連幅 병풍3)의 특성상 2면씩 연결해 붙인다.
➎ ‌병풍띠回粧4)는 약 3㎝ 폭의 문양이 없는 적갈색 정련 견을 기본으로 하여 주황색과 소색素色 종이로 이중 내협內狹, 홍협과 백협 및 외협外狹, 백협을 덧붙여 장식한다.

병풍을 꾸몄던 직물 편
병풍 장황 설계 도면
병풍 속틀 종이
원래의 병풍 장황 추정

조선식 병풍 장황 복원
장황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처리와 병풍 복원을 진행했다. 그림의 결손부는 종이 분석 결과에 따라 대나무 종이竹紙를 적용했고, 결손부를 보강한 부분은 이질감이 없는 선에서 색 맞춤을 했다. 병풍을 꾸몄던 직물 편을 참고해서 병풍띠는 적갈색의 비단으로 염색하고, 병풍 뒷면을 감싸는 직물인 병풍의屛風衣는 쪽으로 물들인 폭이 좁은 삼베를 바느질해 사용했다. 그림 아래를 꾸미는 하회장의 정보는 유사 시기의 작품에서는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도상이 유사한 국립중앙박물관 <신·구법천문도(덕수 1218)>를 참고해 비단을 쪽 염색했다. 병풍띠 제작, 병풍 속틀에 그림 접착, 하회장 접착, 병풍띠 접착, 병풍 뒷면 외발 닥지 접착, 돌쩌귀 옆면 접착, 병풍 다리 채색 등의 순서로 병풍 장황을 마무리했다.

대나무 종이로 결손부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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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맞춤 작업을 위한 아교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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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띠 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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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다리 채색

또 다른 보존, 복제複製
서화나 섬유, 목재 등 유기물로 된 문화유산은 온·습도와 빛에 민감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존환경이 잘 갖춰진 수장고에서 휴식이 필요하다. 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유산[소장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복제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신·구법천문도>도 이런 이유로 복제품을 만들었다. 소장품의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에도 교육과 연구에 복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전시로 <신·구법천문도>가 낱장 상태에서 원래 모습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더불어 문화유산의 복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관람객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특별전 리플릿을 접으면 작은 병풍이 되어 나만의 보물 <신·구법천문도> 병풍을 소장할 수 있다. 또한 특별전(2024. 10. 15.~11. 17.)이 끝난 후에도 복제본은 2025년 10월 19일(예정)까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열린 보존과학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병풍 다리: 병풍 틀의 좌우 골조를 아래로 조금 길게 두어 만든 병풍 굽
2) 상·하회장: 그림의 위와 아래를 꾸미는 부분
3) 연폭 병풍: 그림이 이어져 연결된 병풍
4) 병풍띠: 병풍 주위를 둘러 꾸미는 띠

글 | 전지연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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