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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사통팔달, 네 개의 문을 활짝 열다

고려시대 경기체가에는
‘경긔 엇더하니잇고’ 또는 ‘경기하여景幾何如’를 넣어
사물이나 경치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하지만 여기 <경기京畿엇더하니잇고!>는 조금 다르다.

경기京畿 는 어떠한가,
경기京畿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경기는,
우리가 잘 아는 경기도京畿道의 시간과 삶이다.

흐른다, 경기도

<경기京畿엇더하니잇고!>는 지난 2007년 시작된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자치도가 함께하는 ‘민속문화의 해’ 특별전의 마지막 편이다. 민속문화 보급과 활성화, 지역과 관련된 민속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제주도에서 시작된 전시가 2015년, 전국을 거쳐 경기도에 닿았다.

“지역민속은 그야말로 지역마다 모두 다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이를 조사하고, 발굴하고, 전시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학술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京畿엇더하니잇고!>는 의미가 깊습니다. 그간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으니까요.”

<경기京畿엇더하니잇고!>를 기획한 김형준 학예연구사의 설명처럼, 경기도는 북쪽으로 큰 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넓은 평야를 갖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높은 산, 서쪽으로 바다를 접하는 천혜의 지역이었다. 환경이 이러하니 경기도라는 지역 안에서도 다양한 삶과 민속이 존재했고, 외부에서의 접근을 통해 더 많은 흐름이 일어났을 것이다.

“과거에는 서울에 가려면 반드시 경기도를 지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남로, 의주로 등의 큰 길이 생기고, 그 길을 타고 사람은 물론 물자, 문화도 움직였습니다. 멈춰있는 곳이 아닌 물 흐르듯 흐르는 곳이었죠. 그리고 모든 것들이 모이는 가운데에 ‘시장’이 형성됩니다. 즉 지방과 서울,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며 문화가 집산되는 것을 볼 수 있던 유일한 곳이 바로 경기도입니다.”

직접 걷고 보고 경험한 경기도를 전시장에 옮기다

기획자로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섹션이 있는지 물었다. 그가 지목한 곳은 ‘경기 북부권’. 그가 지난해 직접 민속조사를 진행한 경기도 파주시 임진리의 모습이 담긴 섹션이다. 그는 그곳에서 1년간 상주하며 농사도 짓고, 주민들의 일생의례를 꼼꼼히 조사했다.

“임진리를 흐르는 임진강은 하루에 물이 두 번 들고 빠져요. 강에 그렇게 밀물 썰물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잖아요. 임진리는 그런 임진강에서 내수면 어업을 생업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를 타고 그물을 치면서 물고기를 잡아요. 주민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놓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북부지역에는 그곳 주민들이 현재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어업 도구들을 비롯하여 그가 머물며 조사하며 사용했던 달력, 메모, 나침반, 설계도면 등의 물건들도 만날 수 있다. 펼쳐져 있는 달력은 작년 8월, 그가 꽤 빡빡한 매일을 살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담은 조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경기도의 과거가 어땠는지만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경기도를 볼 수 있는 거죠. 조선 시대, 혹은 그 전의 시간부터 현재 2015년까지 아우르는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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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 엇더하니잇고!’ 전시의 기획을 맡은 김형준 학예연구사와 전시디자이너 유민지 학예연구사

김형준 학예연구사는 실제 이 전시를 앞두고 2박 3일간 경기도를 답사했다. 이 답사에는 전시장을 설계할 유민지 학예연구사도 동행했다. 경기도를 공간화하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경기도의 동서남북을 발로 뛰며 지형과 환경, 생업,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스케치했다.

“경기도는 가는 곳마다 다르더라구요. 바다도, 평야도, 산도 다 나타나요. 그걸 보고 ‘이번 전시에 단 하나의 주제를 잡는 것 보다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정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전시장 네 군데의 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동쪽 문으로 들어오면 경기도의 동부를 볼 수 있고, 남쪽 문으로 들어오면 경기도의 남부를 먼저 볼 수 있어요. 그렇게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중앙의 시장으로 모여들어요. 경기도가 가진 특징을 그대로 옮겨 놓았죠. 아마 여행하듯 거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시장 사방의 문을 모두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전시 관람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쉬이 감행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통팔달, 사람과 문화와 물자가 사방에서 모여들고 흩어지던 경기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방식이기도 했다. 경기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형태다.

“가운데 마련한 시장은 바구니, 소쿠리에서 모티브를 따왔어요. 모든 물건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시장인 만큼, 관람객 스스로가 전시를 이루는 하나의 아이템이 되는 거죠. 네 군데의 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한가운데 시장에 모여들었다가 다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나가는 경기도의 흐름을 자기도 모르는 새에 체험하는 겁니다.”

유민지 학예연구사는 꼭 추천하고 싶은 섹션으로 ‘전망대’를 꼽았다.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이 흐름들을 전시장 가장 높은 곳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서남북 각 지역의 특징은 물론 사람들이 들고, 나는 모습들을 말이다.

관람객이 ‘흐름’이 되어 비로소 완성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김형준 학예연구사, 유민지 학예연구사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시 기획의 메인이 되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 했던, 첫 번째 전시이기 때문이다. 개막식의 흥분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지만, 조금 더 성장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유물 연구도,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착실히 내공을 쌓아 전문가다운 면모를 갖춰야겠다는 다짐이다.

“전시를 진행하기에 앞서 경기도를 조사했기 때문에 경기도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고전했겠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사를 했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발굴하고 조사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정확한 자료는 없으니까요.”

이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는지 묻자, 두 사람 모두 ‘그대로의 경기도’라고 말했다. 경기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 사용하던 도구들을 실제 위치에 놓아두었고, 각 지역의 생활형태를 가장 두드러지게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이 전시를 찾는 이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흐름’을 만드는 동안, 경기전은 비로소 완성된다.

“경기도를 그대로 가져가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기 엇더하니잇고!>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10월 2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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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영상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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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황민정 댓글:

    꼭 아이랑 가고 싶네요 요즘 우리 지역에대해 학교에서 배우는데 경기도를 한눈에 알수있다니 꼭 참석해보아야겠어요ㅅ

  2. 주만지 댓글:

    유민지 학예연구사님 미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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