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었으며 백성들의 삶 그 자체였다. 백성들은 풍년을 위해 일 년 내내 고된 농사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농업에 있어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던 조선시대에는 농사짓는 일 ‘경’과 누에치고 비단 짜는 일 ‘직’의 내용을 그린 <경직도耕織圖>가 제작되었다. 통치자에게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바로 알게 하고, 백성들에게는 표본화된 농사일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임세경 큐레이터에게 <경직도>에 대해 들어봤다.
 
 

농사짓기부터 세시풍속까지,
조선시대 사계절의 기록

 

17세기 말 중국에서 전해져 주로 궁중에서 제작되었던 <경직도>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위한 백성들의 노동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마음에 새겨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있는 정치를 하도록 그려졌다. 또 한편으로는 백성들에게 계절마다 해야 할 농사일을 알려주어 올바로 행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도 제작되었다. 초기에는 궁중에서 제작되어 장식으로 사용되다가 점차 민간에 전파되어 19세기에는 장터에서 유통될 정도로 널리 유행하였다. 일반 가정에서 병풍으로 사용하거나 단폭으로 그려진 <경직도>는 벽에 걸어 장식으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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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도> 90.5×31.5cm, 10폭 병풍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농업과 세시풍속은 우리 선조들에게 중요한 일과 문화였습니다. 농사일을 위해 해의 움직임에 따라 일 년을 24절기로 나누어 ‘농사력’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절기를 보면 언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거두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경직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동안 백성들이 농사를 짓고 비단을 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현재에도 의미가 있는 그림입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은 15점의 <경직도>를 소장하고 있다. 단폭부터 6폭, 8폭, 10푹, 12폭까지 다양하다. 이중 10폭의 병풍으로 제작된 <경직도>는 임세경 큐레이터가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다. 쟁기, 괭이, 쇠스랑 등으로 겨우내 딱딱해진 땅 일구기부터 모심기, 김매기, 추수, 탈곡에 이르는 농사장면과 추수 후 맞이하는 풍요로운 한가위 달맞이까지, 일 년 농사가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1폭은 봄부터 시작되는데 농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거름을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옷감을 짜는 장면은 3폭에서만 그려져 있고요. 재미있는 것은 농사짓고 비단을 짜는 모습 외에 여인들이 새참을 가져오면 농사일을 잠시 내려놓고 모두 모여 먹는 모습, 추수 후 달구경을 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복식에서 의생활을, 새참을 먹는 모습에서 식생활을, 농기구를 사용하는 모습에서 당시 농경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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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가
과거와 현재를 잇다

 

지난해 7월, 국립민속박물관은 2016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경직도 따라 떠나는 시간 여행’ 프로그램을 10주 동안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경직도>에 나오는 장면들을 1폭부터 10폭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직접 체험해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인의 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논갈이와 거름 내기, 도리깨질 등 농사일부터 전통 직물 체험, 노동요 배우기, 인절미 만들기까지 다채로운 체험활동으로 진행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기획하면서 <경직도>를 주제로 하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안의 인물들이 하고 있는 일을 따라서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3폭에 그려진 여인들을 따라 물레질을 해보면서 물레타령을 배우기도 하고, 다듬이질을 하면서 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에 따라 난타처럼 합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린이들이 조를 짜서 누가 더 일정하게 모심기를 빨리 하는지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경직도>를 가까이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삶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면 이보다 특별한 경험이 있을까?
 
“올해에도 ‘경직도 따라 떠나는 시간 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선조들의 농경문화, 음식문화, 의생활 문화를 두루두루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상시전시 2관 전시관을 찾으면 ‘한국인의 일상’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시관 초입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바로 <경직도>다. 한국인의 일상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 순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이 <경직도>라는 것은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_ 임세경 | 국립민속박물관 민속기획과 학예연구사
글_ 편집팀
http://bit.ly/2mrUG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