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는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행사 중에 단연 돋보이는 축제다. 일생의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아로새기기 위한 장소이자,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의 장. 그래서 혼례 때만큼은 부모가 모든 걸 해주고 싶어 하고, 하객들은 자기가 가진 옷 중 가장 좋은 옷들을 꺼내 손질을 한다. 신랑신부와 하객들의 옷 가짐에는 혼례를 대하는 태도가 서려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소수민족의 혼례문화를 파악하러 현지조사를 갔어요. 그런데, 제가 전공한 것이 복식이거든요. 그래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혼례 때 입은 옷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중국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관련자료를 모아왔어요.”
 
김영재 연구관은 중국의 소수민족 혼례를 연구하면서 혼례 때 입은 복식들을 구해 박물관으로 가져왔다. 여러 민족을 만나다 보니, 옷의 재질이나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김영재 연구관은 이 혼례복들이 사실은 ‘그들의 일상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상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결혼할 때 입어요. 물론 자신이 평소에 입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차려 입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에 입는 옷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정성들이고 신경 써서 옷과 장신구, 화장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특별히 혼례복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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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룬춘족 가죽옷
민족이 다양한 만큼 풍습이나 생활 속 일상도 다양하다. 김영재 연구관이 모아온 옷들에는 그러한 민족이 살아가는 자연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혼례복에는 그 민족이 생활하는 방식과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다. 어룬춘족의 가죽옷은 그 지역의 기후와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냥과 수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흔적이다.
 
“일반적으로 가죽옷이라고 하면, 털이 바깥으로 나오도록 만들어서 입잖아요? 그런데 이 가죽옷은 그렇지 않아요. 이들이 사는 지역에는 털이 안으로 들어가고 가죽이 겉으로 드러나게 만들죠.”
 

그런데 이 가죽옷에는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김영재 연구관이 혼례 조사를 하던 도중에 어룬춘족 이장을 통해서 가죽옷 장인을 알게 되어, 어룬춘족의 가죽옷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옷은 그 마을에서 남은 마지막 가죽옷 이었어요. 제가 옷을 구해서 가져가려 했더니, 옷을 건네주신 분께서 한 번만 입어봐도 되겠냐고 부탁하더라구요. 왜냐고 물었더니, 이 옷을 갖고 가시면 이제 이 마을에서 가죽옷을 영영 입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입고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진이라도 남겨 드려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이 옷이 중국을 떠나는 거잖아요.”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최근 도시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옛 방식의 옷을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도시 사람들은 도시의 일상복을 입고 살기에, 결혼할 때도 요즘 옷을 입고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꼭 이것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옷은 시대와 당시 문화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청바지를 입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민족도 있었어요. 이들에게 혼례 때 입는 옷은 지금 자신이 입는 옷 중에 가장 좋은 옷이니까, 청바지를 좋은 옷이라고 여기는 시대의 모습이 반영된 셈이죠.”

 
 

색채의 지혜,
지혜로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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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복이 곧 일상복인 이 문화에서 전통복장의 매력은 혼례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민족에 따라 옷 색깔을 달리했으며, 그 색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훙야오족은 붉은 빛 옷을 즐겨 입는 민족이다. 여기에는 험준한 산간지방에 사는 그들만의 지혜가 돋보인다.
 
“훙야오족 옷은 붉은 색이잖아요? 훙야오족이 사는 곳이 높은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어요. 그런 산속에서 붉은 색 옷을 입고 있으면 눈에 잘 띄니까, 붉은 색은 실생활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그런가 하면, 쪽빛으로 검게 물든 헤이이좡족의 옷은 날벌레를 쫓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었다. 헤이이좡족 역시 그들의 전통복을 입고 생활을 하면 혼례복도 전통복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입기 때문에, 유물만 봐서는 이것이 혼례복인지 일상복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이는 혼례 때 입은 옷을 그대로 일상복으로 입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의 방식과 오랜 세월의 지혜가 옷에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유물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영재 연구관은 이동하는 내내 여러가지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이들의 혼례복은 생활과 혼연일체가 돼있기 때문에, 의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각별하다고. 일상의 가장 행복한 순간과 언제나 함께 하기에 의복을 판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의복에 담긴 자신의 운과 명이 함께 달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민족의 마을은 규모가 작고, 하객들 거의 대부분이 마을 사람들인 까닭으로 결혼식 날짜를 정확히 정하지 않는다.
 
“주로 겨울에 식을 올리죠. 이런 마을의 주민들은 보통 겨울에 한가하고 일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마을사람들 사정을 서로 속속들이 알다보니, 결혼식 날짜를 따로 잡지 않아요. 아는 사람이 다 모이는 날이 결혼식 날인 거죠. 그래서 조사하면서 결혼식 날짜가 언제라고 분명히 말해 주지 않아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되었지요.”

 
 

일상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생애 딱 한번 입는 옷도 아니고,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옷도 아니며, 어떻게 보면 평상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 혼례복을 입은 신랑신부와, 함께 했던 하객들의 행복과 기쁨이 담겨 있다. 김영재 연구관은 이 유물들을 관람객들이 애정을 가지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 이상해. 낯설어.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물건들이 남아 있을 만큼.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경험과 지혜가 담긴 거 지요. 또 혼례는 혼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이잖아요. 혼례복에는 설렘, 수줍음, 떨림. 온갖 축복이 다 담겨있는데요. 그런 소중한 순간을 늘 최상의 모습으로 담아주려고 했던 부모의 마음, 이웃의 마음. 이런 것들이 담겨져 있어요. 소박한 옷처럼 보이더라도,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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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을 올리는 둥족 신랑 신부

장롱을 열어보고 옷가지들을 죽 훑어보면, 이 옷을 언제 입는지 머릿속에 그려질 때가 있다. 가장 좋은 옷이란 특별히 다른 옷이 아니라 입는 사람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가 되는 옷이기도 하다. 그리고 특별한 날에 입는 옷들은 머릿속에 한 두 가지 경험담과 함께 추억속에 남겨진다. 그중 가장 소중한 추억, 빛나는 순간을 간직한 옷, 중국 소수민족에게 혼례복이란 그런 의미였다.

 
 

| 더 자세히 알아보기 : 중국의 혼례문화
 
인터뷰_ 김영재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관
글_ 편집팀
http://bit.ly/2kRHg7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