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색’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우리의 삶에 투영된 다채로운 색의 상징과 색감을 경험하는 전시가 지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 전시의 형태는 우리의 고정관념처럼 새겨진 전통 색에 대한 전시와는 조금 다르다. 특별전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전시를 기획한 황경선 학예연구사와 전시디자인을 담당한 유민지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Q. 박물관에서 ‘색’에 대한 전시를 한다는 것이 신선하다.

 
황경선 학예연구사이하 황경선_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는 색이 있는데, 그 색이 시대나 나라마다 상징하는 것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이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었어요. 색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동서양의 경계 또한 흐려진 지금, 과연 무엇이 한국 고유의 색인지 확인하고 싶었죠. 그런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각각의 색에 숨겨진 뜻이나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맞아, 이런 느낌이었어’라고 가볍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시 제목을 우리말로 색이라는 의미의 ‘때깔’에 한자를 조합해서 ‘때이라고 지은 이유는 우리가 보는 여러 가지 색깔에 ‘때’와 ‘상황’이, 그리고 ‘시대’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어요.
 
유민지 학예연구사이하 유민지_ 일반적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색’ 전시를 한다면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요. 최근 많은 곳에서 색전시를 열었지만, 박물관이 ‘색’을 바라보는 시작점은 그들과 분명 차이가 있거든요.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된 것을 보여주면서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우리가 하게 된 이상 제대로 보여주자, 콘텐츠가 진부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정말 끊임없이 회의를 거듭했어요.
 
황경선_ 저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매개는 ‘유물’이지만, 그것이 평범하게 풀리면 진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생활 속에 스며있는 색을 잘 표현해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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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은 어떻게 꾸며졌는지.

 
황경선_우리의 색이라고 하면 흔히 오방색, 색동 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 색만으로 한정지었다면 아마 많은 오류와 제약에 휩쓸렸을 거예요. 색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유물 또한 잘 보여질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각각의 색을 위한 독립된 공간을 마련했어요.
 
유민지_공간을 구분함으로써 각 색에 대한 심도는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유물이 그 속에서 유물로서 역할 하기보다 그 색을 담아내고 있는 오브제로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 답을 ‘백’에서 찾았어요. 모든 색을 담고 스밀 수 있게 하는 순백의 화선지나 도화지와 같은 공간을 마련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게다가 흰색은 충돌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가장 잘 포용하는 색이기도 하니까요. 하얀 캔버스와 같은 공간을 기본으로 유물의 형태보다는 색감이 돋보일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각 공간의 컬러테마를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어요.
 
황경선_백에서 시작한 것은 백, 흑, 무채색 등으로 가르겠다는 의미에 앞서 하얀색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이자 바탕이 되는 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백색을 시작으로 적색, 청색, 흑색, 황색까지 ‘단색’을 살펴보고, 이 단색 중 두 개의 색이 만나 어떤 조화와 대비를 보여주는지 또는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졌을 때의 조화와 균형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적인 색감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 주고자 했죠.

 
 

Q. 전시에서 다룬 색은 어느 시대부터 어느 시대까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였는지.

 
황경선_그 범위가 정말 중요한 과제였어요. 비교적 기록이나 자료가 남아 있는 조선 후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기 전체를 아우를 것인가, 아니면 유물을 중심으로 전통에만 집중할 것인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삼국시대 복식부터 서양 색 유입으로 색상환이 일반화 된 시점, 컬러 텔레비전 도입,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 등의 주요 지점을 연표에 담아냈고, 우리관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현대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유물과 작품의 ‘색’에 집중해서 색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담아낸거죠.

 
 

Q. 전시를 보고 나면, 한국의 색 감각이 이러했구나,
깨달을 수 있을까?

 
황경선_사람들이 가끔 오해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염색 기술이 없어서 흰옷만 입었다더라, 색 감각이 부족했다더라 하는 등의. 그런 편견을 가지셨던 분이라면 이 전시를 통해 우리 생활 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색을 썼다는 것, 하나하나 이름하긴 어렵지만 정말 많은 색이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유민지_지금의 시점에서 과거의 유물들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의해 색이 바래기도 했지만, 당시 광화문 일대나 종로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무척 화려했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건축물의 단청에서도 과거의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색을 사용해왔음을 인식하고 있기도 하죠.
 
황경선_계층을 막론하고 누구든 일생의례와 함께 여러 색을 경험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자연의 색에 가까운 배냇저고리에서 색동의 돌잔치, 청홍의 혼례 등 특별한 상황들이 누구에게나 있었으니까요. 물론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 누렸을 화려한 색도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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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색을 사용함에 있어 문화적, 시대적 규율이 있었을까.

 
황경선_옛날에는 염료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도 중요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값비싼 염료라면 왕이나 고위 관리층, 부유한 계층만 썼을 가능성도 있죠. 또 음양오행에 따라 반대 기운인 색을 찾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있었을 테고요. 그건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 내리기 힘든 부분이에요. 그래서 전시에서도 이건 남성의 색이다, 이건 여성의 색이다 라는 등의 특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색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음을 담았어요.
 
유민지_시대적으로 색의 상징이 늘 바뀌어감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까지 쭉 끌어 올라왔는데, 그때 턱 막혔어요. 도무지 현대를 상징하는 색을 끄집어낼 수가 없었거든요. 현대에는 각자 선호하는 색도 다양하고,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 필요한 색이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럼에도 사회적 규제나 고정관념 등으로 색이 통제 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윤정미 작가의 <핑크&블루 프로젝트Ⅱ>를 전시에 포함했어요. 같이 고민해보자는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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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작가의 <핑크&블루 프로젝트Ⅱ>

 

황경선_또 공간 안 미디어 테이블에서는 조각보의 색을 직접 채워보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관람객들이 만드는 조각보는 정말, 같은 색 조합을 쓴 것이 단 하나도 없어요. 그만큼 사람들 각자가 선호하는 색이 있고, 예쁘다고 느끼는 색 감각이 저마다 다르다는 거죠.
 
유민지_이번 전시를 보시면 오방색은 물론이거니와 단색과 단색 사이를 이루는 간색까지 포함하여 한국의 색이 정말 ‘많다’라는 걸 흠뻑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유물에서 추출한 다양한 색이 미디어월을 통해 보여지는데 정말 다채로운 팔레트가 만들어졌어요. 아마 그걸 보시면 특정 색만이 한국의 색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으실 겁니다.

 
 

Q. 전시에 대한 고민도 치열했지만,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가 열렸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황경선_어려운 주제였고,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어요. 고생 끝에 전시 개막을 하긴 했는데,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생각했던 것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들어요. 하지만 이 전시를 같이 만들었던 팀원들 간의 호흡은 정말 최고였어요. 박물관에 갇혀 나가지 못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고, 그래서 새벽까지 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그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아마 팀원들이 모든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그 밝은 이미지들이 전시에 투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유민지_우리 박물관에서 이런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뻐요. 또 디자이너로서 운 좋게 이 전시를 맡을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인 만큼 한국다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인데 그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제약조건이 많은 전시는 언제나 도전의식을 갖게 해요. 이처럼 어려운 전시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한 덕에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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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워크로 전시를 함께 준비한 팀원들.
왼쪽부터 허효빈기획 김은혜기획 황경선기획 이경민디자인 김기도기획 한영경영상 조소현영상 강규희디자인 유민지디자인

 
 
특별전 <때,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은 2016년 12월 14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린다.

 
 
 

글_ 편집팀

http://bit.ly/2iCYX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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