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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 굿즈의 시대

우주를 넘어 겨울왕국까지

굿즈의 인기, 다양한 상품군
언제부터인가 ‘굿즈Goods’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문화 관련 기획 상품들을 지칭하기 시작했다. 굿즈는 아이돌·영화·드라마·소설·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속 인물, 작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굿즈는 모든 콘텐츠가 담길 수 있는 상품 그 자체인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개봉 영화 홍보용으로 굿즈를 사용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명장면 엽서·문구류·퍼즐·배지 등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하고 있다. 굿즈가 입소문이 나면, 영화 홍보는 덩달아 된다는 말처럼, 영화계에서 굿즈 제작이 ‘마케팅의 기본’이 됐다.

CGV의 영화 굿즈 매장 씨네샵은 겨울왕국2 개봉을 앞두고 눈사람 캐릭터인 올라프 파우치, 아이팟 케이스, 엘사 필통·우산·가방 등을 공개했다. 굿즈의 인기에 씨네샵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47% 신장했고, 2019년 매출 증가율도 6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전국 19개 극장에 있는 씨네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수는 2,000개다. 과거에 굿즈 상품은 해리포터 같은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완구 상품 위주였다. 하지만 씨네샵은 상품들은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씨네샵에는 1천 원대 상품부터 10만 원대 상품까지 있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1~2만 원대이다.

판매중인 겨울왕국2-굿즈

캐릭터 사업의 시작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1928의 성공 후부터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미키 마우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를 상품에 적용하여 판매하기 시작했고, 캐릭터 사용에 대한 사용료를 받게 되면서 캐릭터라는 단어가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 1977는 박스오피스 수익 92억 4천만 달러한국 돈 약 10조 9천억 원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인 SF영화이다. 스타워즈는 영화뿐만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및 비디오 게임과 장난감 등으로 상상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의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1985는 2015년 재개봉 당시 주인공 마티가 브라운 박사에게 쓴 편지와 1987년 국내 개봉당시의 전단지 복원 판, 극 중 사건 해결을 알리는 신문 등을 ‘메모리얼 키트’를 만들었다.

로보트 태권V 음성기록-음반

책받침(로보트 태권V, 축구왕 슛돌이, 캔디)

‘키덜트’와 ‘덕후’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란 뜻의 ‘키덜트’라는 단어가 있다. 요즘은 ‘키덜트’ 문화가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 키덜트와 공통분모를 가지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덕후’란 단어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덕후’라는 용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SF영화 등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나 사교성이 결여된 사람을 지칭하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던 ‘오타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공감대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 오타쿠는 조롱이 아닌 추앙의 대상이었다. 단어 자체도 ‘오덕후’에서 ‘덕후’로 변화하며, 곧을 직直에 마음심心을 더한 덕德의 한자 어원처럼 자기만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팬이나 마니아가 단순히 주어진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그친다면, 덕후는 소비는 물론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덕질은 그 덕을 쌓는 행위이다. 그 덕질의 중심에 굿즈가 있다. 덕질의 결과로 파생되는 굿즈의 범위는 캐릭터 인형이나 열쇠고리 정도가 아니고 무한히 넓혀가고 있다.

굿즈,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대
영화는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은 영화관에서 특정한 개봉 기간 동안 관객에게 표를 팔아 주요 수입을 벌어들인다. 2차 시장은 DVD, 블루레이, VOD, TV방송, 부가상품 등의 시장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첫 작품이 나온 1977년 이래로 현재까지 총 280억 달러약 33조 4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영화표 판매는 기본이고, 비디오·책·게임·캐릭터 상품 등이 출시되어, 하나의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전형을 보여줬다. 영화표를 판매해 거둔 수익은 오히려 전체 수익의 1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스타워즈가 가장 큰 수익120억 달러 이상을 올린 것은 피규어와 장난감 등 각종 캐릭터 상품을 통해서였다.

<겨울왕국2014>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 ‘렛 잇 고Let it go’는 전 세계적인 커버 열풍이 불었고, 어린 아이들은 ‘겨울왕국’ 굿즈가방, 드레스, 문구류 등를 소장하였다. 영화 제작사인 디즈니가 <겨울왕국> 개봉 이후 1년 동안 관련 상품 판매로 벌어들인 캐릭터 수익만 11억 달러약 1조 2,1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굿즈의 시작은 아이돌 ‘팬덤fandom’이었다. 팬덤은 거대한 소비 계층으로 가요계의 음원 시장과 공연 매출뿐만 아니라 아이돌과 관련된 모든 파생 상품 매출까지도 책임졌다. 과거에는 가수의 얼굴이 프린팅된 책갈피나 콘서트에서 사용할 풍선·우비 등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굿즈가 식품·의류에서부터 정보기술IT 기기까지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진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돌 굿즈 시장은 연간 1,0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이나 공연 수익만으로는 어려운 가요계에 새로운 수익 모델로 굿즈가 떠오르면서 엔터테인먼트업계도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굿즈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영화 굿즈 시장은 이미 전성기를 맞았다. 영화 굿즈를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굿즈만 따로 제작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제작 업체뿐만 아니라 영화사·수입사·영화관 등 다양한 영화 관련 업계에서 굿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루레이부터 에코백·향초·팝콘통 등 굿즈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이에 따라 영화업계는 굿즈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도서업계에서는 ‘굿즈를 사니 책이 왔네’라는 말이 있다. 굿즈의 인기가 많다 보니 알라딘은 홈페이지에 굿즈 숍 항목을 따로 만들어 굿즈와 함께 책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자체가 콘텐츠화된 굿즈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굿즈 판매와 별도로 충성심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년 스타벅스 플래너다이어리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기 위해서는 프로모션 기간 안에 17잔시즌 음료 3잔 포함의 커피를 사 마셔야 한다. 이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적 지향과 사회적 관심사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했다. 굿즈 역시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 것이다.


글_황정현 |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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