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에서 ‘스튜어트’까지

미키마우스, 제리, 스튜어트 등 스크린과 TV를 통해 우리들을 웃기고 또 울려온 쥐 캐릭터들의 매력, 그리고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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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동화뿐만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꾸준히 의인화되면서 귀엽고 지혜로운 캐릭터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쥐의 의인화를 얘기하면 바로 떠오르는 캐릭터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다. 1928년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90년 이상 디즈니 컴퍼니를 상징하고 있다. 1920년대 인기를 누린 고양이 캐릭터 ‘펠릭스’의 후발 주자였지만 오늘날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콘이다.
바지를 입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미키마우스는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스팀보트 윌리>(1928)에서 등장했다. 휘파람을 부는 미키마우스는 증기선의 키를 조종한다(이 유명한 조타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컴퍼니 타이틀 소개에 잠깐 등장한다). 이후 미키마우스는 월트 디즈니의 성공을 이끄는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미키마우스의 독특한 목소리는 월트 디즈니가 스스로 녹음했다. 가난한 애니메이터 월트 디즈니가 낡은 하숙집 천장을 오가는 쥐들을 보고 미키 마우스를 창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일화는 사실 영리한 디즈니가 창작 과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일환이었다. 디즈니가 쥐로부터 영감을 얻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쥐가 상징하는 ‘희망’이 한몫했다. 무엇보다 흥겹게 춤추고 부엌의 도구나 동물을 활용해 마음껏 타악 연주를 할 정도로 활기찬 미키마우스는 쥐의 습성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낭만 청년이자 디즈니의 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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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특성을 잘 묘사한 미키마우스는 꿈과 희망,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해오고 있다.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쥐, ‘미키마우스

1940년대에 만들어진 두 개의 쥐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마이티마우스’다. 2010년대는 슈퍼히어로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많이 영화화되었지만 이미 원조 히어로들은 1940년대를 장악했다. 그 중에는 1942년 단편 애니메이션 <더 마우스 오브 투모로우>에서 ‘슈퍼 마우스’로 첫선을 보인 마이티마우스도 있었다. 늘 고양이에게 당하던 작고 평범한 쥐가 슈퍼마켓에서 슈퍼 수프부터 슈퍼 치즈에 이르기까지 ‘슈퍼super’ 자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슈퍼 마우스’가 되어 고양이들에게 잡힌 쥐들의 탈출을 돕는다. 더욱이 고양이들과 일당백으로 싸워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마이티마우스는 60년대초까지 나온 80편의 시리즈에서 늘 약자들(억압받는 자들)의 편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를테면 양이 늑대들에게 잡혀서 생명이 위험해지면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마이티마우스가 놀라운 능력으로 늑대들을 혼내주는 식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마이티마우스는 1930년대말 미국에서 코믹북으로 등장한 <슈퍼맨>의 패러디였고, 이는 <우주소년 아톰>을 창조한 테즈카 오사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마이티 마우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나 팔의 자세가 아톰과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마이티마우스의 존재는 곧 전후 일본 사회에 희망을 주었던 작은 로봇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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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마우스는 작지만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반전 매력’의 쥐 캐릭터다.

영리하고 빠르며 적응력 좋은 쥐의 속성을 보여준 제리

또 하나는 고양이와 두뇌 싸움을 하는 생쥐의 대명사, ‘제리’다. 제리는 마이티마우스와 같은 초능력은 없지만 늘 지혜와 순발력을 발휘해 고양이 톰 등의 공격으로부터 유유히 벗어난다. 제리는 성실하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난 쥐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40년에 시작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는 고양이 톰과 쥐 제리의 앙숙 관계가 묘미를 주었고, 어리숙한 톰이 제리에게 당하기 일쑤였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이들의 관계는 마치 애증 관계처럼 우정과 라이벌 의식이 공존한다. 평소에는 말 그대로 고양이와 쥐답게 쫓고 쫓기는 게임을 펼치지만 가끔 연합 작전도 한다. 즉 먹이사슬의 상위인 불독 스파이크에 맞서려고 평화협정을 맺고 함께 대항하는 식이다. 이 톰과 제리 콤비는 할리우드 클래식 영화, 특히 슬랩스틱 코미디의 듀오를 연상시킨다. ‘홀쭉이와 뚱뚱이’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탠 로렐과 올리버 하디의 코미디처럼 향수와 따뜻함을 지니기도 했다. TV 시대의 대중문화의 아이콘 <톰과 제리>는 롱런을 했고 심지어 올해에는 라이브액션 영화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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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약삭빠른 쥐의 특성을 정말 얄밉게도 잘 보여주었다.

공동체와 잘 어울리는 사회성까지 갖춘 스튜어트

경자년 흰 쥐띠 해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를 추천한다면 단연 하얀 귀염둥이, ‘스튜어트’다. 영화 <스튜어트 리틀>(1999)에서 리틀 부부는 태연하게 사람이 아니라 작은 생쥐를 입양한다. 뉴요커 쥐, 스튜어트(마이클 J. 폭스)는 책을 읽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지적인 존재다. 스튜어트는 애완 고양이 스노우벨의 텃새와 음모로 고생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스튜어트는 아들 조지나 고양이와 화해하면서 새삼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또한 <스튜어트 리틀 2>(2002)에서는 귀여운 새와 사랑에 빠진다. 할리우드에서 아이를 내세운 성장기 영화 혹은 가족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년의 역할을 스튜어트가 멋지게 대신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다산의 상징인 쥐가 가족이나 공동체와도 잘 어울리는, 사회성을 지닌 포유류라는 것을 대변한다. 이외에도 드림웍스는 ‘시골쥐 서울쥐’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플러쉬>(2006)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쥐의 사회성(래트로폴리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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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쥐, 스튜어트는 쥐가 사회성이 뛰어난 포유류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21세기에도 쥐 캐릭터에는 꿈, 희망, 낭만이 담긴다

예전 작품들에 비해 요즘 작품들은 낙천적인 쥐의 활동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에 ‘스튜어트’가 있다면 파리에는 ‘레미’가 있다. 픽사 스튜디오의 <라따뚜이>(2007)는 천부적인 미각과 후각을 지닌 쥐 레미를 등장시킨다. 이 쥐는 놀랍게도 인간처럼 좋은 음식을 요리해서 먹고 싶어한다.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요리책을 읽는 레미는 요리에 대한 욕망을 불태운다.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청소를 맡은 링귀니를 도와 요리사 구스토의 모토처럼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를 직접 실현한다. 링귀니의 머리 위(셰프 모자 속)에서 요리하는 법을 지시하고 조정함으로써 요리를 해낸다. 냉철한 음식평론가 안톤이 레미가 요리한 라따뚜이를 맛본 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감동받는 명장면은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쥐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라따뚜이>는 꿈꾸는 도시, 파리에서 꿈을 이룬 쥐를 통해 여전히 희망과 낭만을 노래한다. 이야말로 경자년에 어울리는 꿈이 아닐 수 없다.

* 이 글은 외부 필진이 작성하였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_전종혁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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