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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인류가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지구온난화는 21세기 초반인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기후 변화다. 지구온난화는 자동차 구동을 위한 연소 및 타이어 마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 같은 온실 기체, 그리고 각종 산업 활동에서 비롯된다.
지구 온난화에 의해 세계 평균 지상온도는 지난 100여 년간 약 0.7°C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온도는 같은 기간 동안 1.5°C 증가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2014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인 IPCC의 5차 보고서에는 금세기말인 2081년에서 2100년의 세계 평균온도는 20세기 후반에 비해 3.7°C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이보다 약 50% 더 큰, 무려 5°C에서 6°C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기온의 상승은 한반도에서 계절이 시작하는 일정도 바꿨다. 과거에 비해 봄과 여름은 10일 이상 빨라진 반면 가을과 겨울은 5일 이상 늦어졌다. 계절의 지속 기간을 보면 여름철은 18일 정도 길어졌지만 겨울철은 그 길이만큼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꽁꽁 언 한강에서 견지낚시를 하는 풍속 사진을 담은 엽서 ‘조선명랑풍속’의 겨울편

우리나라 겨울 기후의 재미있는 특징, 삼한사온
독일의 기상학자 쾨펜Wladimir KÖppen, 1846~1940은 1884년 세계의 식생 분포에 맞춰 경험적으로 기후를 구분했다. 식물과 인간 활동의 관계에 의한 쾨펜의 기후 구분법은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는 겨울이 건조한 냉대동계 건조기후로 분류된다. 냉대기후는 온대와 한대의 중간지역에 있는 아한대지방의 기후로 북반구 북부의 대륙에서만 나타난다. 겨울에는 몹시 춥고 어느 기간은 계속 눈이 오며 여름에는 고온이 되어 기온의 연교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냉대기후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속한 냉대동계 건조기후는 여름에는 온도가 비교적 높고 겨울에는 맑은 날씨가 지속되며 약한 바람이 불고 복사냉각 때문에 매우 쌀쌀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여름에는 동아시아 몬순 계절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기후를 가지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한반도와 만주지역에만 존재하는 유형이다.

특히 우리나라 겨울철 온도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다. 삼한사온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의미로 20세기 후반까지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 변동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다. 이렇게 기온이 변동하는 것은 겨울철에 발달하는 시베리아 기단의 강약이 대략 7일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있는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한 시베리아 지방의 지표 온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지표의 차가운 공기괴空氣塊가 시베리아 기단으로 성장한다. 이 시베리아 기단이 발달해 남하하면서 세력을 확장하면 한반도는 일반적으로 3일 정도 추운 날씨를 보이고 그 후 4일 동안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보이게 된다. 현재는 삼한사온 특징이 많이 약화되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신발 바닥에 덧댄 설피

추위를 이기기 위해 옛 여성들이 사용하던 방한모

하지만 최근의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매해 연속적으로 극한 한파를 동반한 추운 겨울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에 번갈아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도 상승 경향이 중위도 지역보다 북극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북극기온 증폭현상’이라 부른다. 금세기 일어나고 있는 북극 고온 현상은 2천 년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북극 고온 현상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 한파를 야기한다. 지구 온난화 → 카라해·바렌츠해를 포함한 북극 해빙 녹음 → 북극의 승온昇溫 → 제트 기류 약해지면서 남북으로 사행蛇行함 → 한랭 이류 → 한파 야기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수능 한파에 숨은 이야기
‘수능한파’는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 시험일만 되면 추워진다고 해서 등장한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총 26번의 수능일 중에서 7번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2019년을 포함해 2014년과 2017년, 이 세 번만 영하를 기록했다. 역대 수능일 중 기상청이 발령하는 한파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수능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유독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수능일 아침 풍경

최근 24년간 수능일 전후 일 평균기온 그래프

그러나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전국 45개 지점에서의 기온 자료를 바탕으로 수능시험일 전후의 기온 변화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총 24년간의 수능일을 기준으로 6일 전과 6일 이후의 일평균 기온(그림 참조)을 살펴보면 수능일 이틀 전부터 기온이 내려오기 시작하다 수능일에 최저를 찍고 그 이후로 살짝 기온이 회복되는가 싶다가 5~6일 정도 지나 수능일보다 더 낮은 기온을 찍는다.
공교롭게도 수능일이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처음으로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날에 해당한다. 이런 기온의 상대적인 하강 때문에 사람들이 갑자기 춥다고 느끼는 것이다.

글 | 서경환(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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