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빨간 냄비에 이웃 사랑을 담습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임효민 사관이 구세군의 겨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항만도시 오클랜드에서 시작되었다. 파선한 난민을 돕고 싶었던 한 구세군 사관이 냄비를 내걸었던 것에서 유래해 성탄절이 가까운 12월이 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선냄비 모금을 한다. 한국의 자선냄비 모금은 올해로 91년째다. 20여 년간 구세군의 목회자로, 교관으로, 몇 해 전부터 홍보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임효민 사관을 만났다. 그에게 겨울은 자선냄비와 함께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계절이다.

Q. 구세군을 군대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임효민_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군대식으로 조직화 되었을 뿐 군대는 아니다. 개신교에 속해 있는 교파 중 하나다. 구세군 창립 당시 영국 해군 조직명을 그대로 구세군에게 입힌 거다. 군대조직 용어를 써서 목사는 사관이라 칭하고 교회는 영문이라고 한다. 구세군은 거리에서 어려운 사람들, 약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신학적 용어로 구원은 ‘영혼 구원’과 ‘사회 구원’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는데 구세군은 둘 다 중요한 사명으로 보고 있다.

겨울마다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가장 가까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구세군 한국군국

Q. 어떻게 구세군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임효민_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다니시던 구세군 교회에 다니면서 구세군 사관이 되고 싶었다. 일반 신학대학을 나와 과천에 있는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교했다. 2년의 과정을 거친 후에 29살에 사관으로 임관했다.

Q. 어린 아이였을 때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고 받은 인상이 있었을 것 같다. 특별한 기억이 있나?
임효민_초등학생 때부터 겨울만 되면 고향인 대전 시내에서 자선냄비 모금에 많이 참여했다. 교회의 또래 형, 동생들이랑 여러 명이 같이 나가 모금 활동을 했다. 몹시도 추웠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모금 활동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 현재 구세군 교회가 전국에 250여 개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 모든 교회에서 자선냄비 모금을 한다.

Q.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본 자선냄비에는 카드 모금기가 있더라. 종소리는 듣지 못했다.
임효민_스마트 모금기다. 요즘 사람들이 현금을 많이 안 들고 다니지 않나. 시대에 맞게 모금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자 했는데, 카드 결제는 시간이 걸리는 등 몇몇 문제점이 있어서 2년 정도만 시행하다 그만두었다. 반면 스마트 모금기는 모바일과 후불제 교통카드로 한번 터치하는 것으로 기부가 가능하다. 서울권에 100대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종소리는 야외 거리에서만 울린다. 지하 공간에서 종을 울리면 소리를 참기 힘들다는 상인들의 민원이 있기 때문이다.

Q. 겨울 추위와 모금액에 관계가 있나?
임효민_너무 추우면 사람들이 거리에 별로 없기 때문에 모금이 안 되는 것 같긴 하다. 물론 날씨가 따뜻하다고 모금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날씨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부분이다. 3년 전부터 빅데이터로 분석을 하고 있는데 모금액의 결과는 추위의 영향도 있지만 주변 이웃에 눈을 돌리게 하는 사회적 이슈, 훈훈한 연말 분위기를 조성하는 언론의 흐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올해는 그다지 춥지 않은데 모금이 잘 되는 편이다.

자선냄비와 함께 모금 활동을 펼치는 구세군은 ‘최근 겨울 거리는 예전보다 차분해졌다’고 말한다. ©구세군 한국군국

Q. 한 해 한 해 지켜본 겨울의 거리는 어떻게 변해갔나?
임효민_우선 가판대가 사라졌고 10년 전쯤부터 불거진 저작권 문제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상인도 거리의 행인도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자선냄비 모금은 인파가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바뀌는 것도 알게 된다. 예전만큼 명동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예전에는 모금에 참여하는 이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는데, 요즘에는 젊은 청년들의 자선냄비 참여가 줄지 않았나 싶다. 청년실업 문제 등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연말을 즐기는 젊은 청년의 얼굴이 환했으면 좋겠다.

Q. 구세군들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임효민_수십 년간 매년 1억 원 넘게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를 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우리나라에 있다. 올해도 12월 초에 청량리역 자선냄비에서 1억1천4백만1천4원(1004)원을 기부한 이도 있었다. 큰 액수가 화제로 오르지만 익명으로 모금통에 돈을 넣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행동이 따뜻한 이야기다.

Q. 구세군의 다른 활동 중에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
임효민_2007년경 구세군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4백여 명이 북한의 강원도 고성에 1만4천 그루의 밤나무를 식수한 적이 있다. 그 후 남북관계 악화로 오랫동안 다시 찾지 못했는데 작년에 북한을 방문한 다른 NGO 단체 사람을 통해 우리가 심은 밤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겨울 추위 때문에 행여 땔감으로 쓰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선족 관리자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한 ‘밤나무를 잘 가꾸자’는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

Q. 그 밖에도 미혼모 자립 지원 프로그램인 카페 레드마마를 설립하고, 세월호 긴급구호봉사에 참여하는 등 우리 사회가 부딪힌 문제에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임효민_미혼모가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편견이 있지만 그들은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돕는 것은 사회 구원, 영혼 구원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무엇보다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노력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의 긴급구호본부를 통해 팽목항을 찾아 밥차도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도 드리면서 구호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했다.

Q. 먼 미래에도 구세군은 여전히 겨울이면 거리에서 따뜻한 사람들의 온정을 확인하고 있을까?
임효민_자선냄비는 계속 있을 거다. 자선냄비를 통해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도 아날로그 방식은 여전히 남아 이웃 사랑을 전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도와야 한다. 12월에 자선냄비가 없으면 이상하지 않을까? 전 세계 구세군의 슬로건은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다.

글 | 편집팀
사진 | 김대진(지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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