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동’ 전시를 열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일 공동 특별전 「미역과 콘부-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은 어떻게 준비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10월 2일(수)부터 2020년 2월 2일(일)까지 122일 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될 한일 공동 특별전 「미역과 콘부다시마-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 전시 폐막 후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2020년 3월 17일부터 5월 1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공동’이라고 이름을 붙인 많은 전시가 개최되고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전시 소재를 공유하거나 ‘일방적인’ 순회전인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장소를 대관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한국 국립민속박물관과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 공동 연구에 기반해 동일한 내용을 양국에서 전시한다는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많은 기관에서 국제 문화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개 안정적인 장기 인적 교류가 부재한 탓에 피상적인 단발성 교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국립 박물관 사업의 경우에도 행정적인 여건이나 인사 제도상 한 가지 사업을 장기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10여 년간 구축된 양 기관의 상호 신뢰와 지원에 기반해 2015년부터 금년까지 약 5년간 참여 인력과 예산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 자료 조사
훗카이도 하코다테 미나미카야베 어구 조사
미에현 토바시 바다의 박물관 어선 전시실

이 사업은 전시를 위한 공동 연구 사업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 진행했다. 처음부터 전시 주제를 ‘바다’로 두고, 양 기관 연구자가 팀을 이루어 한국 동해안부터 서해안까지, 일본의 동해 쪽 연안부터 태평양 연안까지 한일 양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민속 문화를 배웠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터전인 ‘바다’는 양국 연구자가 양국 문화의 유사성과 차이성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연구대상이었다.
무엇보다 공동 사업에는 양 기관 참여자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외국과의 공동 사업은 소통 과정에서 언어나 문화적 한계를 느끼게 되는데, 국제 교류의 특성상 자주 만나지 않기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내버려지곤 한다. 공동 사업의 특성상 상호 기관의 행정 제도, 내부 사정에 대해 깊숙이 알게 되는데, 이때 상호 인내와 배려, 존중이 없으면 결국 불신과 오해가 생기게 된다. 대개의 개인적인 관계가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만남이 즐겁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결점이 보이기도 하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지치기도 한다.

이번 사업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양 기관 연구자 간의 호흡이 잘 맞았다. 앞선 교류를 통해 이미 서로 기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내외부 갈등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했다. 필자는 일본 측 대표인 마츠다 무츠히코 교수와 ‘민속학’이라는 공통의 학술적 이해 위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대화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 두 사람은 이 사업의 의미를 서로 이해하고 이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너질 뻔한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이제 전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강원 강릉 정동진 미역 채취 장면
훗카이도 하코다테 미나미카야베 ‘다시마 채취 장면’
강원도 삼척 갈남리 미역 건조 장면

이번 전시는 바다가 아니라 일상에서, 동네의 작은 생선가게에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도대체 한국인과 일본인, 우리는 각각 어떤 해산물을 어떻게 먹고 있는 것일까? 사실 매일 지나치면서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동네의 작은 생선가게에서 우리가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이어 1부에서는 바다 없이, 바다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해산물 없이는 한국과 일본의 일상이, 심지어 신조차도 살 수 없다는 점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성찰해본다. 양국에서 선호하는 종류나 사용 방식이 서로 상이함에도 해산물이 맛의 기본이 되고, 중요한 장면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2부에서는 해산물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한일 어민의 기술과 세계관을 살펴본다. 양국 어민의 어획 대상, 어업 기술은 얼마나 비슷하며 다를까? 또, 여전히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대자연인 바다와 대면해 어민은 어떠한 마음을 가져왔을까? 관람객은 ‘이국적인’ 어민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한일 일상이 근대 한일 관계사를 거치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검토한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사람과 함께 기술과 문화는 언제나 바다를 건너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다양한 전시 자료를 통해 근대에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전파되었고, 양국민이 이를 자신의 일상 속에 주체적으로 수용해나갔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전파와 함께 ‘변용’과 ‘수용’을 강조하는 전시 메시지는 에필로그인 「명태와 멘타이코」를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하게 전달될 것이다.

한일 관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많은 진전을 이루어왔다. 기획자로서 필자는 한일 관계가 심하게 삐걱거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전시가 담은 메시지가 관람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전시 개최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초조하기만 하다. 한일 관람객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 가진 긴 역사성을 반추하며, 일상 속에서 앞선 세대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주체적으로 수용해 온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글_오창현 |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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