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바다

삼면이 바다에 맞닿은 우리에겐 해산물이 익숙하다. 싱싱한 해조류부터 기름진 과메기까지 바다향 물씬한 우리 음식 열전.

바다는 예로부터 해산물의 보고였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게다가 남북 바다 사이의 온도차도 커서 일본, 대만 등에 비해 해조류와 해산물의 종류가 월등히 다양하다. 한국의 해안 지역에서는 생선부터 해조류까지 바다의 산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생활이 발달했다. 21세기 들어 미국이나 유럽 대도시에서도 초밥과 생선회가 보편적인 식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서구의 초밥 식당에서 단품으로 내는 해초 무침 대부분이 한국 고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해초, 외국에선 잡초 우리나라에선 채소

한국 도서 지역에서는 해초로 만든 반찬이 밥상에 자주 올랐다. 영어권에서는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weed’라 부르는데 최근 국내 연구자들이 해초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발견하고 각종 학회에서 ‘바다의 채소Seavegetable’로 명칭 변경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해조류는 갈조류인 다시마, 미역, 톳 등과 홍조류인 김, 우뭇가사리, 녹조류에 속하는 파래 등으로 나뉘며 식이섬유와 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 요오드, 그 외 각종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조류에 함유된 요오드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요오드 섭취가 정상 수준으로 이뤄지는 나라는 해조류를 부식으로 섭취하는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 해안 지역뿐이라는 결과였다. 동아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의 경우 요오드 결핍이 심각하다. 해조류를 다양한 부식으로 섭취하는 식문화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먹을 것을 구하려는 선조의 시도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결과 우리는 영양학적으로 보다 균형 잡힌 밥상을 갖게 되었다.

『자산어보』에는 ‘전복 살은 날로 먹어도 좋고 내장은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류 또한 다양하고 풍부하다. 1814년 정약전이 쓴 우리나라 최초 어류백과사전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다양한 수산 및 동식물에 관한 정보와 이용방법을 상세하게 수록했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대표 어패류에는 주꾸미, 전복, 민어, 갯장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들이 다수 포함된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로 유명한 주꾸미는 제철 풍미와 함께 타우린이 풍부한 건강식 식재료다. 주꾸미는 주로 서해안 마량포에서 잡혔는데 『자산어보』에는 준어蹲魚, 속명으로는 죽금어竹今魚로 불렷다. 『자산어보』는 주꾸미를 두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은 겨우 문어의 반 정도’라고 기재했다. 바다에 사는 패류는 해조류를 먹이로 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전복이다. 『자산어보』에는 ‘전복 살은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내장은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전복이 다시마와 미역을 주식으로 삼는 덕에, 전복의 살과 내장 또한 요오드 함량이 높다. 적당한 크기의 전복을 꾸준하게 먹으면 1일 요오드 섭취량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전복에는 뇌졸중을 막아주는 혈전용해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해산물의 집대성,『자산어보』

민어는 주로 제주도와 전남에서 잡아온 생선이다. 『자산어보』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민어는 맛이 담담하고 날 것이나 익힌 것 모두 좋다.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 젓갈이나 어포가 모두 맛이 있다.” 민어 부레로 만든 아교阿膠를 어교魚膠라고 불렀다. 접착력이 월등히 뛰어나 고급 가구나 전쟁에서 쓰이는 활인 각궁角弓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민어의 부레는 고급 생선요리 재료로 손꼽히기도 한다. 한편 남해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두고 『자산어보』는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라는 뜻의 “견 아려”라고 칭했다. 일본에서는 갯장어를 진미로 여겼다. 국내 어획량의 상당수도 일본으로 수출되었기에 갯장어는 우리말보다 일본 이름 ‘하모’로 더 널리 알려졌다. 정교하게 손질한 갯장어 살을 한 점씩 젓가락으로 집어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하모 샤브샤브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민어는 요리는 물론 아교를 만들 때도 사용했던 유용한 생선이었다.

조기와 굴비는 우리나라 사람이 무척 좋아했던 생선이었다. 굴비는 조기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말린 것이다. 예전에는 서해 영광에서 많이 잡았다. 황석어黃石魚라 불리는 참조기는 몸이 황금색을 띄며 입이 불그레하고 옆줄이 다른 조기에 비해 선명하다. 영광에서는 1년 넘게 보관해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조기에 뿌린 후 공기가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서 오랫동안 말린다. 그중에서도 보리굴비는 1년 이상 해풍에 말린 참조기를 항아리에 담은 후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보리를 채워 보관 및 숙성시킨 굴비를 특별히 이르는 말이다. 굴비가 보리의 향을 받아들여 비린내가 없어지는 한편, 숙성을 거치며 굴비 기름이 표면에 배어 나오기 때문에 누런색을 띄게 된다. 잘 숙성된 보리굴비는 아주 단단하다. 그래서 보자기에 쌓아 방망이로 잘 두드린 후 꼬리 부분부터 쭉쭉 찢어 먹어도 무척 맛있다. 특히 찬 녹차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 살점을 얹어 먹으면 별미다.

조기에 소금간을 해 숙성시킨 굴비는 우리 선조의 지혜가 엿보이는 해산물 식재료다.

겨울의 별미, 방어와 과메기, 도루묵

제주와 강원도에서 많이 잡히는 방어는 최대 길이 1.5m에 최대 중량은 40kg까지 자라는 생선이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히라스’라고 부르는데, 부시리의 일본어인 ‘히라마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방어의 배와 지느러미 부위 살은 마블링이 잘 되어있어 최고의 횟감으로 친다. 참치 뱃살에 비견될 정도로 고소하고 부드럽다. 일반 횟감으로 먹을 땐 간장, 초장, 양념간장 등을 곁들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양념 된장에 찍어 먹거나 묵은지와 김, 고추, 깻잎 등과 함께 싸 먹기도 한다.

겨울철 찬바람이 불면 구룡포를 시작으로 동해 해안도로마다 과메기 건조대를 쉽게 볼 수 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과메기들의 행렬은 그야말로 겨울 진풍경이다. 과메기를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은 그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과메기 쌈이다. 잘 건조된 청어나 꽁치 과메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초장에 찍어 김과 쌈배추에 얹고 미역, 마늘, 고추, 미나리, 쪽파 등과 함께 싸서 입에 넣어 먹는다. 과메기의 유래는 1912년 신문관에서 출판된 『소천소지笑天笑地』에 나와있다. ‘과거길에 오른 선비가 바닷길을 걷던 중 배가 고파, 나뭇가지에 눈을 꿰어 적당히 말린 청어를 찢어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선비는 겨울마다 청어를 사서 나뭇가지로 눈을 꿰고 적당히 말린 후 먹었다.’ ‘눈을 꿰인 생선’이라는 한자 관목어貫目漁가 ‘과메기’의 원형이었던 셈이다. 1809년 발행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청어의 두 눈이 서로 통할 정도로 싱싱한 청어를 말려서 먹으면 그 맛이 기이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또한 현재의 과메기와 같은 형태다.

청어나 꽁치를 동해안 겨울바람에 건조시켜 만드는 과메기는 겨울의 해산물 진미다.

동해안의 별미 도루묵도 빼놓을 수 없다. 도루묵의 원래 이름은 ‘목어木魚’였다. 생선 껍질에 나뭇결과 같은 무늬가 있어 붙은 이름이었다. 목어가 일부 지역에서 ‘묵어’로 변용되며 도루묵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알배기 도루묵은 알을 먹기 위한 조림이라고 할 정도로 맛이 좋다. 몸집에 비해 알이 크고 많이 들어있다. 도루묵 맑은 지리탕은 알배기 도루묵에 무, 양파,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 요리다. 새우젓으로 간을 해 뒷맛이 깔끔하다. 도루묵 소금구이는 겨울철 별미다. 도루묵을 굽기 전 양쪽에 소금을 발라 간을 한 다음 석쇠 위에서 굵은 소금을 뿌려가며 익힌다.

각각의 음식과 그것을 먹는 방법, 그 결과로 발전한 식문화에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땅에서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는 식의동원食醫同源 정신이 내려오며 이토록 다양한 해산물 식품과 요리가 발전하게 되었다. 찬바람 부는 가을, 우리 밥상 위에 또 어떤 맛있는 해산물이 오를지 기대된다.

* 이 글은 외부 필진이 작성하였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_박현진 |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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