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수강신청

명절 기차표를 사러 기차역에서 밤새우던 시절은 가고 디지털 시대와 함께 ‘대국민 수강신청’ 시대가 열렸다.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고향에 돌아가 오랜만에 가족,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설렘이 두근거림의 절반이라면 귀성길 교통편을 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나머지 절반이다. 명절이 시작되기 약 1달 전 명절 기차표 예매가 개시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키보드와 휴대폰을 두드리며 좌석 확보에 열중한다. 빈자리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는 그 풍경을 두고 ‘대국민 수강신청’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1960년대 이후 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귀성전쟁’이라는 새로운 풍속이 시작되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기차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서울역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정가의 두세 배를 웃도는 암표 또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현장 구매만 존재하던 기차표 예매 풍경은 기술 발전과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설날, 철도회원을 대상으로 ARS 예매가 처음 시작되었다. 2004년 추석부터는 마침내 인터넷 홈티켓 예매가 정착되었다. 역 창구 앞 기나긴 줄이 모니터 앞에서의 대국민 수강신청으로 변모한 최초의 순간이다. 이제 KTX와 SRT 등 철도 회사들은 명절이 시작되기 한 달 전쯤 이틀에 걸쳐 귀성 기차표 예매를 실시한다. 온라인 할당 판매분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명절 온라인 기차표 판매분과 현장 창구 기차표 판매분은 8:2 비율로 조정되었다.
2019년 KTX 추석 기차표는 8월 20일과 21일 이틀간 판매되었다. 귀성객들은 예매 시작 시각인 아침 7시가 되기 전부터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고 기다린다. 불과 1분 차이로 빈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기차표를 구하기 전까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명절 기차표 예매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 휴대폰을 붙들고 기차표를 구하려는 노력에는 며칠이나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스며있다. 함박웃음으로 달려 나와 반겨주시는 부모님, 보고 싶었던 고향 친구들, 맛있는 명절 음식과 차례차례 떠오르는 옛 추억. 그리웠던 것들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매일의 일상을 버텨낼 힘을 다시 한 번 얻는 것이다.

글_편집팀
일러스트레이션_이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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