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국수 삼국지

국수 문화가 발달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국수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되어왔을까?

면이 언제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서아시아에서 발생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과 중국으로 전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기원전 7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밀 농사가 시작된 이후 밀 재배와 도정기술의 발달, 요리의 발전으로 현재의 국수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제 국수는 만만한 음식이 되었지만 본래 아주 고급스러운 요리였다. 밀은 글루텐이 잘 발달한 곡식이라 쫄깃하고 맛있지만 밀로 국수를 제조하려면 어려운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도정이 문제였다. 국수는 곡물을 곱게 가루로 빻지 않으면 만들 수가 없다. 수제비나 죽이 곡물 요리의 원조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수제비와 죽의 경우 가루를 내지 않아도 되는 요리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국수는 도정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결과다.

짬뽕, 한중일의 삼각관계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국수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체적으로 다채로운 면 요리를 즐겨왔다. 일본 역시 중국과 한국 양국으로부터 국수 문화를 수용했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이 역사적으로 교류하고 산업화 등을 겪으며 세 나라의 국수 문화는 돌고도는 묘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우선 ‘짬뽕’을 들 수 있다.

언젠가 한중일 ‘국수의 삼국지’라 부를만한 행사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나가사키의 짬뽕 전문가, 노령의 화교 요리사, 그리고 한국 음식 전문가의 대담을 서울에서 진행했다. 우연한 계기에서 탄생한 자리였다. 수년 전, 나가사키에 취재를 가서 짬뽕을 알게 되었다. 짬뽕은 1800년대 후반에 나가사키에 정착한 중국인 요리사에 의해 퍼져나간 음식이다. 그런데 짬뽕은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중국식 국수다. 내가 행사를 기획한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인이, 일본에서 만들고, 한국인이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는 음식.’

물론 우리나라에서 파는 짬뽕은 일본의 짬뽕과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 짬뽕은 본디 ‘초마멘’이라고 불리던 산둥지방의 탕면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재료가 뒤섞여 있다’는 뜻의 일본어이자 나가사키 지방에서 시작된 중국식 국수의 이름을 가져다 쓰게 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짬뽕의 원류는 중국 국수다. 중국은 송나라 이후 면 요리가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일본으로 각기 전파된 면 요리는 각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라면만 해도 그렇다.

한국과 일본을 경유해 다시 중국으로 간 라멘

라면이란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다. ‘끌어당기다’라는 뜻의 납을 써서 만든 한자어 납면拉麵의 중국어 발음 ‘라멘’을 뜻한다. 이 라멘은 손으로 뽑는 수타면이다. 지금의 인스턴트 라면은 손으로 잡아늘리는 수타면이 아니지만, 손으로 뽑은 국수가 그 원조였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중국 땅에서는 서역과 가까운 란저우 지방에서 라멘이 지금도 아주 성행한다. 심지어 한국의 대림동, 건대 입구 등지의 차이나타운에 가면 란저우 라멘집이 꽤 있다. 기회가 되면 가서 드셔보기 바란다. 국물이나 볶음면으로 내는데 손으로 뽑은 면이 아주 탄력 있다.
한국도 오랫동안 손으로 국수를 만들어왔다. 국수틀에 눌러서 뽑은 국수, 즉 칼국수처럼 눌러서 자르는 국수가 유행했다. 이후 임오군란의 수습 과정에서 흘러든 중국인 제면 기술자들에 의해 납면 형태의 국수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라멘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라면에도 삼국이 얽혀 있다. 중국식 라면이 중일전쟁 후 일본으로 넘어갔고, 일본인 식품업자 안도 모모후쿠에 의해 1950년대에 인스턴트 식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인스턴트 라면 기술이 60년대에 한국에 전해져 한국은 오히려 일본보다 인스턴트 라면을 더 많이 먹는 나라가 되었다. 물론 이 매력적인 국수는 중국으로도 전해져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돌고 도는 삼국의 국수 문화,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한국에선 냉면, 일본에선 소바로 발전한 메밀국수

세계적으로 국수를 만드는 대표적인 곡물은 밀가루지만 당대 한국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국수는 역시 메밀이 들어가는 평양냉면이다. ‘냉부심’이며 ‘면스플레인’이란 신조어는 모두 냉면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냉면은 메밀 함량을 따진다. 메밀은 중국에서도 먹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성공했다. 일본의 메밀국수는 한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국물을 쓰는 우리의 냉면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이한 국수다. 동치미, 즉 김치라는 발효음식과 연계되어 메밀의 세계가 확장되었고 그 조화가 결국 냉면의 기원과 역사를 이루게 되었다. 본디 평양을 비롯한 관서지방에서 유명했던 냉면은 남북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실향민의 음식으로 이식되면서 번창했고 이제는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부상했다.

국수는 빨아들일 때 소리가 난다. 일본인들이 유독 ‘후루룩’ 소리를 크게 내는 것으로 유명하며 민족적 에티켓으로 전래된다. 이것이 국제적으로는 ‘국수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해서 ‘누하라(Noodle Harassmen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먹는 예절을 따질 수 있을 만큼 복잡한 이면을 지닌 음식이 국수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국수를 먹어왔다. 간소하게, 어떨 때는 호화롭게. 세 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가장 멋진 탄수화물 음식인 국수는 지금도 수많은 화제를 만들면서 우리 곁에 있다. 자, 국수 한 그릇 하러 갑시다.

글|박찬일_요리사,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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