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에서 셰어하우스까지

집은 가족의 보금자리. 가족의 형태와 문화가 변화하면서 주택 구조도 결합, 분화, 해체되어왔다.

가족의 형태와 규모는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우리 사회의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이자, 여러 세대와 친족들로 이루어진 확대가족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 마을에 친족 단위로 모여 살았다. 이것은 하나의 경제 단위로서 노동 생활과 가정 생활을 함께 해나가야 했던 농경사회에서 필연적인 결과였다. 전통 주거공간은 여러 세대의 가족이 모여 살면서 건물뿐만 아니라 외부 공간에서도 많은 사람의 생활을 위한 살림이 가능하도록 너른 마당을 중심으로 여러 채를 이루었고, 생활공간은 골목과 마을까지 확장되었다.

핵가족의 확산과 주거 형태의 변화

이런 가족의 형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 전통적 확대가족을 대신하여 부부와 자녀 중심의 소규모 핵가족 형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유교적 규범이 약화되면서 ‘평등’ 개념을 갖는 새로운 가족의 기능과 윤리가 생겨났다. 새로운 가족 형태에 발맞추어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보급된 국민주택은 새로운 가족 형태를 겨냥한 주거 형태였다. 13~15평 정도의 규모에 마루를 중심으로 세 개의 방을 배치한 구조는 당시 4~5인으로 구성된 중산층의 핵가족이 단란하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신동아」 1972년 8월호
Ⓒ「여성중앙」 1975년 11월호

한국전쟁 이후 도시화,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주택 구조도 크게 변화했다.

이런 근대화 과정에서 진행된 주거공간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 전통주택에서 분리되었던 남자와 여자의 공간이 한 공간으로 통합된 것이다. 남성의 공간이었던 사랑채 및 사랑방이 사라지고 여성의 공간이었던 안방이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새로이 자리잡았고, 나아가 안방은 가족이 모이는 가족 공동생활공간으로 한동안 지속되었다. 따라서 1970, 80년대까지 지어진 주택들의 평면에서는 대부분 안방이 가장 큰 공간으로 계획된 것을 볼 수 있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의 모습은 식탁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보통 안방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과 달리, TV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는 장소도 안방이었다. 안방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은 근대적 가족 문화가 형성되면서 거실이라는 가족 공용공간이 따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안방은 부부만의 사적 공간인 부부 침실로의 큰 변화를 다시 한 번 겪게 된다. 또한 그 이전까지 통용되었던 ‘마루’라는 공간도 거실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새로운 가족상의 보금자리, 아파트

한편, 또한 전통적 공동체 생활보다는 사생활을 더욱 중요시하는 생활양식, 그리고 부부와 자녀들만이 단출하게 사는 핵가족의 생활양식은 전통 한옥이나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에 더욱 어울렸다. 1970년대말 이후 아파트가 변화한 가족 형태에 가장 걸맞는 주거형태로 부상한 이유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관리가 비교적 쉽고, 열쇠 하나로 문을 잠그면 안심하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아파트는 더욱 매력적인 것이었다.

70년대 말 아파트 건설 붐 초창기의 모델하우스. Ⓒ「삼환 30년사」

서양식 주거생활양식은 아파트가 가져온 또 하나의 큰 혁신이었다. 입식 가구의 보편화로 거실에 소파 세트가 들어오고, 식탁이 도입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모이는 가족의 단란한 풍경은 ‘홈, 스위트 홈’의 대표적 표상이었다. 즉 집은 산업화 사회의 노동으로부터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쉬는 공간으로서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식당’ 또는 ‘주방’이라는 공간의 명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생겨나고, 초기에는 부엌에 통합되어 구성되었으나 점차 따로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1980년대 이후에는 부엌과 인접하여 식탁이 배치된 본격적인 식사공간이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가족의 공동생활공간이 거실을 넘어 식당과 부엌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인다. 예를 들어 부엌은 더 이상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만의 공간, 그리고 생활공간으로부터 분리된 소외의 공간이 아니고 거실로 개방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아파트 평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32평형, 즉 전용면적 85제곱미터의 아파트는 국민주택 규모라는 개념이 도입될 당시 전형적인 도시 가족에게 꼭 맞도록 설계되었다. 부부 침실과 함께 2~3명의 자녀가 각각 성별로 나누어 쓸 수 있는 자녀실 2개를 기본으로,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식탁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TV가 있는 맞은편에 소파 세트를 놓아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가족 구성원의 공동생활에 적합하며, 동시에 사생활도 적절히 보장해주는 구조인 것이다.

가족의 형태와 문화가 변화하면서 주택 구조도 결합, 분화, 해체되어왔다.

1인 가구와 주거문화의 변신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가장 큰 가족 형태의 변화는 독신 가구를 비롯한 기존 형태와 다른 가구의 증가다. 이는 2000년대를 지나 오늘날까지도 점점 심화되는 현상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는 다양한 주거공간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형적인 가족을 전제로 계획된 공간구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젊은 세대들은 초소형 주거공간을 요구하고 있으며, 남는 자녀 방은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대신 드레스룸이나 취미실로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또한 가족구성원의 수가 감소하면서 간소화되는 식사문화로 인해 부엌 및 식사공간의 의미도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확산되고 전형적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서의 현재의 주거문화를 보면, ‘한솥밥을 먹는’ 가족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현상도 볼 수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여 집이 아닌 그 어딘가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하는 ‘소셜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가족을 위해 존재했던 공간을 1인가구 여럿이 함께, 그리고 나누어 사용하는 ‘셰어하우스’ 같은 주거유형도 등장했다. 가족과 그들의 주거공간은 분화, 해체의 과정을 겪어왔으며, 또 다른 형태로의 결합이 진행되고 있다.

* 이 글은 외부 필진이 작성하였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_전남일 |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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