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속 가족 제도의 흐름

대한민국 헌법은 가정 문화의 변화와 사회적 성숙에 발맞춰 변화해왔다. 그 중요한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가족은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들 중 하나다. 가족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국가,더 나아가 인류를 성립시키는 근원이자 출발점이다. 그러나 가족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막연한 짐작만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가정 내에서 관습과의 충돌로 갈등이 자주 빚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법과 제도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안다면 문제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헌법, 가족의 범위를 재정의하다
1987년 만들어진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가족에 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법의 일부를 이루는 가족법의 구체적 조항들은 이런 헌법의 취지에 맞게끔 하나씩 바뀌고, 만들어졌다. 지금도 일부 남아있지만 가정 안에서 딸보다 아들을 우선시했던 가족 문화를 바꾸는 일이 필요했다. 1958년 만들어진 최초의 민법은 상속인들끼리 유산을 똑같이 나누라고 원칙을 정했으나, 여성을 차별하는 예외 또한 가득 두었다. 호주 상속을 하면 2분의 1을 더 얹어주었고 딸의 상속분은 2분의 1로 깎았다. 그나마 결혼을 한 딸은 4분의 1밖에 물려받지 못했다. 아들, 그것도 호주인 아들과 시집간 딸을 비교하면 6배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런 불평등은 1990년 법 개정으로 멈추었다.

 

‘양성 평등’이라는 헌법 이념은 차별적이었던 가족 관계에서 여성의 권리를 높이는 쪽으로 실현되어왔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출생과 결혼, 사망 등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호주를 중심으로 한 호적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작 국가의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인데, 이른바 ‘대를 잇는다’는 부계 중심 사상과 결합하며 남녀차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었다. 호주를 이어받는 순서는 아들, 미혼인 딸,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이어졌다.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의 호적으로 옮겨 기록했으니 법적으로 ‘남의 집안사람’이 돼야 했다. 이혼을 하면 어느 호적에 적어야 할지 막연했고, 자녀는 여전히 그 집안사람으로 기록에 남아야 했다. 부조리한 상황이 많았지만 2005년에야 폐지됐다. 호적을 대체한 가족관계등록부는 본인을 기준으로 부모와 자녀, 배우자까지를 표시한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누구까지 하나의 가족으로 묶을지 따질 필요가 없다. 동성동본금혼 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 제도와 가정 문화 속의 차별
동성동본금혼 제도의 문제 또한 가족 문화의 남녀차별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조상 아래 태어났다면 결혼하지 말라는 법이었다.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도저히 같은 피가 섞였다고 볼 수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게다가 남성만이 기준이었다. 배우자 될 사람의 어머니와는 성이 같아도 상관없지만, 그 아버지와 같은 성이면 결혼을 금지했다.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많은 남녀가 고통받아야 했다. 1978년, 1986년, 1996년 세 차례에 걸쳐 특례법을 만들어 동성동본 부부들을 구제해줄 정도였다. 1997년 동성동본금혼법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고, 2005년 호주제와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8촌 이내의 혈족처럼 진짜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근친혼만 막고 있다.

 

2010년 법원은 제사 지낼 자격 또한 남녀가 동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양성의 평등’이라는 헌법 이념은 차별이 뿌리 깊었던 가족 관계에서 여성의 권리를 높이는 쪽으로 실현되어왔다. 2005년에는 대법원에서도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같은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고, 친족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의 모임을 ‘종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 자격 역시 남성에게만 주었다. 묘비 뒤편에 새기는 자손들의 이름은 일종의 간이 족보였는데, 거기에서도 딸들 이름은 빠졌다. ‘남의 집안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종중 구성원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종중의 재산을 분배할 때도 여성을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발생한 갈등이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법원의 결론은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2010년 여성이 종중 최고 어른이 될 수도 있다고 판결했다. 전체 종중 구성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종중총회를 열 자격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성이 제사에 참여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는데, 같은 조상을 모시는 일에 남녀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들이 많다. 설이나 추석에 여성은 남성의 본가에 먼저 들른다. 명절에 가장 중요한 행사가 제사다. 제사 지낼 자격은 남녀가 동등하다고 법적인 판단이 나왔지만, 현실의 관습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셈이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가족을 다루는 법과 제도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가족법의 변화는 현재진행형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며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남편과 아내, 자녀들로 이뤄진 형태만을 가족으로 봐야 할지가 대표적이다. 결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자녀를 가지면 ‘미혼모’라고 불린다. 아이는 출생신고서에 ‘혼외자’로 구분된다. 불륜관계의 결과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남녀가 아무리 오래 함께하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주택지원이나 의료보험은 물론이고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도 받지 못한다. 젠더gender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지며 성별이 같은 연인들 사이의 관계 역시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가족을 다룬 법과 제도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글_양지열(변호사)
*본 글은 외부필진이 작성하였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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