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이 좋아요

요즘 작은 결혼식이 많이 열린다. 소박한 예식이지만 신랑, 신부, 하객의 표정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의혼議婚-납채納采-연길涓吉-납폐納幣-초행初行-전안奠雁-교배交拜-합근合巹-신방新房-신행新行-현구고례見舅姑禮-묘현廟見-근친覲親. 우리 전통 혼례는 절차가 복잡했다. 이 절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결국 지금도 우리가 행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과거에는 의미를 더 많이 부여하고 엄격하게 지켰다. 요즘 결혼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신랑·신부보다 집안이 결혼식의 주체였다는 것이다. 중매자가 신부 집으로 가 혼담을 나누는 의혼議婚이 혼례의 첫 번째 절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랑 신부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혼례식을 치렀으니 맞절을 할 때 상대 얼굴을 훔쳐보지 않을 수 있었으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쓴 신부가 ‘결혼행진곡’에 맞춰 입장하고, 주례자 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 서양식 결혼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결혼 예식이다. 서양식으로 결혼하는 신랑·신부는 표정이 진지하고 엄숙하다. 왜 아니겠는가. 한 발 떨어져서 결혼식을 보라.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주례자가 많은 하객을 모아놓고 신랑과 신부에게 영원히 사랑하고 서로에게 충실한 것을 다짐 받고 있지 않은가. 주례자는 판관이요, 하객은 맹세의 증인이요, 지금 이 순간부터 신랑·신부는 ‘아름다운 구속’에 걸린 셈이다.

 

시대가 바뀌면 식도 변한다. 몇 년 전 어느 유명 가수와 음악인이 뜻밖에 아주 소박한 결혼식을 올려 사회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 이전부터 기존 결혼식보다 간소한 ‘하우스 웨딩’이 인기였는데 이들의 결혼식은 그보다 훨씬 소박한 그야말로 ‘스몰 웨딩’이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늘어났다. 작은 결혼식은 화려한 ‘웨딩홀’ 대신 야외 예식장이나 레스토랑, 정원, 아니면 자기 집 마당에서 열린다. 대개 주례자는 없고, 주례사는 신랑·신부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 등으로 대체한다. 신랑·신부는 무거운 턱시도와 화려하고 긴 웨딩드레스 대신 가벼운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수수한 꽃다발을 든다. 하객도 정말로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 불러 대략 스무 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의 표정은 어떤 결혼식에 모인 사람들보다 밝다. 축의금만 전달하고 돌아가거나 결혼식도 안 보고 밥 먹으러 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신랑·신부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만 모인 덕분에 작은 결혼식은 밝고 따뜻하며 사랑이 흐른다. 의식의 절차가 가벼워지면 의식의 의미를 잊기 쉬운데 지금 우리의 결혼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작은 결혼식에 큰 사랑과 예식의 참 의미가 깃든다.

 

 

일러스트레이션_이우식
글_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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