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신을 짓겠소

동아시아, 그리고 저 멀리 서양에서도 진땅을 피하려 나무로 신을 지었다. 우리의 나막신에는 공통적인 기능과 고유의 미감이 담겨 있다.

나막신은 대부분 민속박물관에서 봤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는 물건이기 십상이다. 신발이란 가볍고 부드러운 감촉의 운동화나 구두가 전부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기인들이 있다 해도 일부러 나막신 신고 다닌다는 사람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야말로 까마득히 먼 옛날 선조들이 신었던 골동품 취급을 할 수 밖에 없는 물건이다.

 

나무로 신발을 만들어 신는다? 현재와 연결고리가 없는 물건이니 상식을 동원해 상상해봐야 한다. 나무가 흔한 재료여서 신발 소재로 쓰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신축성 없고 굽혀지지 않는 나무의 특성으로 발에 고정시키는 방법이 문제가 된다. 끈으로 얽어매는 방법이 우선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면 특별한 의미를 지녔을지 모른다.

 

 

중국과 일본에도 나막신이 있으니 동아시아의 공통된 문화 인자로 봐야한다. 중국에서 전래되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퍼져나갔다는 추론은 자연스럽다. 일본은 현재까지 나무 신발인 ‘게다’와 ‘조리’를 신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감촉이 좋은 나무를 선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의 전통 나막신은 끈으로 매어 발목에 고정시키는 방식이 많다. 천이나 가죽을 쓰는 일본 게다와 외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우리나라 나막신 모양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독특하게도 투박스럽고 무거우나 나무속을 판 구멍에 발을 직접 넣어 신는다. 이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조선 후기의 나막신에선 끈이나 천, 가죽으로 붙들어 맨 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 두터운 나무신의 앞부분은 여자 고무신의 코와 같이 날렵한 무게감으로 들려 있다. 한옥의 처마선과도 느낌이 통하는 익숙함이 있다. 이런 디자인을 고집한 건 보이지 않는 미감의 반영이 틀림없다.

 

「목혀파는 모양」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소장.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풍속화 모사복원품. 나막신 만드는 모습을 그린 그림. 한 명은 왼손으로 나막신을 잡고, 까귀로 나막신을 파고 있음. 다른 한 명은 자귀로 나막신을 다듬고 있음

포스터. 종이에 원색 인쇄.
왼쪽에 붉은색 장옷을 입은 여인과 사각판을 든 소년이 있음.
소년은 한복 바지와 나막신을 착용함

 

실용성은 의문스럽다. 발이 들어갈 정도로 홈을 파면 둘러싼 주변의 두께가 꽤 두꺼워지게 된다. 그렇다면 부피와 무게가 만만치 않다. 신축성 없는 나무신이 벗겨지지 않으려면 깊이와 각도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굽혀지지 않는 딱딱한 나무 신발을 신고 걸을 수 있을까. 신발은 바닥에 밀착될수록 안정성이 높아진다. 여성들의 신발마냥 높은 나무 굽을 달아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나막신이 편했는지 구체적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정보를 그러모았다.

 

용도의 의문 하나가 풀렸다. 나막신은 비 오는 날이나 봄날 얼음이 녹아 진창이 된 땅에서 신고 다니던 거였다. 아무렴 이 무겁고 불편한 신발을 신고 맨땅을 누볐을까. 파리에서 길가에 쌓인 똥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이 처음 만들어진 이유와 비슷했다. 평소에도 양반 상민 할 것 없이 신었다는 데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일까. 나막신은 고무신이 보편화된 20세기 중반 이후를 전후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실용성의 의문은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세상에! 풍차마을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잔체스칸스에 가보니 나막신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 나막신은 네덜란드나 프랑스의 전통 신발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직접 신어봤다. 생각보다 편안했다. 우리의 것과 달리 굽이 없고 대신 앞을 둥글려 발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 걷게 된다. 이 부분이 결정적으로 다른 차이였다. 여기서도 진땅을 딛기 위한 용도로 쓴다는 데 놀랐다. 사람들의 생각은 동양과 서양의 거리만큼 멀지는 않았다.

 

덕분에 우리의 나막신을 다시 돌아봤다. 아무런 장식도 채색도 되지 않은 나무의 질감과 형태가 외려 기품으로 돋보였다. 예전엔 몰랐지만 나막신의 들려진 코와 적당한 비례의 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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