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은 힘이 세다

수집품으로 박물관까지 연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 그에게 수집은 인생을 바꾼 계기이자 새로운 영감과 꿈의 원천이다.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은 토기로 수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철물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쇠로 만든 물건들을 모으게 됐다. 그 가치가 잘 알려져 있고 모으는 이도 많은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대신 버려지는 근대의 물건에 관심이 갔다. 수집품이 늘어나다 보니 세계적으로도 그 독특함이 돋보이는 쇳대박물관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일관된 관심은 ‘철’. 예전에는 철이 차갑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컬렉터이자 박물관 관장으로서 철의 숨겨진 물성을 깨달은 것이다. “남들에게는 한낱 쇠붙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쇠를 다루는 작가인 내 눈에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이지요.”

 

 

수집가의 조건, 수집의 원칙

석쇠, 조리 도구, 와인오프너, 다리미. 최관장은 열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옛날 물건을 수집했다. 수집의 내공이 깊어지면서 ‘수집가의 조건’에 대한 최관장의 주관도 뚜렷해졌다. 경제력, 시간, 그리고 안목. 그가 꼽는 수집가의 필수조건은 이 세 가지다. 이 조건들은 객관적인 것일 수 있지만 그가 가진 수집의 원칙은 아주 개인적이다.

 

“주관적으로 수집을 하다 보니 내 컬렉션이 경제적으로는 값이 덜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컬렉션의 가치는 경제적인 평가가 아니라 개인의 만족에 달렸죠. 나는 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하는 것보다 이 물건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살펴봅니다. 이 물건이 내 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지요. 나는 만든 이와 사용한 이의 마음, 그리고 세월의 흔적과 멋이 느껴지는 옛날 물건에서 에너지를 받습니다.”

 

최관장은 다채로운 컬렉션 덕분에 여러 가지 물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수집품이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는 건축물 설계와 리노베이션, 전시장 디스플레이에도 감각적인 재능을 보여준다. 이 또한 그가 수집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감성의 결과물일 것이다.

 

 

수집품으로 6개의 박물관을 열다

최관장은 혜화동의 쇳대박물관 외에 부엌박물관, 이화동 마을박물관, 노박갤러리, 와인오프너박물관(개뿔), 대장간박물관(지붕 위의 장닭)도 운영하고 있다. 혜화동 위쪽 이화동에 있는 이 모든 박물관은 그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컬렉션으로 이루어졌다.

 

부엌박물관에는 이름 그대로 부엌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모아두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석쇠다. 오랫동안 숯불 위에서 수천 인분의 고기를 구웠을 석쇠들은 벌겋게 삭고 녹슬어 더욱 아름답다. 이름 모를 장인이 즉흥적으로 만들었을 디자인은 모던하기까지 하다. 그는 뛰어난 손재주로 석쇠를 액자에 넣어 멋스러운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천장에는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는 계란 바구니와 소반을 전시해두었다. 대장간박물관은 끌, 송곳, 망치, 집게, 칼도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생활상을 짐작하게 해주는 이 물건들은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었기에 더 소중하다. 석쇠에는 우리 아버지들의 가족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으며 계란 바구니 역시 서양에서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화동의 꿈

최관장이 이화동에 5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게 된 까닭은 무얼까? 2006년 이화동 벽화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한 그는 서울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화동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2010년부터 이화동에 박물관을 만들기 시작해 2년 전에는 아예 이화동으로 이사해 열심히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화동을 하나의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 내 꿈입니다. 기존 박물관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해요. 21세기의 박물관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비즈니스로 이어져 지속성을 갖추어야 하지요. 근대 유산에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홍규 관장이 5개의 박물관을 만들어 이화동을 바꿔놓은 영감과 에너지의 원천은 수집이다.

 

최관장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5월말부터 7월까지 열리게 될 이화동 마을박물관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그가 운영하는 이화동의 6개의 박물관과 30여개 점포가 손을 잡고 행사를 한다. 방문객은 교복을 빌려 입고 박물관을 구경하며, 카페와 레스토랑을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이화동 마을 지도를 새로 만든 최관장은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곳을 가꿔나가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화동은 이제 그에게 고향 이상의 의미 깊은 장소가 되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소중하며, 누군가 마을을 비난하면 잠 못 이룰 정도로 애정이 깊다.

 

컬렉션으로 비롯된 그의 인생 경로는 순항 중이다. ‘수집’이란 이렇게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한 마을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글_편집팀
사진_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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