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세계의 소금’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_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인 소금은 때로 ‘금보다 더 귀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소금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자 노동의 역사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소금은 각기 다른 자연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어 왔을까? 시대 흐름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어떤 문화적 차이와 동질성을 가지게 됐을까? 세계의 소금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_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이하 호모소금 사피엔스을 기획한 국립민속박물관 박혜령 학예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박혜령 학예연구사이하 박혜령_국립민속박물관은 ‘한 가지 물질’을 통해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탐색하는 물질문화 연구와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그 첫 번째가 ‘청바지’였고, 이번 주제는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소금’입니다. 이번 특별전은 2014년부터 2년여에 걸친 세계의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금을 만들고 다루는 지혜로운 인류’를 주제로 준비한 전시입니다. 제1부는 인류가 소금을 생산해온 이야기인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 그리고 제2부는 만들어낸 소금을 문화적으로 사용해온 이야기로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라는 주제로 구성했습니다.

 

Q.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주목하기 어려운 소금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혜령_소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질로 누구나 필수적으로 사용하지만,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라 그 생산 방식과 사용 방식이 다양하므로 그 같고 다름에 착안해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Q. 이번 특별전은 2014년부터 2년간의 현지조사와 자료 수집의 결과로 완성됐다고 알고 있다

박혜령_소금 생산은 인간의 노력 외에도 자연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바다가 있어야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고,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침하 등 지각변동을 겪어 생겨난 암염퇴적층이 있어야 암염을 얻을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자연 환경을 고려해 현지 조사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다만 계획했던 아프리카나 티베트는 그때 해당 지역에 유행했던 전염병과 테러 등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2014년부터 인도, 페루, 파푸아뉴기니, 볼리비아, 라오스 등 11개국 15개 지역을 현지 조사했고, 소금 생산방식 별로 조사지를 선택했습니다.

 

Q. 짠 물을 잎사귀 등에 절인 후 불에 태워 건조해 소금을 생산하는 파푸아뉴기니의 회염 생산 방식은 새롭고 독특하다

박혜령_파푸아뉴기니 엥가족이 회염을 생산하는 지역은 암염퇴적층이 지하에 형성되어 있고,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소금 연못이 형성된 경우입니다. 그곳은 섬이라서 예부터 소금을 자체 생산해야만 했죠. 소금을 얻기 위한 집념과 노력으로 회염이라는 독특한 생산 방식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회염은 재와 섞여 있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는 않지만 엥가족이 소금을 얻는 유일무이한 방식이자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에 그 방식을 보존해온 것이죠. 바로 이런 의미에서 특별전의 부제를 ‘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소금 사피엔스’로 지은 것이기도 합니다. 삶에 꼭 필요한 소금을 얻기 위한 저마다의 노력을 통해 생산 방식을 발견해내고, 그렇게 얻게 된 소금으로 저마다의 문화를 형성해온 것이 곧 인류 소금의 역사이니까요.

 

 

Q. 인도 구자라트에서 염부의 임시 가옥과 살림살이를 공수해 그대로 재현했다. 현지에서 전시품을 발굴하고 가져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박혜령_인도 구자라트는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특이한 지역입니다. 델리에서도 차를 타고 열 시간 이상을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죠. 염전이 매년 사라지기 때문에 매번 염전을 새로 일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금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 수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선정했어요. 인도 사회에서 염부는 불가촉천민에 해당하는 아주 낮은 신분입니다. 전시장에 구현해놓은 천막 집 안의 신발 한 켤레, 칫솔 하나까지 살림살이 일체 모두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다행히 NGO 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 염부의 가족과 만나고 설득하고 해당 가옥을 사오는 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힘들게 소금을 생산하는 지역 중 하나인 구자라트에서 대대로 소금을 생산해온 가족의 생활 모습을 전시장으로 옮겨와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게 돼서 보람이 큽니다.

 

Q. 대표적인 전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박혜령_파푸아뉴기니 엥가 부족의 ‘원형 소금’과 바루야 부족의 ‘막대 소금’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엥가 부족이 사는 곳에서 지역 문화 담당을 맡고 있는 여자 직원 분이 무척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엥가 부족의 문화를 외부로 알리는 것에 굉장히 협조적이었지요. 폴란드 암염 광산도 재현해놓았는데, 폴란드의 소금 운반용 ‘수레’와 ‘소금 벽돌’ 등의 유물은 대여해 온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폴란드의 유물을 제외한 모든 유물과 전시품은 조사와 수집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박물관이 소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전시를 통해 소금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려고 애썼나?

박혜령_제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를 통해 저마다 다른 소금의 생산 방식을 통해 지역적·문화적 특수성을 보여줬다면, 제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에서는 ‘짠, 흰, 불변, 귀함’이라는 소금의 네 가지 속성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소금의 보편성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셰프들이 영상에서 말하듯 소금은 어느 음식에나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동시에 각 문화별, 음식별로 각기 다른 소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썩지 않는 소금의 속성이 문화적으로 확대되어 우리 삶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신과의 약속, 우호와 동맹 등을 상징하게 되었다는 것도 살펴볼 수 있죠. 특히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소금이 화재를 막는다는 관념은 바닷물로 소금을 만드는 천일염을 생산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특수성을 대변하는 대목입니다.

 

Q. 전시 중 소금과 관련한 세계의 전래 동화나 소금에 관한 전 세계의 언어적 표현 등도 흥미롭다

박혜령_소금이 나오는 맷돌이 바다에 빠져 계속해서 소금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지만 독일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소금에 관한 인류의 보편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요? 한편으로 소금이 저마다 다른 의미와 표현으로 사용되는 지역별 언어 사용도 흥미롭죠. 파푸아뉴기니 엥가족의 사랑 노래에 나오는 표현을 보면 “내 손바닥에 남은 소금의 단맛을 너에게만 줄게”라고 하기도 하고, 스페인에서는 애인을 가리켜 사랑스럽다는 표현으로 “내 사랑 소금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Q. 한편으로 일상에서 소금이 얼마나 두루 사용되고 있는지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박혜령_소금이 식품으로 사용되는 양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소금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소금이 쓰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죠. 수돗물에서 시작해 비누, 세제, 매염제, 살충제, 화약, 볼펜, 플라스틱 등의 화학·제조에 소금이 필요합니다.

 

Q. 이번 특별전은 소금의 기원, 역사, 문화, 현재를 두루 다루었다. 앞으로 소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박혜령_1차적으로 소금 산업은 자연을 가지고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산업에 속합니다. 그리고 자연 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산 환경의 풍광이 굉장히 멋지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소금 생산지나 소금 생산과 관련해 발전한 도시들이 관광지로 인기가 많아요. 소금 생산 방식도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Q. 다음 기회에 소금에 관한 전시를 기획한다면 또 다른 접근이 가능할까?

박혜령_이번 특별전이 ‘소금의 모든 것’이나 ‘소금 대백과 사전’ 형식으로 두루 살펴보는 전시였다면, 다음번에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소금’ 혹은 ‘소금의 짠 맛에 대하여’ 등의 작은 주제로 흥미롭게 풀어보고 싶습니다.

 

Q. 이번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혜령_엥가족을 만나러 파푸아뉴기니에 갔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삼지창 같은 무기를 소지하는 부족을 만나려면 현지 경찰을 대동해야 했어요. 특정 지역을 통과할 때 경찰이 없으면 아예 통과할 수 없어서 경찰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인도 구자라트 지역에 방문했을 때는 넓디넓은 사막에 드문드문 자리한 천막집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학교 역시 천막으로 대충 지어져 있었죠. 학년 구분도 없이 학용품도 없이 그냥 땅바닥에 앉아서 다 같이 수업을 들어요. 학교의 유일한 기물은 칠판 하나이고요. NGO 단체와 지역 교육청 같은 곳에서 한 명씩 선생님을 지원해 수업을 듣는다고 해요. 유물 수집을 위해 재방문했을 때 저와 주변에서 문구류를 조금씩 모아 전달했습니다. 전시장에 있는 천막집과 그들의 살림살이를 마주할 때마다 마주쳤던 모습과 냄새 등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Q. 마지막으로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혜령_전시 말미에 ‘인간은 금 없이는 살아도, 소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문구를 보실 수 있어요. 소금이 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시해놓은 함민복 시인의 글을 읽어보면 그에게 소금이 ‘어머니의 사랑’임을 알 수 있듯, 우리 각자의 삶에서 소금이 어떤 의미와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_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는 2018년 5월 1일부터 2018년 10월 3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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