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어디까지 먹어봤니?

여름이면 냉면집 순례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그 걸음은 이제 북쪽으로 이어질까?

여름은 냉면의 계절이다.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나 식도락가들이 여름이면 ‘평양냉면파’, ‘함흥냉면파’로 나뉘어 ‘OO옥’이라는 이름의 냉면집을 드나드는 모습이야 워낙 익숙했던 것.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먹방’과 ‘맛집’이 시대를 대표하는 흐름이 되면서 냉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풍경과 이야기가 더 커지고 진지해졌다. 덕분에 냉면은 세대, 계절, 지역을 가리지 않는 국민 음식이 되었다. 단골 냉면집 하나 없으면 ‘먹는 즐거움도 모르는 사람’ 취급받는다. 유명 냉면집에서 냉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부럽다’ ‘어딘지 궁금하다’는 댓글이 여럿 달린다. 기존 냉면 명가에서 나온 사람들과 젊은 냉면 장인들이 새 냉면집을 열면서 냉면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지고 넓어지고 있다.

 

얼마 전 우리의 냉면 풍속에 또 하나의 희망과 충격이 가해졌다. 평양 공연을 마친 남한 예술단은 ‘평양냉면의 성지’ 옥류관을 찾았다. 언젠가 나도 진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평냉’은 우리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육수 맛에 기품이 있다’는 호평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메밀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질기고, 분식집 냉면처럼 까만 면발은 남쪽에서 추앙하던 평양냉면의 자태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옥류관 종업원은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다면서 면에 식초를 뿌려줬다. “식초와 겨자를 넣는 건 ‘슴슴한’ 평양냉면에 대한 모독이죠.” 아는 체 하던 남쪽의 ‘냉면 원리주의자’들은 이제 어떤 변명을 찾아야 할꼬.

 

한반도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우리의 냉면 풍속도 달라질 것이다. 남북 젊은이들이 평양의 원조 평양냉면집에서, 남한의 남한식 평양냉면집에서 맛있게 냉면을 먹고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리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슴슴하고 새콤하면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비우고 싶다.

 

 

일러스트레이션_이우식
글_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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