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이이다 타쿠 조교수가 조사한 제주 수협 경매 현장과 영등환영제, 송별제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세계 유수 박물관의 큐레이터를 초빙하여 한국 연구를 지원하는 전문가 펠로우쉽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이이다 타쿠 조교수가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의 펠로로 2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서울에 머무르며 약 3주간 제주도 지역을 조사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가 주 조사지인 이이다 교수는 제주도에서 어떤 조사를 진행하였을까요?

 

글을 쓰기에 앞서, 먼저 박물관에 초대해주시고 한국문화를 깊게 경험할 기회를 주신 국립민속박물관의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펠로우쉽에 참가함으로써 저는 일본의 중요한 이웃인 한국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의 사람도 이웃 국가를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저는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만, 저의 전공인 어업fishery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제주도에 머무르며 제주수업협동조합이하 제주 수협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주 수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열심히 관찰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은 단지 기초적 수준일 뿐이지만 언젠가 한국어를 지금보다 잘 하게 된다면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글을 쓸 수 있겠지요.

 

제주 수협공판장

 

제주 수협에서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아침 7시에 열리는 경매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경매는 열렸습니다. 저는 생선 경매를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관찰하였는데,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경매가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부들은 해가 뜨자마자 배에서 경매장으로 갓 잡은 생선을 운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어종과 크기에 따라 상자에 생선을 채워 넣었습니다. 경매장에서는 한국인들만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서 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인도네시아 사람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상자에 들어간 생선을 얼음으로 덮고, 그 위를 종이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각 상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리지 않기 위해 서로 매우 주의를 기울입니다.

 

경매는 수협 직원이 내는 고함과 휘파람 소리로 시작합니다. 그러면 사진에서 보이듯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수협 직원 근처로 모여들지요. 이 사람들은 경매 참가 권한이 있는 중개상인들입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고유한 번호가 부여되어 있고 그 숫자는 모자나 경매입찰패에 적혀 있습니다. 경매인이 경매를 부칠 생선 상자를 가리키면 입찰자들은 저마다 패에 적당한 가격을 적어 넣고는 그것을 경매인에게 몰래 보여줍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적을 경우에는 가격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사려는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경매인이 가격을 비교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패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저마다 좋은 생선을 구매하기 위해 입찰이 진행되는 약 30초가량의 짧은 찰나, 열기가 매우 뜨겁습니다.

 

경매에서 알 수 있듯, 수협은 주로 생선을 사고파는 경제적 목적을 위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어부들과 제주도민들 사이에서 종교적·사회적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매년 2월 초하루부터 개최되는 영등제가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출판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영등할망’은 매년 천계에 거주하다가 어로에 유익한 날씨와 관련된 가족들(딸 또는 며느리)을 데리고 온다고 합니다. 그러다 같은 달 음력 14일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올해 영등환영제는 3월 17일 제주 수협공판장에서 개최되었으며 영등송별제는 사라봉에서 3월 30일에 개최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두 의례 모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영등환영제는 제주 수협의 생선 경매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어부들과 해녀들은 여전히 파도에 영향을 주는 바람에 의존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여전히 영등할망을 믿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제주 수협에서 영등환영제를 개최하는 것은 이들의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삶 속에서 수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아침부터 환영제를 준비하는데 경매장의 거의 반절 이상이 의례를 진행하는 장소로 꾸며집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매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었습니다. 시장 위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 누구나 이 의례에 참석하여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영제 장소에는 손님과 방문객을 위한 의자가 줄지어 있었고 또한 영등할망 등의 신을 위한 제물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지역 인사의 화환이 줄지어 있고 소지와 현금을 받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소지의 아랫부분은 스테이플러로 지폐를 집었고 윗부분에는 기증자의 이름과 배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지를 줄에 매달아 의례 장소에 장식하였습니다.

 

영등환영제

 

9시부터 붉은 옷을 걸친 심방이 나오자 음악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채로 두들기는 큰 북과 손으로 두들기는 작은 북, 큰 징과 작은 징으로 구성된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심방을 제외한 모든 악기 연주자들은 여성이었습니다. 심방은 20여 분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데 관람객들은 무대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개인적인 대화를 너무 큰 소리로 나누는 바람에 심방의 목소리가 불분명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노래와 춤 중간 중간에도 선주들의 소지 헌납이 지속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무대로 나아가 세 번씩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방이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 들어가자 분위기가 급격히 변했습니다. 제단의 과일이 변화하고 위패가 하나 더 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여섯 남성들이 등장했습니다. 한 명은 축문을 읽고 다섯 명은 교대로 절을 하고 술잔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수협이나 어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는데 이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음악이나 악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즉 수협이 새롭게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그 구성원들이 전체 의례 과정에 조합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록 이 부분이 전체 의례 과정에서 약간 튀는 듯 보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화를 잘 이룰 것으로 생각합니다. 점심식사 이후에도 쌀점을 치는 등 의례가 지속되다가 정오를 넘겨 끝이 났습니다. 언제 의례가 진행되었나 싶게 자리는 신속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제주 찰머리랑 영등굿 영등송별제

 

3월 30일, 사라봉에서 영등송별제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수협의 직원들이 이 의례에 참석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라봉 공원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벚꽃나무 아래 앉아 공연을 감상하듯 볼 수 있었습니다. 날짜를 확인하고 찾아온 관광객도 있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었습니다.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사람들은 심방과 악사였으며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들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갈옷을 입은 여성들이 씨점을 치기 위하여 좁쌀을 돗자리에 뿌렸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7형제 영감신이 배방선을 들고 나와 영등신에게 배를 띄워 보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영등환영제와 송별제의 중요한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수협이 그들의 참여와 존재를 환영제에서 증명하는 반면에 송별제에서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별제에서 연희자들은 관람객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이상이 제가 제주도에서 관찰한 수협공판장에서의 모습과 영등환영제, 송별제입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에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 분들 중 몇몇 분은 제가 관찰한 것 보다 더 잘 설명하실 수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민족지학적 정보로서의 풍부한 묘사를 아무쪼록 즐기며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제주도 현장연구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_이이다 타쿠IIDA TAKU|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조교수
정리_박선주|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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