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거나 혹은 새롭거나: 저고리를 다시 보다

저고리는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저고리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첫 번째 시선: 마땅히 못 입도록 금하여 아주 없애야한다

“오늘날 부녀들이 입는 좁은 소매 옷과 짧은 적삼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면서 귀천이 통용한다. 놀랍고 괴이한 것은 사람들이 익히고 보며 보통의 일처럼 여기는 점이다. 더울 때 입는 홑적삼은 아래를 오므려 꿰매니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 치마말기마저 가릴 수 없어 더욱 괴이하고 잘못되었다. 이 옷은 요사스러우니 마땅히 못 입도록 금하여 아주 없애야 한다.” 1)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瀷이 말한다. ‘요즘’ 저고리는 그 모습이 괴이하다고.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오늘날의 부녀들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면서’ 입고 다니니 ‘아주 없애야’ 한다는!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가 그토록 탐탁지 않게 보았던 3백여 년 전, 바로 그 옷이 지금은 오히려 아름다운 ‘옛 저고리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신윤복_「전모 쓴 여인」_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윤복_「저잣길」_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두 번째 시선: 단추나 단춧구멍을 사용하지 않는다

“조선인의 옷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예술적인 면에서 경탄을 금치 못할 의복 기술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옷을 여미는 방법이다. 조선인은 옷을 여미는 데 단추나 단춧구멍을 사용하지 않는다. 저고리와 조화를 이루는 색깔로 옷고름을 달아 멋지게 묶어 여미기 때문이다. 저고리의 안섶과 겉섶이 만나는 부분은 정확하게 각을 맞추는 대신 타원형으로 여며지도록 목 언저리를 파낸다. 그리고 서양의 칼라에 해당하는 흰 무명 동정을 저고리 깃과 맞대어 단다.” 2)

 

1883년 조선을 다녀간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의 눈에 비친 우리 저고리는 이렇게 독특하고 흥미로운 옷이었다. 그는 타원형으로 여며지는 깃과 흰 동정의 조합에 주목했고 옷고름을 묶어 여미는 방법을 보며 ‘예술적’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작 지금은 제대로 묶을 줄 아는 사람마저 드물고 으레 단추보다 번거롭고 불편한 것으로 여겨지는 옷고름이 그 시절, 이방인에게서 이토록 극찬을 받았을 줄이야!

 

깃과 섶은 그대로 두고 고름 대신 버클을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살린 저고리.
버클 덕분에 여밈의 정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고 자주 고쳐 맬 필요가 없어 실용적이다(디자이너 황선태).

 

세 번째 시선: 그리하여 낯설거나 혹은 새롭거나

“옷고름 대신 매듭 단추로 여민 반소매 저고리, 평면 재단인 우리 옷의 속성을 벗어나 서양 옷처럼 입체적인 소매를 단 저고리, 프린세스 라인을 넣은 재킷 모양 저고리, 반짝이 옷감과 레이스로 만든 화려한 저고리, 속이 비치는 시스루 저고리까지. 우리 저고리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저고리의 역사는 길다.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깃과 동정, 겉섶과 안섶, 안고름과 겉고름, 심지어 여밈까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마주한 저고리는 사뭇 낯설고 어쩐지 석연치 않다. 이런 혼란은 근대화 시기에 양복에 떠밀려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특별한 날에나 입는 옷으로 박제화 되었다가 최근 우리 앞에 ‘신한복’, ‘캐주얼한복’이라는 이름의 저고리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새삼 ‘전통’과 ‘한국적인’ 무언가에 대해 곱씹어야 할 상황과 맞닥뜨리고 만 것. 저고리는, 막연하지만 ‘전통적’이고 어쩐지 ‘옛 모습 그대로’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또 그렇다면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 속으로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듯싶기도 하다. 예쁘고 편한 것, 지금 생활에 맞게 고친 것과 전통적인 그 무엇은 정녕 공존하기 어려운 걸까?

 

소매를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게 디자인한 저고리.
짧고 가느다란 고름으로 실용성을 살리고 길고 풍부한 고름으로 멋스러움을 더했다(디자이너 이향).

 

전통적인 것은 무엇이고 그 원형은 또 어디에 있을까. 실은 전통 역시 그 당시의 것일 뿐 변치 않는 원형일 수는 없다. 그 시절 조선 여인들이 입은 저고리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이익이 말했으나 그 또한 하나의 저고리로 남은 것처럼, 우리에겐 당연했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예술적인 요소로 비쳐진 옷고름처럼,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수많은 저고리 역시 우리 시선과 일상 속에 들어와 부딪히고 변화하며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날 저고리를 지켜볼 일이다. 분명 둘 중 하나일 테지. 낯설거나 혹은 새롭거나! 남거나 혹은 사라지거나!

 

참고문헌
1) 李瀷, 『增補文獻備考』
2) Percival Lowell, 1885,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Harvard University Press

사진 출처
2014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 도록 p.169~170_한복진흥센터(디자인 황선태)
2016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 도록 Figure 6-3 · Figure 6-8_한복진흥센터(디자인 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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