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에서 자연을 만나다

‘생태 공간 목수’ 전은정 · 장세이 공동대표

특색 있는 1인 출판사와 동네 서점이 인기를 끌며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는 하나의 흐름이지만 미래에서 보면 작은 민속이 될 지도 모르겠다. 생태 전문 출판사 ‘목수책방’, 우리 차를 음미하는 찻집 ‘목수다방’, 숲과 사람을 배우고 이야기하는 생태 교실 ‘목-수다방’이 모인 ‘생태 공간 목수’는 이 시대 동네 서점의 외양과 내연을 잘 보여준다. 목수木手가 아니라 목수木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가졌던 전은정 대표와 장세이 작가는 서로의 공통점을 연결해 작지만 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Q.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전은정 대표이하 전은정_모든 장르를 다루기보다 특정 주제를 추구하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다. 숲과 나무, 여행을 좋아해 생태 전문 출판사를 만들게 됐다. 출판사는 4년전 열었고, 생태 공간 목수는 올해 3월이면 오픈 1주년이 된다.
장세이 작가이하 장세이_김해평야를 바라보며 자랐다. 자연 관련 책을 만들고 생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도시 속 생명의 원천 중 하나인 숲에 관심을 갖다보니 숲 해설가를 시작하게 됐다. 나무와 숲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Q. 생태 공간 목수는 최근 관심을 모으는 1인 출판사, 동네 서점, 생태 문화 공간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모두 담고 있어 흥미롭다.

전은정_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어 힘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출판은 항상 어려운 분야다. 예전에 비해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생태’는 여전히 마이너리티이고, 교양 · 과학 분야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세 먼지의 폐해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환경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다.
장세이_언론에 등장하는 생태에 대한 관심은 트렌디하다. 보편적 주제인 자연이 매니아적인 장르로 여겨지면 안 된다. 이곳은 책을 매개로 한 배움의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모호하게 알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느끼게 하고 싶다. 하지만 좋은 강연들이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작은 단체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자연과 생태의 소중함을 함께 알리는 공동체가 더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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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공간 목수는 작다. 하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크다.

 

Q. 이곳은 주로 어떤 이들이 찾는가?

전은정_궁극적으로 이 공간이 옥수동 사랑방이자 생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옥수동 주민보다 자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방문객들은 남녀노소 다채롭다.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있다.
장세이_이 공간이 현대인의 생명 존중과 인간성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개포동에서 아파트 재개발이 시작되면 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질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무가 처한 현실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많이 다르지 않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인간만큼 값진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무너져가는 인간성이 다소 회복되지 않을까.

 

Q. 생태 공간 목수는 곧 오픈 1주년을 맞는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장세이_그동안 소설가 성석제의 ‘문학에 등장하는 나무의 상징성’, 숲 해설가 이순정의 ‘옥수동 나무 찾고 지도 만들기’,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나무의 특성을 담아 글씨 쓰기’ 등의 강좌가 열려 호평을 받았다. 문화계 명사들이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강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것도 기뻤다. 언제고 다시 불러 달라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가 감사했다.
전은정_우연히 들어왔다가 공간이 좋다고 칭찬해주는 이들이 많아 기쁘다. 아직은 수익성이 약하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생태 공간 목수를 하나의 브랜드로 더 알리고 싶다.

 

Q. 2018년의 계획은 무엇인가?

전은정_요즘 동네에서 토박이를 찾기 힘들다. 동네에 대한 애착이나 추억이 적다보니 동네 서점으로 홍보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 단지는 특히 결집하기가 만만치 않다. 동네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동네 서점이자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싶다. 강연도 하고 있지만 역시 이곳의 주체는 책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같이 읽는 독서 모임 ‘산책만보’, ‘생동생동’을 운영하면서 독자들의 잠재력을 느낀다. 전문 분야의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1인 출판사로서 책의 다양성을 높이려 한다.
장세이_작가로서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고 알리고 싶다. 자연이 배움의 소재가 되자 글 쓰기에 도움이 된다. 제대로 알고 보고 느끼니 쓰는 글도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책을 팬시하게 여기는 서점가 분위기는 아쉽지만, 특별한 책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가 많아서 희망적이다. 책이 변하지 않고 독자만 달라지길 바라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유기농 식품 브랜드들이 초반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대중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생태 책과 ‘생태 공간 목수’도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가까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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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약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를 기획할 수 있다면 무엇을 전시하고 싶은가?

전은정_얼마 전 우리나라 호미가 해외에서 ‘공구’를 할 정도로 인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농사에 사용된 우리의 옛 농기구를 전시하면 어떨까? 옛날 정원과 관련된 전시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장세이_내가 쓴 「서울 사는 나무」에 실린 서울 요지의 오래된 나무 사진전이나 한글 의성어, 의태어를 담은 책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강병인의 캘리그래피 작품 전시도 좋을 듯하다.

 

Q. 국립민속박물관 웹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은정_목수책방 대표로 그간 12권의 책을 냈고, 올해 6권의 신간을 발행할 예정이다. 봄에는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 생활」벌린 클링겐보그 저, 「정원, 우리의 땅과 삶을 디자인하다」메리 레이놀즈 저가 발간된다. 제2의 데이빗 소로로 불리는 벌린 클링겐보그가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시골 생활 에세이집과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받은 조경 디자이너 메리 레이놀즈의 자서전이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과 친숙하게 지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되기를 바란다.
장세이_국립민속박물관 뜰에 아름다운 꽃개오동나무와 벽오동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특히 봉황도 쉬어간다는 벽오동은 너무 아름다워 천상계의 나무 같기도 하다. 박물과 식물은 대비되지만 지금의 식물이 어쩌면 나중에는 박물이 될 수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할 때는 나무도 함께 감상하시길.

 

이곳에서는 생태 관련 책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 강연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어, 자수와 뜨개질, 드로잉 강좌도 열렸다. 모든 것이 행복한 사람을 위한 주제이며 사람이 곧 생태의 한 부분인 것이다. 향기로운 차도 준비돼 있으니 짙푸른 자연이 그리울 때 ‘생태 공간 목수’에 잠시 들려보는 건 어떨까? 도심 속 숲 해설가 두 명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인터뷰_국립민속박물관 웹진 편집팀
사진_이혜련(other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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