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담는 그릇, 홈 비디오

아날로그의 종말

“집에 있는 VTR이 고장 나서 찍은 걸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어요.”
– 광주광역시 북구 김○○ 기증자 –

 

살다 보면 돌아가고픈 시절과 장소, 추억하고픈 사람들이 있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다시 가보거나 오래된 앨범을 꺼내 보기도 하고, 또 서랍장 구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노트나 일기장을 펼쳐보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고자 할 때 영상만 한 것이 없다. 지금은 커버려 더는 귀엽지 않은 자녀의 재롱이 다시 보고 싶을 때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목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각과 청각의 복합적인 자극이 가능한 매체, 그것이 바로 영상이다.
1980년대 초 캠코더의 출시와 그 이후 VTR의 보급에 따라 가정에서도 영상을 소장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디오테이프라는 물건 속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종종 돌려보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exhibit_img15

예전에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TV와 VTR

 

대략 2000년 초중반까지 비디오테이프는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었고, 그와 관련된 기계들도 꾸준히 생산되었다. 그러나 디지털의 물결에 밀려 비디오테이프는 외면받게 되었고, 경제 논리에 따라 비디오테이프를 볼 수 있는 기계는 점차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추억하거나 기념하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꺼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국의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라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집안 구석에 방치되다시피 있는 각 가정의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해보고자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결혼식 등 가족의 대소사를 촬영한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는 전제하에 보도자료를 내고 라디오 인터뷰도 하는 등 사업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전국 각지에서 314점의 영상을 기증받을 수 있었고, 이를 디지털화해 기증자에게 전해 주었다.
 
수집한 영상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면, 시기적으로는 1984년부터 2009년까지의 분포를 보인다. 내용상으로는 태아 초음파, 출산, 백일잔치, 돌잔치, 성장 과정,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신혼여행, 가족여행, 회갑, 칠순, 팔순, 장례식, 성묘 등 기념하거나 추억하고 싶은 일들을 두루 담고 있다. 참고로 이들 자료는 올해 9월 ‘민속아카이브 자료 수집 10년’ 특별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exhibit_img15

돌잔치, 육아, 재롱잔치, 고등학교 졸업식, 결혼식, 여행, 추석모임, 칠순잔치, 장례식(사진 순서대로)

 

수집 에피소드

접수받은 비디오테이프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집을 들락거리면서 참으로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정말 보고 싶은 영상이었는데 이제야 볼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워하신 분들, 비디오테이프를 만지작거리며 회상에 젖어 자신의 추억을 들려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영상이 담긴 USB를 TV에 꽂아 당사자의 추억을 거실에 소환시켰을 때 들을 수 있었던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는 일의 보람을 극대화 시켜주기도 했다. 반면, 의심의 눈초리로 현관문을 열어 주시거나,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오해하시는 몇몇 분들이 있어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세상이 험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그분들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갔다.

 

올해도 수집은 계속된다.

 

“내년에도 이 사업 계속하시나요? 제 주변에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 서울특별시 강남구 최○○ 기증자 –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홈 비디오 수집은 계속된다. 단, 지난해와 달리 2월과 8월에 접수를 받아 제한적으로 진행한다. 수집 범위도 확대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촬영한 영상도 수집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라 외국의 다양한 문물을 촬영한 영상을 지난해 수집 과정에서 다수 확인했기 때문이다. 매체의 단종으로 보기 어려운 영상을 소환해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함께 보며 소중한 추억을 나눠 보길 권한다.

 

| 국립민속박물관 새소식 [홈비디오] – 자세히 보기
| 생활문물연구 33호 – 자세히 보기

 

글_ 최승빈, 황기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


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작년에 내려고 했다가 이런저런 사정과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놓쳤습니다. 긴 시간을 놓쳐서 넘넘 아쉬웠는데, 이번에 다시 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2월에 꼭 보내겠습니다.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안녕하세요, 국립민속박물관 웹진 담당자입니다.
    문의하신 홈비디오 공개수집 신청 방법은 본문의 하단 “국립민속박물관 새소식[홈비디오] – 자세히 보기”에서 파란 부분을 클릭하시면 나옵니다.
    홈비디오 공개 수집신청에 대한 문의 사항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전화 02-3704-3248 / 전자우편 nilekhj@korea.kr)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03045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7    대표전화 02-3704-3114    팩스 02-3704-3113

발행인 김종민    담당부서 섭외교육과  © 국립민속박물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