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그림에 담다

일러스트레이터 구작가

 

일러스트는 그림으로 의미를 전달하는데 사용된다. 원시시대의 동굴벽화가 그들의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었다면, 이를 일러스트레이션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귀여운 토끼캐릭터 ‘베니’를 그리는 구경선 작가도 자신의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베니’는 슬픈 날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모든 게 귀찮아져버릴 때는 ‘다~ 귀찮아!’라며 발라당 드러눕는다. 그렇게 일러스트를 통해 소통하고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 구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큰 귀의 귀여운 토끼캐릭터 ‘베니’
구작가를 대신해 세상 이야기를 듣다

 

토끼 캐릭터 ‘베니’는 쫑긋한 귀가 매력적이다. 파스텔 톤의 색감과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캐릭터 일러스트는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이던 2000년 대 초부터 배경스킨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현재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사랑 받고 있는 ‘베니’를 창조한 구작가에게 일러스트 작업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자, 바로 자신이기도 하다.

<다 귀찮아> _출처 구작가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했어요. 말을 늦게 배울 수밖에 없으니 그림으로 대신 표현을 많이 했어요. 할머니 댁에서 먹은 닭볶음탕이 너무 맛있어서 스케치북에 그렸는데, 엄마가 무슨 그림인지 못 알아보셔서 할머니한테 전화를 하셨죠. 할머니께서 ‘오전에 먹은 닭볶음탕 같다’고 하셔서 엄마가 닭볶음탕을 만들어주셨어요. 일러스트가 언어가 되는 순간이었죠. 자연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베니’가 토끼인 것도 그녀의 청각장애와 관련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던 중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하려고 본 동물백과사전에서 토끼에 대한 설명을 보게 된 것이다. 토끼는 청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로, 듣지 못하는 구작가를 대신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블로그에 ‘베니’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러스트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베니’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하나 둘 생겼고, 블로그 이웃 중 한 분의 제안으로 싸이월드에 베니 일러스트를 이용한 스킨을 만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는 않았고, 1년 가까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권태가 찾아왔어요. 그러다가 마감이 한 시간 남았을 때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 귀찮아>라는 일러스트를 그렸죠. 모든 게 귀찮았던 제 심정을 대변한 것처럼 베니가 대大자로 누워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죠. 그 덕분에 이모티콘 작업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평범한 일상이 담긴 일러스트,
가장 효과적인 소통방법

 

구작가는 일러스트와 이모티콘 작업에 주로 일상을 담는다. ‘베니’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신나게 쇼핑을 한 후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씨-익 웃기도 한다. 때로는 업무에 지쳐 축 쳐져 있기도 하고, 언제 힘든 일이 있었냐는 듯 또 신나게 들썩들썩 춤을 추고 있기도 하다.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마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듯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콘셉트를 ‘일상’으로 정하면, 내가 일상에서 주로 어떤 대화를 하는지를 생각해요. 그 다음에 대화에 필요한 이모티콘을 구성하죠. 일러스트를 그릴 때 ‘이런 상황이면 나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거죠. 긴 말보다 일러스트 하나로도 모든 걸 전달할 수 있어요. 어쩌면 요즘 세대에는 더욱 어울리는 소통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일출> _출처 구작가

 

현재 일러스트는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소통의 매개체가 된 듯하다. 아주 옛날 원시시대 때 벽에 그림을 그려 소통을 하고 일상을 기록했던 것처럼, 또는 조선시대의 대표 화가인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 속 사람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아주 먼 미래에는 일러스트와 이모티콘들이 이 시대의 풍속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일러스트와 이모티콘은 언어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제 생각과 마음을 다 표현하기 어려울 때, 또는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일 때 말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대신하죠. 어쩌면 현재 너무 바쁘고 삶이 다양해져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가도 싶어요. 그래서 만약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를 한다면, 옛 사람들의 여유와 작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일상을 담은 ‘베니’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글_구작가 │ 일러스트레이터
구작가구경선는 들리지 않는 자신을 대신해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라고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려 사랑받고 있다. 이제는 빛까지 잃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계속 행복할 것 같다며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구작가의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인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의 일상과 희망을 귀여운 베니 스케치와 컬러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베니의 컬러링 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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