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소망, 별전에 새겨 넣다

박선주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별전>

 

별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다양함과 섬세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작은 동전에 문양과 글귀를 새기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을 텐데도 지금까지도 꽤 많은 유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사대부를 중심으로 별전을 만들어 소장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이 그토록 이루고 싶었기에 소망을 담은 별전을 지녔을까? 박선주 큐레이터에게 별전에 대해 들어봤다.

 

다양한 모양과 문양, 그 안에 담긴 소망들

 

별전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록상으로는 조선 숙종 4년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상평통보를 만들 때 들어가는 동의 함유량 등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용 시주화로 만들어졌다가 이것이 실물 화폐가 아닌 별전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 후 현재의 기념주화처럼 국가 차원의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거나 사대부를 중심으로 혼례용품이나 장식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상평통보를 기본 틀로 거기에 중간을 파거나 문양을 넣어서 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별전은 다양한 모양새를 갖고 있는데요. 거북이형, 나비형, 화형, 당초형, 실패형, 육각형, 물고기형, 복숭아형, 부채형 등 매우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열쇠패 형태의 별전은 다양한 별전들을 헝겊 끈에 꿰어 여러 가닥으로 늘어트려 만들었는데요. 크기나 화려함이 단연 독보적이었지요. 열쇠패는 주로 사대부가에서 딸의 혼례를 치를 때 혼수품으로 사용되었는데, 소망을 담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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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패 모양의 별전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별전마다 갖고 있는 모양과 문양, 외각형태는 달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많은 유사성을 가진다. 아들을 많이 낳기 바라거나 수복강령壽福康寧과 오복五福을 바라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 유교나 도교사상에 나오는 좋은 글들을 새기기도 했다. 별전은 복을 받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다 담으려고 했던 것이다.

“춘화春畵에 나오는 것처럼 남녀가 성교性交를 하는 모습을 새긴 별전도 있어요. 자식을 많이 낳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과 동시에 자녀의 성교육을 위해서도 쓰였지요.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니까 별전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주물을 만들 수 있는 곳에 맡겨서 만들었어야 했고, 별전 중 일부는 칠보로 색을 입혀 한껏 멋을 부린 것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 열망을 새긴 별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별전만 해도 2,800여 점에 달한다. 다른 박물관과 비교했을 때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유물이 바로 별전이다. 우리나라 성형외과 분야의 선구자인 정성채 박사가 평생 모아온 별전을 국립민속박물관에 모두 기증한 것이 그 기초가 되었다. 박선주 큐레이터는 2004년 유물과학과에서 일할 때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별전을 주제로 책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이전까지는 별전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유물자료집 <별전 別錢 : 기원을 담은 돈>을 제작하게 되면서 별전에 대해 저절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던 서민들은 갖고 있던 상평통보를 직접 깎아서 별전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기도 했습니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부적과 같은 의미인 별전을 소장하고 싶었던 것이죠. 실제로 별전을 보면 크기가 굉장히 작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조각이라든지 작은 문양을 보면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원하는 게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랬을까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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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는 집을 지으면 집 곳곳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신의 형체를 만들어 집 안에 두거나 냉수 한잔을 떠놓고서라도 정성을 들여왔습니다. 신이 있다고 믿고 그 신에게 받치는 정성이 집을 그리고 가족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별전은 소망 혹은 믿음을 물건 값으로 치르는 돈 모양에 새겼다니, 그 열망의 강렬함이 마음 속까지 느껴진다.

“별전은 실제 화폐처럼 통용되었던 돈은 아니지만 돈의 형식을 빌려 덕을 기리고 복을 구하는 기원의 메신저 역할을 해줬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이상의 세계를 아이러니하게도 돈에 새겨 넣음으로써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값을 치렀다는 마음의 위안도 함께 가졌던 것이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순수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죠.”

별전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하나의 부적과 같았다. 정성에 대한 대가가 올 것이라는 순수한 열망을 지닌 별전.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문양 뒤에 숨겨진 별전의 참뜻이다.

 

| 유물자료집 <별전別錢 : 기원을 담은 돈> PDF
인터뷰_ 박선주│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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