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한국인의 삶과 문화

산악인 김영미 씨

 

우리나라 땅의 약 70%는 산지로 이루어졌다. 크고 작은 산들이 줄을 이으며 만든 산맥들은 지형의 특색을 나타내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었다. 한국인들은 산과 함께 살아오며 산을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7대륙 최고봉 등정, 히말라야 암푸1봉 세계초등이라는 기록을 세운 김영미 산악인을 만나봤다.

 

7대륙 최고봉 등정한 비박소녀

 

작지만 다부진 체구의 김영미 씨는 국내 최연소 7대륙 최고봉 등정자로 이름을 올린 산악인이다. 2004년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를 시작으로 2005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와 유럽 최고봉 엘브르즈5,642m, 2006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6,962m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 2007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2008년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에 올랐다. 2009년에는 세계 4위봉인 로체 등정, 2013년에는 히밀라야 암푸1봉 세계 초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산악인들이라면 정상에 오르길 희망하는 최고봉들에 오른 김영미 씨지만, 그녀 역시 처음 시작은 소박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1999년 강릉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우연히 학생회관 앞에서 산악부 모집글을 보고 가입했어요.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라 어릴 적부터 산에서 뛰어 놀고, 열매를 따 먹었죠. 처음에는 단순히 주말에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웬걸요. 대학생들이 암벽을 타고 몇날 며칠 등정을 떠나더라고요.(웃음) 너무 힘들었지만, 함께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좋았어요. 땀 흘리며 올라가면서 힘들 때 도와주고 물 한 모금 나누어 마시고… 그렇게 조금씩 산에 빠져들었죠.”

그녀는 혼자 강릉부터 평창에 있는 고향집까지 산을 타고 가곤 했다. 차로는 1시간 걸리는 거리가 2박3일 걸렸다. 소금강을 건너고 오대산을 넘는 동안 배낭을 맨 채로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밤에는 낙엽 위에서 잠을 청했다. 멧돼지를 만나기도 했고 도깨비불을 보기도 했지만, 타고난 뚝심 덕분인지 산행을 이어갔다. 그만큼 산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비박소녀’라는 별칭도 붙었다. ‘비박’은 악천우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났을 때 장비 없이 노숙하는 것을 뜻한다. 그녀의 홀로산행(?)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단어로, 여기에 처음 산을 시작할 때의 설레는 감성을 담아 ‘소녀’라는 말을 붙였다.

“그렇게 전국의 산들을 미친 듯이 다녔어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친구와 함께 백두대간 일시종주에 도전했어요.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따라 가는 50박 51일의 일정이었죠. 그동안은 다른 사람이 짜준 계획에 따라 산행을 했는데 이때 처음 직접 루트를 계획했어요. 백두대간 종주를 한다고 하니 산악부 선배가 히말라야에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일단 백두대간을 다녀와서 고민해 보겠다고 했죠. 백두대간을 종주하면 산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후엔, 결국 취업도 제쳐두고 히말라야로 떠나게 되었죠.(웃음)”

 

동료를 잃은 슬픔, 새로운 도전으로 이겨내

 

2003년 대학선배 추천으로 한왕용 대장의 가셔브룸2봉-브로드피크 원정에 참가하게 되면서 히말라야 설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첫 히말라야는 아쉬움이 컸다. 같이 간 사람들은 베테랑이었고, 자신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2004년 산악인 오은선 씨와 남극 빈슨매시프4,897m에 올랐고 귀국하자마자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의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박영석 대장 등반대에 합류하면서 7대륙 최고봉에 도전하게 되었다.

“7대륙 최고봉에 오를 데 3년 5개월이 걸렸어요. 그 후로 수많은 산에 올랐죠. 하지만 산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높든 낮든 모든 산이 다 힘들어요. 처음 히말라야에 갔을 때 선배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땐 난 처음인데 어떻게 희생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화장실도 없고 씻을 수도 없는 거친 환경인데 희생이라는 게 어렵잖아요.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게 되었죠.”

산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함께 등산을 하던 동료와 선배들의 사고였다. 2011년 가을 안나푸르나 남벽 신 루트에 도전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이 실종되면서 그녀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사실 저는 산을 포기하고 그만둬야 하는 이유들이 너무 많았어요. 많은 사고들을 목격하면서 슬픔으로 가슴이 꽉 막혀 있었어요. 하지만 산을 포기하면 내 등반의 마침표는 슬픔으로 끝날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기는 싫었죠. 그러던 중 바이칼 호수가 눈에 들어왔어요.”

올해 초 그녀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횡단에 도전했다. 손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곳을 23일 동안 식량을 채운 90kg의 썰매를 끌며 700km를 걸었다. 출발 전에는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의 전경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막상 도전을 시작하면서는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다. 밥해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추운 날씨에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 23일 동안 8kg의 몸무게가 빠질 정도였다.

“바이칼 호수를 종주하고 오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내 온몸의 에너지로 어떤 그림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삶에는 각자의 형태가 있는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선택해서 길을 갔다고 생각해요. 돌아온 후에는 슬픔을 내가 가둬놨기 때문에 간직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살아 있어도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죠. 반대로 죽었어도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지만, 의식을 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같이 살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백두대간 중심으로 산 문화 소개하고파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산을 좋아하고 즐긴다. 온 국민의 취미가 등산이라고 할 정도로 시간을 내어 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뒤에 두고 살았고,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 존재했죠. 산에서 먹을 것과 땔감을 구하면서 살아왔어요. 어떻게 보면 산은 자양분이자 탯줄 아닐까요. 산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문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산은 땀을 흘린 만큼만 오를 수 있고, 노력한 만큼만 볼 수 있어요. 인내를 해야만 산이 주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참 건강한 문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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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처음 산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와는 많이 변한 부분도 있다. 강원도 소금강에 처음 갔을 당시만 해도 불빛 하나 없었지만, 현재는 등산로가 만들어지고 캠핑장에 세워졌다. 최근에는 산길이나 숲 등을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인 트레일러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산은 그대로지만, 산을 즐기는 문화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산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면 어떻게 기획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산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리를 설명해줄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어요. 남북이 분단된 지 72년이 흘렀는데, 우리가 가지 못하는 북한을 산맥들이 넘나들고 있어요. 백두산에서 내려오는 산맥이 지리산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죠. 대학생 때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백두산까지 갈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다리에는 힘이 남아있고, 더 갈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 때문에 발을 더 내딛을 수 없었죠. 전시에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 그리고 산맥을 따라 형성된 의‧식‧주 문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무척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김영미│산악인
국내 최연소 7대륙 최고봉 등정자로 이름을 올린 산악인이다. 2004년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를 시작으로 2005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와 유럽 최고봉 엘브르즈, 2006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 2007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2008년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2009년에는 세계 4위봉인 로체 등정, 2013년에는 히밀라야 암푸1봉 세계 초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초에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단독종주에 성공했으며, 트레일러닝, 산악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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