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시선으로 여행을 기억하다

여행블로거 배짱이 김수진

 

‘여행’이라는 단어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낯선 곳에서는 새롭게 만나는 사람, 문화, 음식, 풍경까지, 그 모든 것이 특별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제 많은 이들이 휴가나 주말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으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방송프로그램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배짱이’라는 닉네임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는 블로거 김수진 씨를 만나봤다.

 

해외여행의 매력에 푹 빠지다

 

‘배짱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여행블로거 김수진 씨는 지금까지 21개국 85개 도시를 여행했다. IT기업에서 일하며 틈틈이 주말과 휴가를 이용하여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떠난 지 어느덧 18년. 그녀의 첫 해외여행지는 홍콩으로, 편의점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석 달 동안 하며 모은 70만 원으로 보름간 여행을 떠났다.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70만 원 중 40만 원은 항공권을 구입하고, 30만 원은 여행경비로 썼습니다. 지금은 20~50만 원대로 가까운 아시아 지역의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니, 당시 40만 원이면 굉장히 큰 금액이었죠. 그렇게 홍콩에 도착해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숙박하길 꺼려하는 낡은 청킹맨션에 머물면서 햄버거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웃음) 넉넉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장 잊지 못할 청춘여행이었습니다.”

 

여행블로거 배짱이 김수진 씨

 

그녀는 첫 해외여행을 통해 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고, 비록 넉넉하진 않지만 멋진 여행을 즐기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 후로 직장생활을 하며 틈나는 대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녀에게 여행은 삶의 활력소이자 솔직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발견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저는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직장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1~2일 정도 휴가를 낸 후 주말까지 포함해서 단기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해외여행을 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는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해외여행 자유화 시행으로 달라진 여행풍경

 

현재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출국자 수는 1983년 50만 명에서 2016년 기준 2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33년 만에 44배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순수 목적의 해외여행을 위한 여권은 발급되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출장, 유학 등의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러던 중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되면서 세계화의 물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 시점이다.

여권, 이경현이 상거래 목적으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사용한 복수여권으로 1976년 5월 17일 대한민국 외무부장관이 발급함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198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후에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돈이 많아야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죠. 2009년경 저가항공이 본격적으로 해외취항을 시작하면서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50~100만 원의 여행경비로도 저가항공을 이용하여 단기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거죠. 현재는 연휴가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여든 여행객들로 공항이 가득 찹니다.”

그녀가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것도 해외여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경비로도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또한 2007년 우연히 응모했던 이벤트에서 당첨상품으로 1인 항공권을 받은 것도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무한한 자신감이 생겼고, ‘누구나 배짱 두둑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 적은 여행경비로도 혼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수천 명씩 방문자들이 들어왔다.

 

“보여주기식 여행기가 아닌, 초보여행자와 자유여행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진과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맛집을 소개한다면 메뉴부터 위치, 가격, 영업시간 등의 정보를 모두 담는 것이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행정보를 주로 책에서 얻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얻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 손에는 여행책자를,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여행정보를 찾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춰 실질적인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죠. 달라진 여행풍경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선으로 여행을 기억하다

 

그녀는 현재 10여 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두 번째 여행책을 집필하며 지인들과 여행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여행에 푹 빠진 김 씨가 추천하는 해외여행지는 어디일까?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미얀마를 22일 동안 여행했었는데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던 ‘인레호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수상마을의 소소한 삶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지입니다. 또 대만 동부에 위치한 ‘타이동’에서 8개 아치형 다리인 싼셴타이三仙台, 삼선대를 거닐며 에메랄드빛 바라풍경을 바라봤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때 휴양지로 만들어져 이국적이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베트남 달랏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베트남 여행 중 유일하게 한 달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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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 씨에게 만약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여행’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싶은지 물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에서 딱 한 번만이라도 혼자 여행을 떠나보길 권합니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돌릴 시선을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덤으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따라서 ‘혼자 여행, 내가 바라본 시선’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

그녀의 전시회에서 우리는 어떤 시선들을 마주하게 될까? 1990년대의 다소 경직되고 한산한 공항의 모습, 그리고 발 디딜 틈 없이 여행객들로 꽉 찬 현재의 공항 풍경도 담겨 있지 않을까? 1999년대, 홍콩의 낡은 청킹맨션과 미얀마 인레호수의 수상마을 사람들의 삶의 풍경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을 통해 마주한 풍경들은 여행자들의 저마다의 시선 속에서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로 기억될 테다.

김수진 | 여행블로거
‘배짱 두둑하게 여행을 즐기는 자’라는 뜻의 배짱이라는 닉네임으로 <배짱이의 여행스토리>(http://blog.naver.com/1978mm)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해외여행 백서』, 『직장인 주말·휴가 해외여행백서』를 집필했으며, 현재 여행대학, 문화센터 등에서 여행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여행!
    “삶의 활력소”라고 하지만, 이 글을 읽으니 “삶이다”라고 개념이 바뀌네요.
    국립박물관에서 여행을 주제로 전시회를 한다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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