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름음식

음식으로 액운을 없애고 양기를 돕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다. 음력으로 봄은 1월 2월 3월이고, 여름은 4월 5월 6월이며, 가을은 7월 8월 9월, 겨울은 10월 11월 12월이다. 여름의 4월은 맹하孟夏, 5월은 중하仲夏, 6월은 계하季夏라 하는데, 덥다고 느끼는 시기는 중하와 계하의 5월과 6월이 되겠다. 올 여름은 하지가 음력 5월 27일인 6월 21일이다. 하지에서부터 셋째 경일庚日인 7월 12일庚子日이 초복初伏이고, 넷째 경일인 7월 22일庚戌日이 중복中伏이며, 입추 후 첫째 경일인 8월 11일庚午日이 말복末伏이니, 이 기간은 모두 음력 6월에 해당되고 한 여름이다.

 

토정비결(土亭祕訣), 태세(太歲)·월건(月建)·일진(日辰) 등을 숫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기초하여 일 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책으로 괘상을 가지고 있다.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토정비결(土亭祕訣), 태세(太歲)·월건(月建)·일진(日辰) 등을 숫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기초하여 일 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책으로
괘상을 가지고 있다.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여름, 몸이 양증을 상실하여
허해지는 시기

 

중하인 5월은 맹하였던 4월의 괘상卦象 ch01이 하지夏至를 경계로 해서 하나의 음이 생겨 괘상은 ch01이 되는데, 완전한 양이 하지 때 뜻밖의 음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지부터 밤은 점점 길어진다. 양이 가장 성했던 시기(ch01)에 살며시 다가오는 쇄미(ch01)의 그림자로 액운이 다가오는 달이다. 계하인 6월은 5월에 싹튼 하나의 음이 점차 그 세력을 증식하여 2개의 음이 되어 괘상은 ch01이 된다. 그런데 6월은 여름의 끝인 미에 속하는 토기土氣의 달이기도 하다.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에서 3월 6월 9월 12월이 진인 토기의 달인데, 미월未月인 6월의 토기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여름철의 토기이다. 왜냐하면 화생토火生土에 따라 더운 여름의 화에 의하여 토가 상생相生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토기는 아주 건조함으로 토극수土剋水가 적용되어 물이 활로를 상실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일 년을 사상四象, 太陽, 少陰, 太陰, 少陽으로 나눈 추이에서 5월부터는 소음少陰으로 향하여 가는 시기이기도 하여 사물은 점차 양증에서 음증으로 향하고 인체도 역시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점차 소음체질로 변하는 시기다. 쉽게 말하면 몸이 양증을 상실하여 허해지는 시기이도 하다.

 

액운‧악신‧염병을 없애고,
양기를 도와 허함을 보하다

 

이상과 같은 계절적 상황에 대하여 우리 선조들은 먹는 음식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김만순이 1700년대 말에 쓴 『열량세시기洌陽歲時記』와 홍석모가 1840년에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통하여 여름철 시식을 살펴보자.

 

『열량세시기』, 6월六月
● 유두연流頭宴 : 신라와 고려시대의 사람들은 음력 6월 15일에 모두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았다. 연락宴樂하여 액운을 없애는 것이다. 이 일은 유두연이라 한다.
● 유두면流頭麵 :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슬과 같이 만들어서 끓는 물에 삶아낸 것이다. 오색으로 물들여 3개를 연이어 색실로 꿰어서 몸에 차거나 문설주에 걸어서 잡귀를 예방한다.
● 수단水團 : 쌀가루나 밀가루를 쪄서 권모拳摸, 흰떡같이 만들어 썬다. 이것에 녹말을 묻혀 삶아 건져낸 다음 꿀물에 넣어서 먹는다.
● 수각水角 : 잘게 썬 늙은 오이에 잘게 썬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를 양념하여 익혀 합하여 소로 만들어서, 얇은 밀가루반죽에 싸서 만두 형태로 빚은 다음 쪄내어 냉수에 담갔다 꺼내어 초장에 찍어 먹는다.
● 구장狗醬 : 복날에 개를 삶아 국을 끓여 조양助陽하는데 쓴다.
● 두죽豆粥 : 팥죽을 끓여서 염병을 막는데 쓴다.

 

『동국세시기』, 6월
● 유두연 : 우리나라에서는 6월 15일을 유두일이라 하는데 『김극기집金克己集』에 의하면 6월 말일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풀고 감아서 부정을 턴다. 술을 마시고 노는 것이 유두연이다.
● 유두면 : 밀가루로 구슬과 같이 만들어서 오색으로 물들여 3개씩 색실로 꿰어 매거나 몸에 차기도 하고 혹은 물설주에 걸어서 악신惡神을 예방한다.
● 연병連餠 : 밀가루반죽 피에 오이소를 넣고 싸서 기름에 튀기거나 혹은 꿀을 넣은 콩과 들깨소를 넣고 싸서 만든 것을 연병이라 한다. 또 소를 넣고 싸서 만두 껍질에 주름을 잡아 나뭇잎 형태로 만든 것을 쪄내어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사당에도 올린다.
● 수단水團과 건단乾團 : 쌀가루를 쪄서 흰떡같이 만들어 구슬 크기로 썰어 꿀물에 넣고 잣을 띄워 먹는 것이 수단이다. 꿀물을 넣지 않은 것이 건단이다. 찹쌀가루를 쓰기도 한다.
● 상화병霜花餠 : 밀가루반죽 피에 꿀을 합한 콩‧깨 소를 넣고 찐 것이다.
● 구장狗醬 : 삼복에 개를 삶고 파를 넣어 푹 삶은 것이 구장이다. 계란을 넣으면 더욱 좋다. 발한發汗, 땀은 흘림하면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하여 보허補虛한다고 한다.
● 복죽伏粥 : 적소두죽赤小豆粥, 팥죽을 끓여 먹는데 삼복에도 이와 같이 한다.
● 하월시식夏月時食 : 밀국수에 호박과 닭고기를 합하여 깻국탕에 말아 먹는다. 밀국수에 닭고기를 합하여 만든 미역국에 말아 먹는다. 흰떡에 호박과 돼지고기를 합하여 찜하여 먹는다. 호박에 밀가루 옷을 입혀 전을 부쳐 먹는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유두가 들어있는 6월에는 크게 액운‧악신‧염병을 없애기 위한 것과 복날에 대비하여 양기陽氣를 도와 허虛함을 보하기 위한 음식으로 시식을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월 15일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것, 유두면을 만드는 것, 수단‧건단‧상화병을 만들어 먹는 것 등은 액운을 없애기 위한데서 나온 풍속이다. 수간‧수각‧건단‧연병‧상화병 등은 단오날의 풍습이 유두로 이어져온 것이니 단오에서 유두까지 이러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면서 살며시 다가오는 건강이 나빠지는 등의 액운의 그림자를 쫒지 않았나 한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으로
더위를 다스리다

 

그러면 왜 특히 삼복에 복죽과 구장을 먹었을까. 삼복은 연중 더위가 가장 심할 때이다. 복날인 경일庚日은 금에 해당되는데, 삼복 동안은 화기火氣가 극히 왕성하다. 화극금火剋金에 의하여 화가 금을 이기는 관계로 초복‧중복‧말복에 해당하는 경일은 화기에 의하여 꼼짝 못하고 엎드려 있는 날이기도 하다.

 

구장의 재료인 개고기는 『동의보감』에 의하면 성질이 따듯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개고기를 먹으면 개고기가 복날을 이기는 화극금이 성립한다. 또 태양에서 소음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길목에서 음기陰氣가 양기陽氣를 누르는 자연 현상도 겹치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으면 조양助陽하게 되는 것이다.

 

개고기 대신에 닭고기로 끓인 것이 삼계탕이고, 소고기로 구장 모양으로 끓인 것이 육개장이다. 닭고기의 성질도 개고기와 같아서 붉은 암탉‧흰 수탉‧검은 수탉 등은 모두 따뜻하다. 개고기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개고기 대신에 닭고기로 만든 삼계탕이 복날의 시식이 되었다. 굳이 이렇듯 국물이 많은 탕으로 시식으로 함은 계절적 요인에 의하여 인체가 부족하기 쉬운 수분 섭취에도 신경을 쓴 탓이다.

복죽(팥죽)

복죽(팥죽)
삼계탕

삼계탕

 

복죽이란 붉은팥으로 만든 죽을 가리킨다. 팥죽이라고도 한다. 붉은팥의 적색은 바로 화의 색임으로 역시 화극금이 성립된다. 복날을 물리치기도 하고 붉은색은 염병을 일으키는 악귀를 물리치는 복날의 시식이 되었다.

 

이렇듯 더운 복날 구장이나 삼계탕 같은 뜨거운 것을 먹어 더위를 피하는 것을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다. 반면에 왕은 석빙고의 얼음을 관료에게 나누어 주고 관료들은 얼음을 넣은 화채를 먹거나 또는 얼음을 넣은 냉면冷麵을 먹어 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다. 물론 얼음을 먹을 정도의 계급은 신분이 높은 양반계층이고 일반 서민들은 계곡이나 우물 속에 수박을 집어넣어 시원하게 하는 것으로 복날을 견디었을 것이다. 이를 이냉치열以冷治熱이라 했다. 뜨거운 것으로 더위를 다스리고, 차가운 것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말이다.

글_김상보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이회여대와 건국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한양대 대학원에서 식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8세 때 대전보건대학교 전통조리과 종신교수로 임용된 후 한국 식품학계의 거목 이성우 교수님의 부름을 받고 조선왕실의 궁중음식 연구에 매진하여 평생 궁중음식과 한식학의 지평을 여는 수많은 연구 업적을 일구었다. 2015년 퇴직 이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한식재단 한식정책 자문단, 서울시와 세종시의 문화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식의 도를 담다』, 『음양오행사상으로 본 조선왕조의 제사음식문화』, 『한국의 음식생활문화사』, 『조선후기 궁중연향 음식문화』, 『조선왕조 궁중음식』,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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