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올챙이

 

‘올챙이 한 마리~~~꼬물꼬물 헤엄치다···뒷다리가 쑥~앞다리가 쑥~···’ 아이들이 한참 즐겨 불렀던 동요다. 율동까지 곁들여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잘 묘사했던 노래로 기억된다. 그 주인공인 올챙이가 우리의 밥상에 올라온다면 아무리 귀요미라고 해도 입맛을 돋우기에는 난항이 예고될 법한데, 소리 소문 없이 ‘올챙이국수’라고 하는 먹거리가 강원도 내륙 토박이 음식에 떡하니 자리를 잡아 버렸다. 먹을 것이 없어 겨울잠 자는 개구리를 찾아내 뒷다리를 튀겨 먹는 시절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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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그 올챙이국수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에 발을 들였었다. 일상 중 가장 많은 관심 영역이 식문화인지라 그때의 발길은 유난히도 설렜었다. 어렵사리 예전 방식으로 집에서 직접 이를 만들어 장날에 팔러 나가는 부부와 연결이 되었다. 정선에 거주하는 이들은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로 올챙이국수를 만들어 인근 5일장에 팔러 다닌 지가 꽤 오래였다. 장날이면 일부러 이들을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이 있을 정도로 맛도 소문이 파다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재배하는 옥수수가 찰옥수수가 아니라 황옥수수였다. 지금은 나라에서 수매를 하지 않아 아무도 이를 심지 않는다. 그러나 수매하는 찰옥수수는 올챙이국수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예전에 먹던 매옥수수를 고집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장에 나가기 위해 올챙이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냥 국수 만드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면 화가 날 수도 있다.

ee_말따옴표조리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옥수수 알갱이를 물에 불린다. 중간 중간 불순물을 걸려낸 다음 맷돌에 간다. 곱게 갈기 위해서는 한 번에 반 숟가락 정도가 적당하다. 물을 적당히 섞어서 갈아야 옥수수 알갱이가 겉돌지 않고 체에 걸려 내리는 다음 작업도 용이해진다. 그날 수확한 옥수수는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된다. 맷돌에 아무리 곱게 간다 하더라도 갈아 놓은 옥수수 속에 충분히 갈리지 않은 알갱이들이 숨어 있다. 이를 분리해내기 위해 체에 거른다. 거르면서도 손으로 계속 으깨주어야 한다.
불을 때서 달궈 놓은 가마솥에 옥수수 간 것을 붓고 눋지 않도록 저으면서 뭉근하게 끓이면 묵이 만들어진다. 점도가 적당해지면 묵을 퍼내서 구멍 뚫린 틀 위로 붓는다. 이때 찬물을 채운 큰 대야를 받쳐서 틀을 통과해서 나오는 묵을 받는다. 틀을 통과한 묵의 모양은 묵의 점도에 따라 달라진다. 묵이 묽으면 찰기가 적어 분통에 붓는 즉시 틀을 통과하기 때문에 동글동글 방울진 형태가 된다. 반대로 점도가 높으면 진액이 틀 구멍으로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때에는 손잡이 달린 뚜껑으로 눌러 진액을 떨어뜨리는데 점성 때문에 잘 끊어지지 않고 국수가닥처럼 길게 이어져 나온다.

점도가 적당해야 틀 아래로 앞머리는 둥글고 꼬리는 가늘게 올챙이를 닮은 형태가 된다. 그러나 만들고 보니 올챙이 모양이 된 것이지 처음부터 올챙이 형태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올챙이를 닮은 모양이 나왔다는 말이다.

올챙이 모양이든 국수가닥이든 묵이 대야의 찬물에 떨어질 때는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묵이 떡처럼 한 덩어리로 엉기게 된다. 이 올챙이들을 채로 떠 물기를 뺀 다음 그릇에 담고 양념한 갓김치를 올리면 올창묵이 완성된다.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2014. 『강원도 산간 지역의 땟거리 옥수수, 감자 메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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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 시작된 작업은 꼬박 밤을 새우고 동이 텄다. 지난한 작업에도 지치지 않는 그들은 진짜 요즘 대세인 ‘셰프’들이 무릎 꿇어야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었다.

음식을 다 만들고 새벽 장에 나가는 길에 동참했다. 정해진 자리에 전을 펴자마자 단골들이 줄을 섰다. 옥수수로 만든 국수에 양념장 한 숟가락 얹어주는 소박한 음식에 먹는 이들의 표정이 참 편하다. 밤을 새운 정성을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모양이다. 한 무리의 손님들이 지나가고 조금 한가해진 틈을 타서 나에게도 한 그릇의 올챙이국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올한올이 고마웠다. 어제 밤새도록 이것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지켜보았기에 입에 넣고 삼키는 것조차 미안했다.

국수 틀 조차 사치인 그들이 한참을 끓여 형체도 없이 죽처럼 된 반죽을 양철에 구멍 낸 그릇에 붓고 떨어지는 것들을 물에 받아 굳힌 다음 먹던 음식······. 작은 구멍을 통과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그리고 진짜 강원도에 사는 이들은 이를 ‘올챙이국수’라 부르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이들은 ‘올챙묵’이라 한다.

강원도의 음식들은 참 순수하다. 그러나 이제 세상과 교통하면서 그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가는 이름과 양념들. 지금 지켜주지 않으면 우린 아마도 그들을 다 잃어버릴 것이다. 다 알 듯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 조사보고서 <강원도 산간 지역의 덋거리 옥수수, 감자, 메밀> – 바로가기
글_박선주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한번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순수한 맛입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항상 수줍게 단순하게 있는 모습입니다.
    만드는 노고를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참 귀한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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