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자연이 만든 황태를 아시나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현대 생활문화 조사’의 일환으로 황태덕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를 통해 명태와 황태덕장의 역사와 변화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자료의 수집, 기록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조사하면서 알게 된, 황태에 대한 두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황태 조사를 하기 전 황태는 북어의 다른 이름쯤으로 알았다. 하지만 황태는 북어에 비해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사람의 노력과 함께 자연환경적 요소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태는 추운 겨울동안 차가운 바람과 눈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건조시킨 것이다. 황태黃太는 속살이 노랗다고 해서 ‘노랑태’라고도 부른다. 겨우내 코끝이 쩍쩍 붙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깊은 산간 오지에서 눈을 맞으며 밤에는 얼었다가 낮에는 얼었던 것이 녹고 마르기를 3개월 이상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바짝 마르기만 하는 북어와 달리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의 속은 노랗고, 살이 부풀어있어 식감 또한 좋다. 이런 시간과 정성 때문인지 짧은 시간 말리는 북어보다 더 비싸게 판매된다.

1984년 진부령 덕장_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강원도의 황태덕장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는 1950년대 이후로, 북쪽 지역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함경도 명천 지역에는 이미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덕장이 있던 사진과 자료들이 남아있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이야기로 들린다. 고성, 강릉, 속초 지역에서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기 강원도의 황태 덕장은 황태를 말리기에 지리적으로 최적의 위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를 갔던 지금의 강원도 황태덕장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동해바다에서 명태가 잡히지 않게 되어 러시아에서 전량 명태를 수입하게 됨에 따라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명태의 이동에 따른 물류비가 증가하였고, 강원도에서 생산되던 황태가 이제는 부산과 가까운 경북북부 산간지역에서도 생산이 되기 시작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생산되는 중국생산 황태는 이제 우리나라 황태 소비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첫 번째 재미난 황태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러시아에서 잡아서 말린 황태는 강원도에서 말려도, 경상도에서 말려도, 바다건너 중국에서 말려도 러시아산이 된다. 원산지 표시법상 우리나라는 황태의 원재료인 명태의 고향이 어딘지만 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중국에서 만든 황태인지 국내에서 만든 황태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모두 러시아산 황태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명태로 태어나 3개월 동안 차가운 바람과 눈을 맞으며 황태로 다시 태어나도 원래 명태였을 때 고향인 러시아가 황태의 원산지로 계속 가는 것이다. 소비자는 같은 러시아산이면서 더 저렴한 중국생산 황태를 알지도 못하고 먹게 되는 것이다. 강원도 용대리에서는 자체적으로 지리적표시제를 표기하여 구분하고 있지만 소비자입장에서 같은 러시아산 황태를 비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아직 소비자에게 효과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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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황태는 명태에서 만들어지는 동안 재미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명태로 태어나 바다에서 잡아 올린 명태를 겨울동안 쉬는 논이나 밭에 덕장을 만들고 덕대에 걸어 말려서 황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럼 황태를 만드는 사람은 어업일까? 아니면 농업인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둘 다 맞다. 조사하면서 만난 덕주들은 자신들을 영농인營農人 또는 영어인營漁人이라고 소개 한다. 생선을 말리기 때문에 수산물로서 해양수산부에도 관여를 받게 되고, 논이나 밭을 이용하여 덕장을 만들기 때문에 지역농업경제 부서의 관여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황태는 물고기가 아닌 건조품이 된다.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명태는 겨우내 3개월의 시간동안 바다가 아닌 들판에서 황태로 만들어져 하나의 새로운 종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고기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조를 통해 황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0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세계최초로 명태의 완전양식에 성공하여 치어를 동해바다에 방류했다. 몇 년 뒤 성어가 된 명태가 다시 동해바다로 돌아와 동해바다에서 잡은 명태로 만든 국내산 황태를 다시 만나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_손정수 |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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